brunch

행복창고 추억여행

59.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④책가방과 교과서 북 커버

by 박인권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④책가방과 교과서 북 커버


#손으로 들고 다녔던 옛날 책가방

옛날 학생용 책가방은 손으로 들고 다니는 손가방, 요즘은 배낭처럼 어깨에 메고 다니는 백 팩 타입이다. 책가방의 모양도 달랐고, 가방을 여닫는 개폐 방식도 달랐다. 옛날 책가방은 지금의 백 팩처럼 지퍼를 열어 책을 넣고 꺼내는 형태가 아니었다.


천으로 만들어진 70년대의 옛날 책가방에는 손잡이가 두 개 달려 있었고, 몸통에 달린 갈고리 모양의 쇠고리인 후크를 채우고 벗겨야 해 가방을 여닫는 게 불편했다. 후크 대신 열쇠로 자물쇠를 채우듯이 한 쌍으로 된 철 구조물 중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을 움푹 들어간 곳 안으로 집어넣으면 찰칵, 하고 소리가 나면서 잠기는 형태의 책가방도 있었고, 두 가지 방식을 혼합한 책가방도 있었다.


#만만치 않았던 책가방 무게

등하교 때마다 들고 다니는 책가방 무게는 예나 지금이나 혈기 왕성한 청소년에게도 만만찮았다. 교과서와 참고서, 문제집, 노트, 연습장, 필통 따위의 학습 교재와 도구가 들어있는 책가방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한 손으로만 책가방을 들고 계속 버티기에는 버거워 양손을 번갈아 가며 들어야 했는데 이도 저도 힘들어 지칠 때면 양 손잡이를 어깨에 걸치거나 한쪽 손잡이만 걸쳐서 가는 일도 있었다.


도시락까지 책가방에 넣고 갈 때는 더욱 무거웠고, 도시락 가방을 따로 들고 가는 학생들도 있었는데 무겁기는 마찬가지였고 번거롭기까지 해 책가방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쪽 손으로만 책가방을 지탱해야 해 어깨로 전달되는 하중(荷重)도 뻑적지근했다.


1. 20231010_122202.jpg

백 팩이 대세인 시대다. 초중고생들도 백 팩을 책가방으로 사용하고 성인들도 백 팩을 애용한다. ⓒPARK IN KWON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책가방 무게

딸이 고등학교 다닐 때 딸아이의 책가방을 몇 번 메본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훨씬 무거워 깜짝 놀랐던 기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내 때도 그랬고 지금 아이들 책가방도 무겁기는 여전해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학생들의 책가방 무게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또 놀랐다.


그나마 지금은 책가방의 하중을 어깨와 허리, 다리 세 군데로 분산시키는 백 팩 타입이라 한 손으로 무게를 감당해야 했던 옛날 책가방보다는 나아 보였다.


손으로만 책가방 무게를 짊어졌던 옛날식 책가방은 사라진 지 오래고 이제는 서류 가방 형태로만 손가방이 존재하는 시대다.


2. 20231010_122213.jpg

백 팩은 양어깨에 가방을 메는 형태라 하중이 손에 집중되는 옛날식 손가방에 비해 부담이 덜하다. ⓒPARK IN KWON


#70년대에 유행한 북 커버

책가방이 손가방이었던 시절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게 하나 있는데, 교과서 북 커버다. 북 커버는 교과서 겉표지를 잡지 종이나 코팅된 종이로 포장하는 것을 말한다. 교과서 표지가 더러워지거나 찢겨나가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70년대 초중고생들에게 교과서 북 커버는 거부할 수 없는 학교 문화의 하나였다. 교과서 표지에 오물이 묻어 지저분해지거나 찢어지고 망가지는 것을 예방할 목적도 있었지만, 책 꺼풀을 멋지고 예쁘게 꾸며 남달라 보이고 싶어 한 학생들의 과시 욕구도 숨어있었다.


학교 수업의 근간 교재(敎材)인 교과서를 사랑하는 마음이 곧 학업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기준이 된다는 경쟁심리도 끼어 있었다. 학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교과서 북 커버에 정성을 쏟은 이유였다.


