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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렘베어 Jan 17. 2023

구두장이는 가장 안 좋은 신발을 신는다.

Les cordonniers sont les plus mal…

구두장이는 (언제나) 가장 안 좋은 신발을 신는다(Les cordonniers sont (toujours) les plus mal chaussés).


일에 열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장인 정신, 혹은 완벽하고자 하는 열망에 깃든 집념과 인내를 엿볼 수 있달까. 다만, 어떤 이들은 일을 마친 뒤 근무 공간 바깥에서는 될 수 있으면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해 말하거나 생각하는 것을 삼가기도 한다.


프랑스에서는 구두장이, 즉 가죽 구두를 만드는 제화공 혹은 구두수선공을 코흐도니에(cordonnier)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가죽 재료를 가공하는 고장이었던 스페인의 코르도바(Córdoba: Cordoue)에서 유래했다.


속담에 등장하는 구두장이는 제화 작업에 지쳤거나 너무 바쁜 이유로 자신의 신발에 소홀히 하게 되었을 것이다. ‘구두장이는 언제나 제일 안 좋은 신발을 신는다’라는 속담은 일이 너무 바쁜 나머지 자기 자신을 돌볼 시간이 없거나, 혹은 자신의 전문적인 업무를 굳이 자유시간에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의미를 담고 있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영미권에도 보편적으로 퍼져 있는 속담이다.


조금 변형기출된 속담으로는 '구두장이의 자식은 언제나 맨발이다(The shoemaker's son always goes barefoot)'라는  있다. 가장 가까운 주변인을 소홀히 하기 쉽는 뜻이다.


속담의 어원은 3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는 16세기의 문인 몽테뉴(Michel de Montaigne, 1533-1592)의 <수상록Les Essais>(1580)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우리가 누더기 신을 신은 사람을 볼 때, 그게 구두공이어도 놀랍진 않으리라 말한다. 똑같이 우리는 부실하게 치료받는 의사, 교화가 덜 된 신학자, 그리고 다른 이보다 능숙하지 못한 학자를 종종 보는 것 같다.
Quand nous voyons un homme mal chaussé, nous disons que ce n'est pas merveille s'il est chaussetier ; de mesme il semble que nous voyons souvent un medecin plus mal medeciné, un theologien moins reformé, et coustumierement un sçavant moins suffisant qu'un autre.
- 몽테뉴, <수상록> édition Musard, XIV, pp 91.

몽테뉴의 서술은 위 속담과는 다른 맥락을 가진다. 는 플라톤의 국가론을 인용하며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부여받은 천성(nature)에 따라 직업을 가지게 됨을 강조하고, 천성에 따른 직업을 가지지 않은 세태를 꼬집으며 교육의 필요성을 말한다. 그러나 1656년 프랑스의 속담집 <Curiositez françoises>에는 ‘안 좋은 신발을 신은 구두장이들만 있다Il n’y a que les cordonniers de mal chaussez’라는 중세어 속담이 존재하고, '무언가를 할 줄 아는데도 일상에서는 모자란 이들'로 뜻풀이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속담이 몽테뉴 이전에 이미 있었던 일 수도 있다.


레몬디니, 성 크리스피노와 크리스피니아누스(18세기 이탈리아)

두 번째는 카톨릭의 구두장이 수호성인에 얽힌 이야기다. 제화공의 수호성인은 성 크리스피누스(Crispinus 혹은 크리스피노)와 성 크리스피니아누스(Crispinianus)인데, 3세기에 로마를 탈출하여 프랑스의 수아송(Soissons)지방에 정착하여 제화공의 삶을 산다. 이를 기리며 1645년 앙리 미셸 부쉬(Henry Michel Buch, 1608?-1666)와 랑티 남작(Gastin de Renty, 1611-1649)구두장이와 재단사 형제 연합(Sociétés des frères cordonniers et des frères tailleurs)을 만들었는데, 이들은 수호성인들처럼 가난한 자를 위해 좋은 신발을 주고 자신들은 언제나 낡아 떨어진 신발을 신고자 했다. 제화공 수호성인의 축일은 10월 25일이다.


세 번째는 위키사전​에 적혀 있는 슬픈 역사적 배경이다. 이 설에 따르면,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쟁의 상처로 불구자가 된 사람들이 많았다. 이러한 불구자들은 제대로 일하기가 힘들었는데, 따라서 한자리에 앉아서 일하는 직업인 구두장이나 구두수선공을 선호했다. 이들은 가난했고 때로는 다리 하나가 없는 경우도 있었. 속담은 이러한 배경을 반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참고자료 :

몽테뉴, <수상록Les essais> 권1 https://fr.m.wikisource.org/wiki/Essais/Livre_I 1840 Ed.

Oudin, Curiositez françoises, 1656.   

수호성인 이미지 https://fr.m.wikipedia.org/wiki/Cr%C3%A9pin_et_Cr%C3%A9pinien#/media/Fichier%3ACrispino_e_Crispiniano.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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