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처음 필라테스 강사로서 수업을 시작할 때,
나는 그리 떨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미 요가 강의 경험도 있었고,
사람들 앞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익숙했으니까.
그런데 막상 강사로서 수업을 진행하려고 하니,
머리가 하얘지고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쑥스럽고, 실수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자꾸 위축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긴장이라고 생각했지만,
수업 시간이 다가올수록 공황처럼 심장이 빠르게 뛰고,
숨이 가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사람이었구나.
그런데 문제는, 나는 이미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강사가 된 상태였다는 것이다. 도망칠 수도 없었다.
돈을 벌어야 했고, 그래서 이걸 이겨내야만 했다.
“어떻게 하면 수업을 잘할 수 있을까?”
그때부터 나는 나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괜찮아, 할 수 있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러나 마인드 컨트롤이란 단순히
주문을 외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몸을 움직이며 익숙해질 때까지,
꾸준히 반복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매일 연습하고, 운동하면서 다시 수업을 준비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달았다.
“이 힘든 순간을 넘어서면 나는 또 한 걸음 성장한다.”
언젠가부터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물론 여전히 긴장은 되지만,
그 긴장이 나를 압도하지는 않는다.
이제는 내 몸과 마음이 그 감정을 견디고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문득 예전에 친구와 함께 여행을 갔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 우리는 기차역까지 걸어가야 했는데,
가는 길에 긴 터널이 하나 있었다.
핸드폰 지도에는 터널 너머에
바로 기차역이 있다고 나와 있었지만,
그곳에는 인도가 없었고,
코너를 돌아야만 터널 끝이 보이는 구조였다.
나는 무서웠다. 혹시 차가 오면 어쩌지?
터널 속에서 길을 잃으면 어쩌지?
친구에게 “그냥 버스를 타자”고 말했다.
하지만 친구는 “돈 아껴야지! 바로 기차역이라니까!!!
차 안오니까 가보자”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도 없는 터널을
지나간다는 게, 무모한 일이지만...
돈이 정말 없었으므로...
그렇게 조심스레 친구뒤를 따라
한 걸음씩 터널을 걸어들어갔다.
그리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코너를 딱 돌자마자,
거짓말처럼 기차역이 바로 앞에 보였다.
그 순간 생각했다.
‘아, 이렇게 가까운 곳이었구나. 괜히 겁을 먹고 주저했던 거였구나.’
운동도, 그리고 삶도 그런 것 같다.
처음에는 너무 멀고,
너무 힘들어 보여서 포기하고 싶지만,
조금만 더 버티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면
내가 그렇게 두려워했던 벽 너머에는 새로운 가능성이 펼쳐져 있다.
필라테스 강사로서 꾸준히 수업을 해나가면서,
나는 알게 되었다.
무섭다고 멈춰버리면
나는 그대로 머물러 있을 뿐이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면
그 너머에 전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는 것을.
운동은 내게 몸을 단련하는 법뿐만 아니라,
마음을 단련하는 법도 가르쳐 주었다.
인내하는 법, 꾸준함의 힘, 그리고 나를 돌보는 방법까지.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몸을 움직인다.
그게 나를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해줄 거라는 걸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