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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공의 미학(美學)

축구 7. 축구 경기의 규칙

by 박인권

축구 7. 축구 경기의 규칙


#판정과 오심

축구 경기의 규칙은 단순하나 심판의 주관적인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오심(誤審)의 가능성이 존재하고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규칙의 단순성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판정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셈이다. 축구보다 규칙의 영역이 복잡하고 촘촘한 종목이더라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판정은 심판의 몫이기 때문이다. 모든 스포츠 세계에서 판정 논란을 피할 수 없는 것은 그래서다.


그러나 명백하고 고의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심판의 판정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게 축구를 비롯한 모든 종목의 기본 정신이다. 심판도 사람이라 때로는 판정상 흠결이 있을 수 있으나 이 자체도 경기의 일부라는 뜻이다. 이점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모든 스포츠는 근본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 다만 심판 스스로 자기 검열에 엄격해야 하는 것이 전제 조건임은 물론이다. 종목을 망라하고 심판의 판정에 대한 논란은 있어 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축구, 나아가 스포츠의 매력이란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축구 경기는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 15분 간의 휴식 시간을 빼고는 인 플레이 상태가 계속된다. ⓒMostafameraji • wikipedia commons, public domain


스포츠에서 오심이나 애매한 판정의 개연성에 대한 명언(名言)이 있다. “심판도 할 말 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심판으로 활동했던 론 루치아노(1937~1995)의 저서 제목이자 그가 한 말이다. 루치아노는 책에서 매 순간 숙명적으로 즉각적인 판정을 내려야 하는 심판은 그에 따르는 온갖 비난을 스스로 감수할 수밖에 없어 고독하다고 역설했다. 1986년 국내에도 번역 출간됐다(이종남 옮김, 태종 출판사).


#로봇심판의 등장

볼 판정에 대한 항의와 시비를 완화하는 장치로 국내 프로야구에는 로봇심판까지 등장했다. 홈플레이트를 지나가는 투구(投球)의 볼, 스트라이크 여부를 로봇이 판정하는 투구 판정 시스템으로 2024년 KBO(한국야구위원회)가 도입했다. 스트라이크 존의 일관성과 정확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 인간미가 덜하고 야구의 묘미가 반감됐다는 일부 반응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축구 경기의 모든 규칙은 140년의 역사를 지닌 IFAB(국제축구평의회, International Football Association Board)에서 정한다. IFAB는 축구 규칙과 경기 방식을 결정하는 협의체로 1886년 결성됐다. 구성원은 모두 8명으로 잉글랜드 축구협회, 스코틀랜드 축구협회, 웨일스 축구협회, 북아일랜드 축구협회의 대표자 4인과 FIFA(국제축구연맹) 대표자 4인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려면 8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세계 각국의 축구협회는 IFAB에서 정한 안(安)에 따라야 한다.


경기장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에 대한 판정은 주심의 고유 권한이다. ⓒAnders Henrikson • wikipedia commons, public domain


축구는 상대 골대 안으로 더 많은 골을 넣은 팀이 이긴다. 한 팀은 11명, 경기 시간은 전후반 90분. 골대는 골이 들어가는 골문을 명시하기 위해 세운 두 개의 수직 기둥인 포스트를, 크로스바는 골대 위를 가로지른 길고 가는 막대를 말한다. 골대 높이는 지면에서 크로스바 아랫부분까지의 거리로 2.44m, 골대 너비는 양 포스트 안쪽 간의 거리로 7.32m다.


#작전 타임이 없는 축구 경기

축구 경기는 일부 구기 종목에서 허용되는 작전 타임이 없다.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 15분간의 휴식 시간을 빼고는 인 플레이 상태가 계속된다. 경기가 중단되는 경우는 주심(主審)의 휘슬이 울렸을 때나 공이 터치라인 또는 골라인을 벗어났을 때뿐이다. 주심은 반칙이 일어났을 때나 선수가 부상으로 쓰러졌을 때, 선수 교체 상황 때, 외부 요인에 의해 경기를 속행할 수 없을 때 휘슬을 분다. 반칙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주심의 고유 권한이다.


반칙 중 유일하게 오프사이드만 부심(副審)이 판단한다. 주심보다 부심이 오프사이드인지 아닌지 가려내기에 더 나은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두 명의 부심은 경기장을 양분해 늘 각자 마지막에서 두 번째 수비수와 일직선을 유지해야 한다. 볼이 두 번째 수비수보다 골라인에 가까이 있을 때는 볼과 동일한 선상에 있어야 한다. 오프사이드를 판단할 때 더 나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위험한 플레이를 펼친 선수에게 경고 판정을 내리고 있는 주심. ⓒHolger Motzkau • wikipedia/wikimedia Commons


공이 골키퍼를 제외한 필드플레이어의 손이나 팔에 맞으면 핸드볼 반칙(핸들링), 공이 터치라인 밖으로 나가면 아웃, 골라인을 벗어나도 아웃이다. 터치라인 아웃 시 상대 팀이 스로인 공격권을 갖는다. 스로인은 필드플레이어가 손으로 공을 만질 수 있는 유일한 상황이다. 골라인 아웃 시에는 두 가지 상황이 발생한다. 공이 아웃 되기 전 공을 건드린 선수가 수비 진영 소속일 경우 공격팀에게 코너킥 기회가 주어지고, 공격 진영 소속일 경우에는 수비팀에게 골킥의 권한이 부여된다.