#코팅 포장지

신학기를 앞두고 학생들은 일제히 새 교과서를 받았다. 방학이 끝나갈 무렵 다음 학기 과목별 교과서를 받아 든 학생들은 집에서 북 커버 장식에 온 정성을 다했다. 이때를 위해 용돈을 아껴둔 학생들은 문방구에서 화사한 꽃 그림이나 사계절 풍경, 고풍스러운 건축물, 기하학적 문양 등 아름다운 이미지가 새겨진 코팅 포장지를 사 북 커버로 꾸몄다. 코팅 포장지는 세련된 도안과 화려한 색상이 돋보였는데, 특히 질감이 매끄럽고 반지르르한 윤기 때문에 시각적인 만족도가 높아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코팅 포장지의 대체재

코팅 포장지로도 성이 차지 않는 아이들은 비닐로 덧씌우는 이중 포장을 하기도 했는데 주로 여자아이들이 그랬다. 용돈이 부족해 코팅 포장지를 살 수 없는 아이들은 달력 종이나 두꺼운 잡지 종이로 북 커버를 대신했다. 달력 종이는 재질이 반들반들하고 질긴 데다 배경 그림으로 유려한 자연 풍광이 많아 코팅 포장지의 부재(不在)를 메우기에 그만이었다. 여성 월간지 종이도 재질이 좋고 컬러 사진으로 채워져 있어 코팅 포장지의 대체재로 선호도가 높았다.


그도 저도 아니면 집안에 흔하게 굴러다니는 신문지로 교과서 책 꺼풀을 입히는 아이들도 더러 있었다. 신문지는 찢어지기가 쉬워 그 위에 비닐로 한 꺼풀 더 싸는 경우가 많았다. 교과서 표지 크기에 맞춰 책에 바로 끼우는 비닐 표지도 문방구에서 팔았는데, 교과서 몸체의 민낯이 다 드러나 북 커버다운 특징이 없다는 이유로 별로 인기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3. 20231010_122532.jpg

백 팩은 기능성과 장식성, 실용성을 두루 갖춘 가방이다. ⓒPARK IN KWON


#북 커버에 새긴 정자체(正字體) 글씨

나도 새 학기를 앞두고 다른 아이들처럼 북 커버에 신경을 기울였는데, 코팅 포장지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은행 고객용 달력 종이를 애용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네임펜이 없던 시절이라 볼펜이나 사인펜으로 북 커버에 과목명과 반, 학생 이름을 정자체(正字體)로 반듯하게 새겼다. 사인펜 글씨는 손때가 묻으면 흐릿해지고 땀이나 습기에도 잘 지워져 글씨 위에 투명 테이프를 붙이기도 했다.


#북 커버 요령

북 커버 용지만큼이나 신경을 쓴 게 있었는데 책 꺼풀을 입히는 요령이다. 포장지로 교과서 몸체를 둘러싼 뒤 규격에 맞게 가위로 잘라 표지 안 접힌 부위를 풀칠로 고정한 다음 위아래 모서리와 앞, 옆, 뒷면의 꺾이는 부분을 엄지손가락이나 자로 꾹꾹 눌러 각을 잡아주는 게 중요했다. 이 작업은 북 커버의 매무새를 단정하게 결정짓는 행위로 꺾이고 접히는 포장지의 해당 부위를 몇 번이고 매만져 각지게 마무리했다.


북 커버는 단순한 책 꺼풀 포장이라는 의례적이고 장식적인 의미를 넘어 교과서 표지의 멋스러움을 추구한 학생들의 풋풋한 감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중고등학교 때는 교과서 외에 참고서도 북 커버로 단장하기도 했는데 교과서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아들과 딸이 중고등학생일 때 북 커버의 북, 자도 몰랐던 것을 보면, 북 커버도 철 지난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는가 하면 변한 것도 있어, 북 커버의 추억이 새삼 그립다.

keyword
이전 17화행복창고 추억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