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들은 요란하게 몸을 흔들고 비틀어 등허리에 올라탄 기수들을 땅에 떨어뜨리려 안간힘을 쓴다.
*몸부림의 타이밍
-발버둥 친다는 표현이 딱 맞는 말들의 몸 흔들기는 기수가 안착한 다음에는 별 실효성이 없고, 등허리에 착지하는 순간에 맞추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기수가 말 등 위에서 무게중심을 잡기 전에 거세게 상체를 흔들면 몸의 균형이 무너진 기수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고꾸라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기습작전
-감각이 뛰어난 말들은 기수가 착지하기 직전 잽싸게 허리를 낮추거나 집게발로 등 높이를 올려 기수의 착지 타이밍을 뺏은 뒤 좌우로 몸을 흔들어 자빠뜨리기도 한다. 이 방법은 기수의 착지 리듬과 균형감각을 뒤흔드는 기습작전이라 성공 확률이 상당히 높다. 말들이 애용하는 전술인 이유다.
*장기전 대비
-상대 기수들의 집중 공략 대상인 두 번째 말과 세 번째 말에 체력이 좋고 뚝심이 뛰어난 아이들을 배치해 장기전에 대비한다. 장기전을 버텨내면 승률이 50%인 가위바위보 승부로 끌고 갈 수 있어서다.
*말들의 최후 반격
-마지막 기수까지 다 올라탔을 때 말들은 한꺼번에 최후의 몸부림으로 반격을 시도한다. 바로 앞의 기수 등 위에 엎어져 있는 아이를 떨어뜨리기 위한 작전인데 일치된 움직임으로 흔들기에 나서면 의외로 효과가 있는 방법이다.
동료 기수의 몸 위를 덮치는 승부수를 던진 마지막 기수의 모습. ⓒDosseman • wikipedia commons, public domain
#말타기 게임이 끝난 후 광경
말타기 싸움이 절정에 이르면 비명을 지르는 아이, 악을 쓰는 아이, 심지어 통증을 참지 못해 소리 내어 우는 아이도 있었다. 한 차례 전쟁이 끝나면 말들은 몸 이곳저곳이 욱신거려 기진맥진했고, 기수들도 있는 힘, 없는 힘 다 쓰느라 맥이 풀리곤 했다. 땅바닥에 널브러진 짝 잃은 운동화, 옷에서 떨어져 나간 단추, 호주머니에서 빠진 구슬 따위도 말타기 게임이 끝나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소 타기라고도 한 말타기
무너뜨리려는 기수와 떨어뜨리려는 말들 간에 펼쳐지는 말타기는 몸으로 싸우는 전쟁이었다. 내가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을 보냈던 대구 지역의 일부 동네에서는 말타기를 소 타기라 부르기도 했다. 아마도 또 다른 말타기 놀이인 마부 놀이와 차별화하기 위해 아이들이 지어낸 이름이 아닌가, 짐작된다.
#마부 놀이
마부 놀이는 마부와 말 2인 1조 또는 두 명의 마부와 말이 3인 1조로 짝을 이뤄 기수들의 공격을 막아내는 게임이다. 말타기와 비슷한 점도 일부 있었지만 다른 점이 더 많았다. 마부 놀이는 기수 숫자에 제한이 없고 말이 한 명이고 말과 마부가 계속 움직일 수 있다. 마부는 한 명일 수도 있고 두 명일 수도 있다.
#마부 놀이와 말타기의 차이
말이 뒷발길질로 올라타려는 기수를 견제할 수 있고 견제 과정과 착지한 후에도 승부가 나지 않으면 말 등에 올라탄 기수와 마부가 가위바위보로 승부를 가린다. 한 명이 올라탈 수도 있고 두 명이 올라탈 수도 있다. 가위바위보로 이긴 순서대로 편을 가르는데 꼴찌부터 두세 명이 말과 마부가 된다. 기수들의 공격순서는 없고 먼저 기회를 포착한 기수가 올라타는 식이다.
#마부 놀이의 승부 방식
승부 방식도 말타기보다 다양하다.
