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풍속사(風俗史)

15. 호기심 탐구 교과서와 참고서

by 박인권

사춘기 소년들의 성적(性的) 호기심 탐구 교과서와 참고서


#이차 성징(性徵)의 시작

사춘기의 티가 막 모습을 드러내는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몸에도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매끈했던 얼굴에 하나둘 여드름이 돋아나고 코 밑에는 보일락 말락 형체를 알기 힘든 거무스레한 기운이 감돌았다. 자세히 들여다봐야 갓 돋아난 수염의 싹인 것을 겨우 알아차릴 수 있었는데 수염이라고 하기에는 어설펐고 숯검정을 엷게 바른 것처럼 보였다.


남자다움이 신체 곳곳에서 발현(發現)하는 이차 성징(性徵)의 초기 단계에 접어든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성장했다. 체육 수업 장소인 운동장으로 나가기 직전, 체육복으로 갈아입는 몇몇 아이들의 겨드랑이에서는 성기지만 몇 가닥의 거뭇하면서 꼬불꼬불한 놈들이 고개를 치켜들고 있었다.


#이상야릇한 호기심을 자극한 특정 부위의 변화 조짐

아이들은 남성 호르몬의 생성이 촉진되면서 이전과 다른 몸의 변화를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특정 부위를 서로 훔쳐보면서 놀리거나 낄낄대곤 했다. 그런 광경은 교실에서는 볼 수 없었고 화장실에 서서 볼일을 볼 때 장난기가 발동하면서 본색(本色)을 드러냈다. 설익은 사춘기 초년병(初年兵)인 남자아이 특유의 호기심이 집중된 그 부위의 낌새는 이상야릇한 탐구욕을 자극했다.


소년에서 남자로 변신하는 사춘기 초입에서 아이들은 남몰래 어른의 세계를 힐끔거리고 싶은 본능이 일었으나 그것을 채워줄 마땅한 수단이 별로 없었다. 그마저도 집안과 학교 안팎의 철통같은 감시의 눈초리에 이 눈치 저 눈치 사이를 오가며 홀로 조바심만 낼 뿐이었다. 그렇다고 끙끙거리기만 하고 물러서면 풋풋한 청춘답지 않은 법,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돌파구를 찾아냈다.


#성적(性的) 호기심 탐구의 교과서와 참고서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라는 격언은 그 무렵 아이들에게도 예외일 수 없었고 몸소 앞장서 이를 실천하는 구세주 같은 아이도 어김없이 나왔다. 그 시절 아이들이 궁금해 한 호기심 탐구의 교과서는 입문용인 성인용 주간지가 첫손에 꼽혔고 심화 학습을 할 수 있는 참고서로는 성인 만화가 있었다.


주간지는 이따금 집안에도 굴러다녔고 시내 가판대나 버스터미널 잡화점 진열장에서도 어깨너머로 엿볼 수 있었으나 성인 만화는 차원이 달랐다. 주간지에서는 볼 수 없는 노골적인 장면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었다. 어디서 어떻게 구했는지, 우리 반에서도 성인 만화를 몰래 꺼내 들고 쉬는 시간마다 은밀하게 호객 행위를 일삼는 아이가 있었다. 수박 겉핥기식의 눈동냥으로 휘리릭, 하고 보는 둥 마는 둥 아쉬움을 달랜 아이들이 많았으나 승부 욕구가 남다른 아이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손에 넣기 어렵고 워낙 귀한 물품이라 대여비도 비쌀 수밖에 없었는데도 거액(巨額)을 털어 빌려 가고야 마는 아이가 꼭 있었다. 빌려주는 아이나, 빌리는 아이나 둘 다 적발되면 황천행(黃泉行)이라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데도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적이 없었다. 성인 만화는 문고판 크기였고 그림이 조악하나 선정성이 강해 호기심에 호응하기에는 모자람이 없었다.


#성적(性的) 호기심 탐구의 완결판, 성인잡지

1학년 2학기가 저물어 갈 즈음, 호기심 탐구의 완결판이랄 수 있는 물건 하나가 교실을 떠들썩하게 했다. 난생처음 보는 영문판 미국 성인잡지가 출현한 것인데 아이들 모두 난리가 났다. 잡지 이름이 성(性) 혁명의 원조 잡지인 플레이보이(Play Boy)와 펜트하우스(Penthouse), 허슬러(Hustler) 따위였고 맨살을 다 드러낸 육감적인 몸매의 금발(金髮) 머리에 푸른 눈을 한 서양 누드모델들이 숨 막히는 자세로 사춘기 소년들의 넋을 빼놓았다.


성인 만화와는 격이 다른 생생하고도 도발적인 컬러 사진을 본 아이들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신세계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잡지 속 사진의 잔상은 눈에서 지워지지 않았고 머릿속에 저장된 시각적 여운은 망각(忘却)의 강 저편으로 물러날 줄을 몰랐다.


#새로운 통과의례의 막전막후(幕前幕後)

사춘기의 밤은 깊어 가고 저마다의 성장통에 몸살을 앓는 아이들의 몸도 날로 예민해졌다. 성장 과정의 새로운 통과의례, 새로운 놀이에 눈을 뜬 아이들은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처럼 주체할 수 없는 황홀한 감정이 솟구쳐 올랐다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이내 맥이 탁 풀리는 기이한 경험에 식은땀을 흘렸다.


미국 성인잡지의 최초 출처는 미군 부대였다. 매달 발행되는 성인잡지는 정기적으로 미군 부대에서 대량 유통됐고 처치 곤란으로 넘쳐나는 물량은 시장의 원리에 따라 자연스레 국내 중고 서적상에게로 넘어왔다. 음란물 단속이 엄격할 때라 판매상들도 대놓고 거래할 수는 없었고 가게 내의 별도 공간에 묻어둔 채 눈도장을 찍은 고객들에게만 웃돈을 얹어 팔곤 했다.


문제의 성인잡지를 학생들 앞에 슬그머니 내민 우리 반의 그 아이는 세칭(世稱) 좀 노는 아이였는데 어떻게 구했는지는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디지털 세대로 마음만 먹으면 온갖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요즘 중학생들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이듯이, 그때 어른들의 눈에 비친 내 또래의 아이들 세계도 딴 세상이었다.


1975년의 중학교 신입생 시절은 그렇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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