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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군것질의 추억 ④새우깡, 초코파이, 맛동산, 가나 초콜릿

by 박인권

군것질의 추억 ④새우깡, 초코파이, 맛동산, 가나 초콜릿


#새우깡 모델

80년대 초 대학 다닐 때 일이다. 하숙집 1년 후배가 캠퍼스 캐스팅에 발탁돼 새우깡 TV 광고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남녀 대학생 여러 명이 야외 하이킹 도중 새우깡을 먹으며 즐거워하는 내용이었다. 지성의 상아탑, 대학교에 재학 중인 풋풋한 남녀 청춘들이 새우깡을 먹는 모습을 통해 건강하고 발랄하고 지적인 제품 이미지 효과를 노린 CF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대한민국 1호 스낵, 새우깡

이름 모를 평범한 대학생들을 광고 모델로 내세운 새우깡 광고는 참신하고 파격적인 발상이라는 호평 아래 매출과 인지도 상승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새우깡을 처음 먹어본 것은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새우깡이 대한민국 1호 스낵으로 출시된 때가 1971년 12월이라 아마 초등학교 3, 4학년 무렵이 아니었을까, 싶다.


대한민국 1호 스낵 새우깡. ⓒPARK IN KWON


#새로운 스타일의 군것질거리

난생처음 맛본 스낵 과자, 새우깡의 첫인상은 독특했다. 사탕과 빵, 비스킷 따위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과자 세계의 전부인 줄 알고 있던 나에게 짭짤하고 고소한 맛이 지배한 새우깡은 특별한 존재로 각인(刻印)됐다. 짠맛과 감칠맛이 혀끝을 파고드는 가운데 깨물 때마다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바삭거리는 고소한 맛은 진한 여운과 함께 중독성이 있었다.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군것질거리, 새우깡은 출시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몰이로 과자 세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새우깡은 기름에 튀기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던 종전 과자와 달리 단맛을 빼고 생새우가 들어간 밀가루 반죽을 열 기운을 뒤집어쓴 소금을 동력(動力) 삼아 굽는 방법으로 제조한 점이 특징인데 이 점이 남녀노소의 입맛을 두루 관통한 국민 주전부리로 자리매김한 비법이 됐다고 할 수 있겠다.


#3대가 즐기는 국민 간식

새우와 깡의 합성어로 순우리말인 브랜드명이 입에 착착 달라붙어 부르기 쉽고 친근한 어감(語感)으로 다가오는 작명(作名) 효과도 새우깡의 인기몰이에 한몫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이고 보면 새우깡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운(運)을 타고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출시된 지 반세기를 넘긴 새우깡은 2021년 기준 국내 과자 시장 점유율 선두에 오를 정도로 3대가 즐기는 부동(不動)의 국민 간식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초코파이의 등장과 다섯 가지의 맛

1974년 국내 과자 업계에 새우깡 못지않은 신데렐라가 등장했는데, 초코파이다. 명칭 그대로 비스킷 겉면에 초콜릿을 입힌 파이인 초코파이는 다섯 가지 서로 다른 식감을 내세워 단숨에 과자 시장을 평정했다.


다섯 가지의 서로 다른 식감으로 단숨에 과자 시장을 평정한 초코파이. ⓒPARK IN KWON


포장을 뜯고 초코파이를 한 입 베어 물면 초코파이 바깥 부분을 둘러싼 스르르 부서지면서 부드럽게 씹히는 초콜릿 외피 맛이 감돌고 이어 말랑말랑한 빵이나 케이크처럼 느껴지는 식감이 뒤따른다. 딱딱한 비스킷에 침투한 마시멜로의 수분 성분 덕분에 촉촉하면서 부드러운 빵의 식감으로 변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쫀득하게 와닿는 감칠맛이 뒤끝을 풍부하게 자극하는데 마시멜로 특유의 식감에서 비롯된 결과다. 부드럽고 촉촉하고 달고 쫀득하면서 초콜릿 맛이 나는 변화무쌍한 맛은 초코파이만의 특징이다.


두세 개 먹으면 요기도 됐던 초코파이. ⓒPARK IN KWON


출시 당시에 한 개 50원이었던 초코파이는 두세 개 먹으면 요기(療飢)도 돼 용돈이 생기면 큰맘 먹고 자주 사 먹었었다. 초코파이의 인기는 지금도 여전한데 군부대 최고의 간식으로 알려져 있다.


#과자 시장의 스테디셀러, 맛동산

1975년에 출시된 맛동산도 과자 시장의 스테디셀러다. 단물인 당액(糖液)에다 땅콩 가루를 고루 섞어 단맛과 고소한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과자였다. 중학교에 입학한 해에 처음 먹어본 맛동산은 땅콩 맛이 강해 진짜 땅콩을 먹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강하게 바삭거리는 맛과 진한 땅콩 맛이 인기의 비결이 아니었나 여겨진다.


과자 시장의 스테디셀러 맛동산. ⓒPARK IN KWON


맛동산 먹고 즐거운 파티~, 맛동산 먹고 맛있는 파티~로 유명한 C.M. 송에 땅콩으로 버무린 튀김과자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밀을 곱게 갈아 기름에 튀긴 뒤 물엿 당액(糖液)과 땅콩 가루로 버무린 스낵이다.


#70년대 아이들의 최고급 군것질거리, 가나 초콜릿

70년대 아이들에게 선망의 군것질거리였던 초콜릿에 대한 추억도 빼놓을 수 없다. 맛동산과 같은 해에 출시된 초콜릿인 가나 초콜릿의 인상이 워낙 강렬해 아직도 초콜릿, 하면 가나 초콜릿이고 예나 지금이나 존재감이 한결같다. 구한말에 국내에 유입된 초콜릿의 본격적인 대중화 시대를 연 제품이 가나 초콜릿이었다. 1975년 당시 가격이 100원이었는데 아이들에게 최고급 군것질거리로 대접받았다.


70년대 아이들의 최고급 군것질거리였던 가나 초콜릿. 출시 초기는 포장지 디자인도, 모양도, 맛도 지금과 달랐다. ⓒPARK IN KWON


달콤 쌉싸래한 맛이 균형 있게 잡혀 있고 은은하고 우아한 특유의 향이 거절할 수 없는 매력으로 코끝을 유혹했던 기억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가나 초콜릿이 다양한 계층의 입맛과 취향을 사로잡은 고품격 간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비결도 이 점에 있지 않았겠나, 추측해 본다.


국내 과자 업계 최장수 브랜드 4총사의 현재 버전. ⓒPARK IN KWON


#최장수 과자 브랜드 4총사

새우깡, 초코파이, 맛동산, 가나 초콜릿. 국내 과자 업계의 최장수 브랜드 4총사는 50년 전의 기세 그대로 변함없이 마트 과자 진열대의 중심 자리에서 위풍당당하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반세기 전 군것질하던 어린 시절도 생각난다.

시대에 따라 입맛도 변하고 음식문화도 달라지는데 50년 넘게 과자 업계의 최강자 자리를 지킨다는 건 분명 예사로운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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