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하는 것은 숨쉬기
들이마시고 내쉬고 들이마시고 내쉬고
계단을 내려가 우거진 나무숲 사이로 부는 바람 곁을 지날 땐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고
계단을 오르며 잰 걸음으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사람들 곁을 지날 땐
짧게 들이마시고 내쉬고
나는 진흙 속에 묻혀도 작은 구멍을 찾아내고
물속에 잠겨도 기포들을 찾아내어
가느다랗게 명맥을 이어간다
끝내는 풍부한 허공 속에 얼굴을 들이밀고
거친 숨을 몰아쉬다 이내 잔잔한 숨결을 내뱉으며
주위를 둘러보고는 길고 낮게 탄복하겠지
나의 숨은 나의 의지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