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산책
그림책 '아저씨의 우산'에서 시작된 이야기
by 도랑 도랑 그림책 사이 Oct 6. 2021
(비-가 내리면 또롱또롱 또로롱)
(비~가 내리면 첨벙첨벙 처엄벙)
"오늘은 비가 오니까 산책가자. 얘들아, 우리 노래에서처럼 정말 그렇게 또롱또롱일까? 정말 그렇게 첨벙첨벙일까? 우리 나가서 한번 해보지 않을래?"
어마 어마한 기회가 온 것 마냥 호들갑을 살짝 걸치고 바람을 넣어본다.
이어지는 흥얼거림.
(비-가 내리면 또롱또롱 또로롱)
(비~가 내리면 첨벙첨벙 처엄벙)
아이들에게 그림책 '아저씨의 우산'을 읽어주다가 그만 저도 모르게 나만의 멜로디를 입혀 부르게 된 날이 있었다. 그림책 이야기 속에 풍덩 빠질 때 나의 낭독은 종종 즉흥적인 노래가 된다.
째즈의 선율처럼 이어지는 다음 노트가 어디로 향할 지는 아무도 모른 채 말이다.
금새 따라 부르는 아이들. 내 멜로디가 좋은건가. 내가 이렇게 좋은 것처럼? 정말 같은 마음인걸까.
엄마의 마구잡이 노래도 즐겨주다니.
이건 진실로 엄마 만이 향유할 수 있는 인생 최고의 기쁜 맛이다.
산책 길로 통하는 등원 길목에서 이 시간과 공간에 가득 찬 아이들의 목소리는 바람 결과 빗소리와 어우려져 그 어떤 그림도, 그 어떤 음악도, 그 어떤 감상도 애써 구하지 않아도 되는 예술이 된다.
화창한 등원 길이지만 계절과 날씨에 따라 뉘앙스가 바뀌는 시공간에서 아이들은 나뭇잎, 도토리, 달팽이, 지렁이, 참새, 박새 등 매일 매일 다양한 생물들을 만나고 있다.엄마의 질문에 흥쾌히 귀 기울여주고 응답해주는 아이들이 얼마나 감사한 존재인지 깨닫게 된 날.
"그런데 엄마는 빗소리가 정말 노래 가사처럼 또롱또롱 소리나는지 궁금해" 운을 띄웠을 때,
"응. 우산에 떨어지는 소리는 '퍼득퍼득'이고, 웅덩이에 떨어지는 소리는 '퐁퐁퐁'이고,
저 기둥에서 떨어지는 소리는 '투둑투둑'이예요." 라는 아이들의 응답을 들었다.
[에피소드 2]
이 날 우리 아이들이 비둘기를 쫓아갔던 이유는,
비둘기 흉내를 내서라도 비둘기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했던 그 이유는, 비둘기에게 우산을 씌워 주기 위함이었다.
그 말을 아이로부터 들었을 때 성인이 된 후로 거의 느낄 수 없었던 인간의 '선량한 마음'에 벅차올랐다.
그건 아주 생소한 느낌이었고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상상으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값진 순간이었다는 것을 꼭 기억하고 싶다.
나와 아이들만이 아는 그 비오는 날의 노트.
(비~가 내리면 또롱또롱 또로롱)
(비~가 내리면 첨벙첨벙 처엄벙)
언젠가 피아노 건반을 만나는 날 꼭 찾아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