-말의 발길에 기수가 차이면 기수가 말이 되고 말은 마부가 된다. 마부는 기수로 신분이 바뀌어 공격할 수 있다. 마부가 둘인 경우는 마부끼리 가위바위보로 선임자를 정한다.
-올라타는 과정에서 말의 발길에 차여도 마찬가지다.
-등에 올라탄 기수를 말이 몸을 흔들어 떨어뜨릴 수 있고 기수는 힘으로 눌러 말을 쓰러뜨릴 수 있다. 기수가 말에서 떨어지면 말이 뒤고, 말이 쓰러지면 기수들이 계속 공격을 이어갈 수 있다. 기수가 말에서 떨어지고 말이 쓰러지면 아웃이 되는 것은 말타기와 같다.
#말 지킴이이자 방어 겸 공격 루트의 가이드, 마부
3인 1조인 경우 말이 두 마부의 허리춤 사이에 머리를 들이밀고 허리를 숙이는 자세를 취하면 게임이 시작된다. 움직이면서 방어를 할 수 있어 말과 마부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 마부는 기수들의 움직임을 예리하게 포착해 말이 선제 발길질로 기수를 제압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허리를 숙인 말의 가시권이 들쭉날쭉할 수 있어 마부가 즉흥적으로 소리를 질러 코치하는 타이밍에 승부가 엇갈리는 수가 적지 않다. 호시탐탐 공격을 노리는 기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말보다 마부가 파악하기 더 쉽다.
말 지킴이와 방어 겸 공격 루트의 가이드이기도 한 마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올라타기가 쉽지 않은 마부 놀이
말이 계속 움직이는 데다 뒷발에 차이면 아웃이기에 기수가 성공적으로 말 등에 올라타기가 쉽지 않다. 가까스로 한 명이 올라타더라도 또 다른 기수가 올라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말이 쓰러질 확률이 낮지만, 고개와 허리를 숙인 자세로 쉬지 않고 몸을 놀려야 해 체력 소모가 심하다.
반면 어렵사리 등에 올라탄 기수는 지그재그로 움직이면서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 대는 말의 거친 공세적 방어 에 신체 균형을 잃고 땅에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말과 마부에게 유리한 마부 놀이
말타기가 기수들에게 유리한 게임이라면 마부 놀이는 말의 체력만 뒷받침된다면 말과 마부에게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말은 또 움직일 수 있는 게임의 특징을 이용해 올라타기를 시도하는 기수의 낌새를 눈치챈 다음 갑자기 방향을 틀어 기수가 땅바닥에 곤두박질치게 만드는 재치를 발휘하기도 했다. 움직이는 말 위에 올라타는 방식이라 기수가 말 등에 가하는 충격도 말타기보다 훨씬 덜했다.
#장기 체력전
대신에 기수들은 말 주위를 빙빙 돌면서 뒷발길질의 사정권에서 벗어난 채 방어 위주의 작전을 펼치며 장기 체력전을 유도할 수 있어 꼭 불리한 것만도 아니다. 장기전이 무한정 지속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제한 시간을 두는데, 정해진 시간이 초과하면 기수 대표와 마부가 가위바위보로 최종 승부를 가린다.
#말의 한쪽 눈 가리기
기수들이 말 등에 올라타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마부 놀이 규칙도 있다. 마부가 말의 한쪽 눈을 손으로 가리고 게임을 진행하는 방법이다. 고개를 숙인 말 시선의 각도가 뒤집히어 가뜩이나 동체(動體) 분간이 까다로운데 한쪽 눈이 가려져 측면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기수들이 말의 측면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이유다. 기수들은 측면 공격을 시도할 아이를 에스코트하기 위해 여러 명이 사방에서 말을 에워싸고 페이크 동작을 유인책으로 자주 사용했다. 측면 공격에는 공격 타이밍과 함께 숙련된 기술이 필요했는데 체형이 마르고 키가 큰 편이 아니면서 몸이 날랜 아이들이 유리했다. 마부 놀이를 잘하는 아이들이 말타기도 잘했다.
말타기보다 박진감이 떨어지고 눈치작전이 팽배해 공수 전환의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어 지루한 감이 많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