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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병택 Apr 23. 2021

내 허리가 아프다는 것을 널리 알려 도움을 받아야 한다

허리디스크, 허리통증의 실전 관리

  

  “허리도 아프고 목, 어깨, 팔꿈치, 손목, 무릎 등 안 아픈 데가 없어요.”, “아픈데도 많고 통증이 심하신데 평소에 어떻게 지내시나요?”, “하루 종일 제사 음식 만들고 준비하고 일 년 내내 그게 일이예요.”, “치료를 받은 적 있으신가요?”, “어떤 치료도 안 받았어요. 종갓집 맏며느리라 일이 많아요. 병원에 21년 만에 처음 왔네요.”, “가족들에게 알리진 않으셨나요?”, “다들 아프니까 그러려니 하고 부러지거나 눈에 보이는 게 없으니까 말하기도 그래서 참았어요.”    


  병원 치료실에서 근무할 때 일이다. 종갓집 맏며느리신데 아프다는 말을 못하고 참다가 병을 키워서 오신 것이다. 의외로 통증을 참는 사람이 많다. 보이지 않는 병이 더 무서운 법인데 눈에 보이는 외상이 아니면 가족들이나 동료, 지인들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 아프다고 하면 주변에서 도와주지만 만성이 되면 다들 그러려니 하는 경우도 있다. 아프면 서러운데 몰라주면 더 서러운 법이다. 통증이 더 빨리 회복되려면 내가 허리가 아프다는 것을 널리 알려 도움을 받아야 한다.    

 

  ‘병은 소문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허리통증은 혼자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갑자기 아파서 병원에 못 가는 상황이면 가족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허리 수술 후에 움직임이 불편하면 가족이 돌봐줘야 한다. 처음부터 혼자 허리통증을 해결하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만성 허리통증이거나 허리에 대한 공부가 충분하지 않을 때는 의료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일상생활과 업무 등은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한다. 통증과 어떤 동작이 아픈지를 설명하고 무리한 동작이 되는 작업환경과 업무를 수정해야 한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감정을 숨기는 사람일수록 불안 증상이 더 있다고 한다. 만성 허리통증 환자가 분노를 억제하는 성향이 강할수록 허리근육이 더 긴장되어 있다고 한다.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숨기면 불안감이 커져 만성 허리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허리통증에 의한 스트레스와 불안은 몸을 긴장시키고 척추의 움직임이 떨어지게 한다.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가족과 주변의 도움도 받고 허리통증을 잘 표현해야 한다.    


  50대 후반의 여성 환자는 허리디스크 탈출증과 협착증이 동시에 있었다. 잠을 잘 때도 허리, 골반 통증이 심하고 다리도 저리고 쥐가 난다고 했다. 30대와 40대 때 한 번씩 총 2번의 수술 경험이 있어서 더 이상 수술은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MRI상 허리뼈(요추) 제4번-5번(L4-5), 요추 제5번-천추 1번(L5-S1) 디스크가 퇴행성 변화와 함께 탈출된 상태였다. 신경이 나오는 추간공도 좁아져 있었다. 5분을 걷기도 힘들도 통증도 심한 상태였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아 체력도 약한 상태로 약과 주사 치료를 받고 있었다. 다행히 여러 의사들의 진료 소견 상 다시 수술할 상황은 아니었다.     


  평가를 하며 이야기를 해보니 매우 꼼꼼한 성격이시며 하루에 한 번씩 대청소를 하고 집안일을 많이 하셨다. 통증이 심한 후 집안일을 줄였는지 여쭤보니 여전히 한다는 것이다. 집에 먼지가 보이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냐고 반문하셨다. 부지런한 성향으로 잠시도 가만히 안 있고 일을 하니 무리가 된 것이다. 집안일을 가족과 같이 하냐고 물어보니 혼자서 다 한다고 하셨다. 무거운 냄비나 물건을 잠깐 옮길 때 가족들에게 하게 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청소도 일주일에 2번만 하고 설거지나 요리도 최소화할 것을 권유했다.   

  

  환자분의 남편께 직접 이야기를 드렸다. 무거운 것과 무리가 될 일을 대부분 도와주고 신경을 많이 써주라고 말씀드렸다. 무리가 돼서 수술을 하게 되면 가족들도 더 고생한다는 말을 했다. 몇 개월 동안 심했던 통증이 그렇게 이야기 하고 7주째 됐을 때 감쪽같이 없어졌다. 예후가 길어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빨리 회복된 것이다. 디스크 탈출은 심할수록 더 회복이 빠른 경우가 많다. 밝은 목소리로 하는 말씀이 통증이 없어져서 좋고 남편이 집안일을 많이 도와줘서 더 좋다고 하셨다. 아프면 수술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족들이 하고 있었는데 많이 도와주면서 쌓였던 스트레스도 사라진 것이다. 아파도 신경을 안 써준 것이 어쩌면 더 심리적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30대 후반의 직장인 남성은 만성 허리통증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여러 치료와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했다고 한다. 평가를 하면서 이야기를 해보니 야근을 자주 하고 뻣뻣한 몸 상태였다.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로 긴장도 심했다. 직장에서 자신이 아픈 것을 알리면 나약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자세도 바른 편이고 평소 내색을 안 하는 사람이 업무를 줄이려고 꾀병을 부리는 것처럼 보일까봐 더 걱정하는 것이었다. 의외로 꾀병으로 보일까봐 통증이 심해도 직장에서 내색을 안 하는 사람이 많다.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숨기면 불안감이 커지고 스트레스가 쌓여 긴장하고 척추 움직임이 안 일어나 회복도 더뎌진다. 몸에 맞는 운동과 나쁜 자세를 피하고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심리사회적인 요인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만성 허리통증 변수는 심리사회적 변수가 크다. 몸을 더 빨리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직장 동료들에게 이야기하고 야근을 줄이면서 재활하길 권유했다. 그렇게 직장 동료들에게 이야기하고 업무 부담을 줄이고 재활운동에 집중하자 3개월 정도 후 회복되었다.     


  만성 허리통증 환자들 중 특정한 성격 유형이 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양심적으로 행동하며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책임감이 강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한다. 아프더라도 일은 잘하고 끝까지 마무리하자는 완벽주의자 성향도 있다. 허리가 아프다는 것도 잘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파도 참고 치료 받으면 되겠지 하지만 현대인은 일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업무 환경과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회복이 더딜 수 있다. 치료 받는 시간은 짧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긴 시간을 보내는 직장과 집 안에서 상황이 더 중요한 것이다.  

  

  내가 허리가 아프다는 것을 널리 알려 도움을 받아야 한다. 가족, 직장 동료, 지인들에게 알려 도움을 받고 무리가 덜 되는 환경과 상황으로 만드는 것도 재활의 한 과정이다. 만성 허리통증은 오랫동안 쌓여서 온 것이다. 내 신체적인 문제의 변화뿐만 아니라 심리사회적 요인도 영향을 받는다. 생체심리사회적 요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과 상황을 바꾸기 위해선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피해를 준다는 생각을 하지 말자. 내 몸이 건강하면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 인생은 혼자가 아니다. 상부상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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