사각형인 축구장의 두 개의 긴 경계선을 터치라인, 두 개의 짧은 경계선을 골라인이라 한다. 터치라인은 최소 90m~최대 120m, 골라인은 최소 45m~최대 90m, 국제 경기 규격은 터치라인이 최소 100m~최대 110m, 골라인이 최소 64m~최대 75m로 규정돼 있다.


경기 중인 부심의 모습. ⓒSteindy • wikipedia commons, public domain


#비디오 판독 시스템

축구의 반칙은 모두 신체와 관련이 있다. 핸들링이 그렇고 상대 선수 발이나 몸을 걷어차고 발을 밟고 걸거나 밀어 넘어뜨리고 손으로 잡아당기고 공이 아닌 사람을 겨냥한 태클과 상대 선수 뒤에서 시도하는 백태클이 그렇다.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면 당연히 퇴장이다. 몸과 몸이 부딪히는 경기 속성상 정당한 몸싸움은 허용된다. 신체 조건이 좋은 선수나 체력과 맷집이 뛰어난 선수가 유리한 이유다. 반칙은 규칙을 어긴 행위나 비신사적 행위, 위험한 플레이가 나왔을 때 주심의 판정에 따라 효력이 발생한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핸드볼 파울 등 수비수가 직접 프리킥에 해당하는 반칙을 하면 상대팀에게 페널티킥이 주어져 치명적이다. 확률상 페널티킥은 곧 골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심리적 압박감에 따른 키커의 실축 등과 같은 변수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페널티킥의 성공률은 70~80%라고 한다.


스로인은 필드플레이어가 손으로 공을 만질 수 있는 유일한 상황이다. ⓒMichael Barera • wikipedia commons, public domain


축구 규칙으로 명문화된 반칙과 관련한 세부 사항은 경우의 수가 많다. 주심의 주관적 판단이 불가피한 판정에 공신력을 부여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줄이고자 한 조치일 것이다. 그렇다고 판정 시비가 사라질 수는 없다. 판정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보완 장치로 도입한 것이 비디오 판독(VAR, Video Assistant Referee) 시스템이다. 비디오 판독은 오심(誤審)의 염려가 있을 때 비디오 판독실 내 경기 영상 송출 화면을 확인한 비디오 담당 심판의 고지(告知)나 권유를 주심이 수용하면 실시된다. 반드시 주심이 판정을 내린 후에만 시행할 수 있다. 비디오 판독 후 내려지는 최종 판정은 주심의 권한이다. 비디오 판독이 적용되는 상황은 다음과 같다.


▲골/노(No) 골 판정, ▲페널티킥 판정, ▲오프사이드 판정, ▲핸드볼 파울 판정, ▲축구공 전체가 골라인을 벗어났는지에 대한 판정, ▲즉각 퇴장 판정, ▲주심이 반칙을 한 팀의 당사자를 착각해 그 팀의 다른 선수에게 경고 또는 퇴장 조치한 판정


2016 FIFA 클럽 월드컵 때 처음 도입된 비디오 판독 시스템은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벌어지는 리그나 대회에서 시행되고 있다. 월드컵 무대에서는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때부터 적용되고 있다. 한국 프로축구 K리그 1에서도 2017년 7월 1일부터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비디오 판독 상황에서 플레이 화면을 확인하고 있는 주심. ⓒWerner100359 • wikipedia commons, public domain


#‘신의 손’ 사건

오심과 관련해 유명한 장면이 있다. 마라도나(1960~2020)의 ‘신의 손’ 사건이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전에서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가 잉글랜드 골키퍼 피터 쉴튼(1949~)과 공중볼을 다투던 중 머리가 아닌 왼손으로 볼을 건드렸으나 주심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골로 인정한 오심의 대표적인 사례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마라도나가 “신의 손이 득점한 것”이라고 말한 데서 유래된 명칭이다. 마라도나는 훗날 자서전에서 손으로 골을 넣은 사실을 인정했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존재했다면 마라도나의 ‘신의 손’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스포츠는 규칙에 입각한 페어플레이 정신을 근간으로 공정한 경쟁을 펼치는 게임이다. 오심은 공정성을 해친다는 점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예측 불가의 상황 앞에서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판정의 특성을 마냥 무시할 수만도 없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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