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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호 Sep 19. 2022

할 얘기가 없어도 괜찮아

 점심식사 후 후배 사원과 커피를 사러 갔다 오는 길. 주변 직장인들이 편의점과 카페 앞에 삼사오오 모여 왁자지껄하다. 무슨 할 얘기가 그렇게도 많을까? 나는 커피 사러 가는 길에 아무 말이 없었고, 사면서는 뭐 마실 거냐는 질문 한 마디를 한 후, 돌아오는 길에도 아무 말이 없었다.


 같이 커피를 사러 간 신입 후배에게 관심이 없어서인 것 같기도, 누구랑 얘기할 에너지가 없어서인 것 같기도 하다. 굳이 말을 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 점이 가장 크다. 내 목적은 오후에 마실 커피를 사는 것이고, 내 것을 사러 가는 김에 후배 사원에게 커피 사러 갈 건데 같이 갈 거냐고 물어본 거고, 그렇게 커피를 사 왔으면 미션 완료. 목적 달성. 이야기가 오가야 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러니 아무 말이 없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내 이성은 받아들이는데, 떠들썩한 주변을 보니 내가 잘못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사회성이 떨어져서 또 이렇게 가벼운 잡담 하나도 못 하는 사람이고, 꾹 다문 입과 숨 막히는 침묵으로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이고, 이렇고 저렇고 하는 생각들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할 얘기가 없고, 그래서 아무 말도 안 한다는 건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럽고 정상적이다. 할 얘기가 없어도 괜찮다. 굳이 아무 말이나 하지 않아도, 수다 떨어야 할 의무 같은 건 어디에도 없으니 괜찮다. 그 순간에 이렇고 저렇고 하는 자기 비하적인 생각들이 들었어도, 그게 아니라는 걸 지금은 잘 아니까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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