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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군것질의 추억 ②눈깔사탕, 풍선껌, 센 베이, 양갱(羊羹)

by 박인권

군것질의 추억 ②눈깔사탕, 풍선껌, 센 베이, 양갱(羊羹)


#군것질거리의 선구자, 사탕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탕은 아주 오래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사탕의 역사는 기원전 2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히 군것질거리의 선구자라 할 만하다. 지금은 고인(故人)이 된 어느 재벌 회장은 ‘입 속의 연인’이란 감각적이고 문학적인 표현으로 껌의 매력을 예찬했다. 껌이 입 속의 연인이라면 사탕은 입 속의 친구쯤은 되지 않을까.


달콤함으로 상징되는 사탕은 아이들뿐 아니라 남녀노소에게 두루 사랑받는 주전부리라 할 수 있다. 마케팅 대상이 무한 확장적이라 모양도, 색깔도, 맛도, 종류도, 이름도 각양각색인 사탕만큼 다양성을 자랑하는 상품도 드물 것이다.


각양각색의 사탕. ⓒIslandsislands • wikipedia commons, public domain


#사탕의 빛과 그림자

설탕이나 엿, 시럽을 끓여 모양틀에 넣고 식용색소로 색을 입혀 굳힌 음식인 사탕은 가미하는 재료와 온도, 농도, 끓이는 시간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과 맛을 낸다.


고당도(高糖度) 식품이라 중독성이 있어 잘 먹으면 약이 되지만 과용하면 비만과 당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자주 깨물어 먹어도 치아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저혈당 환자들에게 한, 두 개의 사탕 섭취는 현기증 완화에 효과가 있고 입이 자주 마르고 침샘 기능이 약한 노인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시중에 유통되는 사탕을 보면 알사탕과 막대사탕, 박하사탕, 목캔디, 군인들 전투식량이었던 건빵과 함께 먹었던 별사탕, 솜사탕, 청포도 사탕, 홍삼 사탕, 누룽지 사탕, 현대식 사탕인 멘토스까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눈알을 닮은 눈깔사탕

먹거리가 변변치 않았던 70년대에 사탕은 아이들의 대표적인 주전부리였다. 그때는 눈깔사탕이라고 불린 알사탕이 사탕의 대명사였고 지금처럼 종류도 많지 않았다. 눈알을 닮았다고 눈깔사탕이라 부른 알사탕은 크기도 컸지만 단단함의 강도가 대단해 깨물어 먹다가 치아를 다친 아이들도 많았다.


내 기억으로는 1원이면 한 개 또는 두세 개를 살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알사탕을 입에 넣으면 볼록 튀어나온 볼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재미있어 아이들끼리 서로 놀려대며 깔깔거리곤 했었다. 심심풀이로 가위바위보 게임을 통해 눈깔사탕 내기도 자주 했었다. 그 시절 알사탕은 아이들에게 가장 만만한 군것질거리였다.


단색조의 옛날 알사탕과 달리 요즘 알사탕은 형형색색이라 빛깔이 곱다. ⓒLaisha np • wikipedia commons, public domain


#풍선껌과 풍선 만들기

알사탕과 함께 아이들 입을 즐겁게 한 군것질거리가 또 있었는데 풍선껌이다. 껌도 사탕처럼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기호식품이지만 내가 어렸을 때 풍선껌은 아이들의 놀이 방편으로 인기가 많았다. 입 안에 넣고 질겅질겅 씹는 재미도 있었지만, 혀와 입술로 바람을 불어넣어 누가 더 큰 풍선을 만들어 내나, 경쟁적으로 내기를 했기 때문이다.


그때 아이들 호주머니에는 풍선껌이 떨어질 날이 없었고 수업 시간에 껌을 씹다 들켜 선생님에게 혼나는 게 두려워 책상 아래 한구석에 몰래 붙여 숨겨 놓았다가 쉬는 시간에 다시 떼 내 씹는 아이들도 많았다. 나도 풍선껌을 좋아했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풍선을 잘 불지는 못했다.


#국민 간식거리 센 베이

일본에서 건너온 건과자(乾菓子)인 센 베이도 70년대에 빼놓을 수 없는 군것질거리였다. 밀가루나 찹쌀가루에 달걀과 우유를 섞어 반죽한 뒤 구워 만든 바싹 마른과자인데 김이나 파래 가루를 묻혀 내놓기도 했다. 동네 구멍가게에서 팔기도 했고 손수레 행상꾼들이 골목을 돌아다니며 호객행위를 하기도 했다.


바삭거리는 식감에 감칠맛이 뛰어나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간식거리로 즐겨 먹었다. 가끔 귀가하는 아버지 손에 봉지가 들려있으면 십중팔구 센 베이였다. 지금도 옛날 과자 전문점에 가면 센 베이를 볼 수 있다.


일본식 건과자(乾菓子)인 센 베이. ⓒAbasaa • wikipedia commons, public domain


#고급 간식거리 양갱

요즘도 여전한 존재감이 있는 양갱(羊羹)은 70년대 고급 간식거리였다. 양갱은 기원전 중국에서 유래했는데 양의 피로 만들었다는 흔적이 한자어에 남아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양갱은 16세기 초 일본에서 개발한 식후(食後) 음식을 한국인 입맛에 맞게 바꾼 것이다.


엿과 설탕에 팥, 우무를 넣고 반죽한 뒤 끓여서 식힌 양갱은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에 반들거리는 검은색을 띠었다. 찰지고 물컹거리는 식감에 단맛이 뛰어났고 영양가도 풍부해 값이 비쌌다. 아이들 푼돈으로는 살 수 없었고 술 한잔 걸친 아버지가 사 오는 날 먹을 수 있었다. 어쩌다 먹을 수 있는 귀한 주전부리라 두서너 입 베어 물고 절반은 아껴뒀다가 나중에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양갱. ⓒTarobo • wikipedia commons, public domain


#별미(別味) 건강식으로 정착한 양갱

시중에 수제 양갱 전문점이 적지 않고 종류도 팥을 비롯해 단호박, 검은 참깨, 밤, 곶감, 대추, 호두, 녹두에 과일까지 다양화된 상품으로 발전한 것을 보면 양갱의 수요가 여전하고 별미(別味) 건강식으로 정착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센 베이나 양갱을 요즘 아이들이 알까, 궁금한 생각이 든 김에 오늘 집에 갈 때는 동네 편의점에 들러 오랜만에 연양갱(鍊羊羹)이나 몇 개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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