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용머니 Apr 30. 2021

파생상품의 개념과 목적 진짜 쉽게 설명해 보자.


투자업계에 있으면서 강의나 설명회를 나갈 때가 많다. 그 때마다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투자쪽 내용들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잘 듣고 있으면 그 중 대부분은 파생상품 관련 용어 때문에 어려워 한다. 주식이나 채권 등은 일반인들도 많이 접하니까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하는데 선물, 옵션, 헷지, 차익거래 이런 것들 때문에 시장을 이해하는 데 힘들어 하는 것이다. 


사실 필자도 본래 파생상품 전공으로 이 바닥에 들어왔다. 대학원에서 그 쪽 공부를 주로 했고, 논문도 그 쪽으로 쓰고... 아무래도, 이과 쪽 출신이다 보니 수학이나 프로그램이 가능해서 금융쪽에 진출하려면 파생상품 쪽이 유리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길이기도 하다. 돈에 대해 배울려고 왔더니, 열심히 수학문제만 푼 기억밖에는 없다.


어쨌든, 파생상품은 깊게 들어가면 굉장히 어렵고, 복잡하고, 수학이나 프로그래밍도 많이 사용된다. 그래서, 아예 금융공학(Financial Engineering)에서 많이 다루고 있고, 월가에서도 한 때 NASA에서 퇴직한 로켓 사이언티스트들이 주로 다루던 분야이기도 했다.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 서브프라임 사태도 파생상품이 주역이고, 가끔씩 선물옵션 만기일날 주가지수를 급등락시키는 대형사고를 치기도 하고...필자가 근무하면서 중소형 규모의 운용사 하나가 하루 아침에 망하는 꼴을 봤다. 또한, 멀쩡한 대기업이 날라가는 것도 보고. 


암튼 그래서, 워렌 버핏은 파생상품을 금융시장의 대량살상무기라고까지 했다.(아 그 분은 이 쪽 전문가는 아니다. 그만큼 무섭다는 거겠지) 그래도, 파생상품 규모가 워낙 거대하고, 현대 금융시장의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금융시장을 이해할려면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한다. 역사도 무지 길다.



파생상품(derivatives)은 기초자산(underlying asset)의 가치를 바탕으로 파생된 계약이다. 파생상품 중 하나인 선물(futures)을 예를 들어보겠다. 엄밀하게는 선도거래(forward)이고, 이자율이니 보관비용이니 이런거 다 고려해야 하지만 전부 무시하고 개념 이해를 위해 굉장히 단순화시키겠다.



현재 100만원짜리 골드바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지금 사지 않고 일년 뒤에 120만원 주고 사겠다고 계약을 했다. 나중에 일년 뒤에 이 골드바가 200만원이 되었다고 해 보자. 아싸. 나는 200만원짜리를 120만원을 내고 사는 것이다. 80만원 이득이다. 근데 파는 사람은? 200만원짜리를 120만원에 파는 것이다. 즉 80만원 손해이다. 이게 선물거래이다. 참 쉽죠~~?



이때 골드바가 기초자산(underlying asset)이다. 선물과 대응되는 의미로 현물(Spot)이라고도 한다. 1년 뒤에 120만원 주고 사겠다고 하는 계약이 선물계약이다. 1년 뒤가 만기일(expiration date)이다. 사겠다고 하는 사람을 매수포지션(long position), 팔겠다고 하는 사람을 매도포지션(short position)이라고 한다. 선물 계약체결 할 때는 돈이 필요없고(실제로는 증거금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만기일에 가서 정산하는 것이다. 


괜히 용어만 어렵다. 근데, 이런 거래는 많지 않나? 아파트 선분양할 때 분양권도 그렇고, 뭐 노인분들 예로 잘 드는 밭떼기도 그렇고...역사도 무지 길다. 채만식의 탁류라는 장편소설도 미두거래, 일종의 쌀에 대한 선물거래를 배경으로 한다.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거래는 주가지수선물이다. 우리나라는 KOSPI200선물과 KOSDAQ150선물이 있는데, KOSPI200선물이 역사도 길고 압도적으로 거래량이 많다. 그 밖에도 국채선물도 있고,원달러 선물도 있고, 금선물도 있다. 파생상품의 일종인 주가지수옵션도 거래가 아주 잘된다.



근데 선물거래(파생상품 거래)를 왜 하는가? 


세 가지 목적이 보통 있다.

첫째 위험관리, 소위 헷지(hedge) 목적이다. 내가 원유채굴업자인데 열심히 채굴해서 1년 뒤에 판다고 가정하자. 근데 유가가 폭락하면, 나는 망한다. 그래서, 원유선물을 매도한다. 유가가 폭락하면 내가 파는 원유값에서는 손해가 나지만 그만큼 원유선물 매도포지션에서 이익이 난다.



둘째 투기거래(speculation). 말 그대로 올라갈 거 같으면 매수포지션, 내려갈 거 같으면 매도포지션을 취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선물에서는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1억원어치 주식선물을 산다고 1억원을 내지 않는다. 보통 증거금이라고 해서 내는데 예를 들어 2,000만원을 낸다고 하자. 그럼 5배로 레버리지가 가능한 것이다. 즉, 이런 레버리지 때문에 선물거래가 위험하다고 하는 것이다.



셋째 차익거래(arbitrage)이다. 이게 주로 주식 시장을 뒤흔드는 장본인이다. 필자도 이거 한 때 많이 했다. 선물이랑 현물은 각각 거래가 이루어지는데 어떤 때는 선물가격이 현물에 비해 엄청 싸다고 해 보자. 그럼, 선물을 사고 현물을 판다. 당연히 싼 거 사고 비싼 거 팔아야지...이게 프로그램매도 차익거래이다. 줄여서 매도차. 반대로 선물가격이 현물가격에 비해 엄청 비싸다고 해 보자. 이 때는 선물을 팔고 현물을 산다. 이게 바로 프로그램 매수 차익거래이다. 줄여서 매수차. 


근데 이런 거래가 짧은 시간에 대량으로 이루어진다. 주로 기관투자자나 외국인이 거래를 하고, 당연히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게 된다. 즉 선물가격이 현물가격에 충격을 주는 왝더독(wag the dog)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특히 선물옵션 만기일에는 이 현상이 더 빈번하고 강하게 일어난다. 그래서 세마녀의 날이니, 네마녀의 날이니 하고 부르는 것이다. 사고도 이 때 많이 터진다.



결론... 파생상품은 기초자산을 근거로 하지만 그 기초자산에도 영향을 준다. 금융시장을 이해할려면 파생상품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가 필요하다. 천천히 알아보자. 가끔씩 사례 위주로 소개해 줄 기회가 있을 것이다. 한 방에 초대형 기업들이 파생상품으로 날아간 재미있는 스토리를......



이전 06화 분산투자가 뭐가 좋다는 건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