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내 마음 속 호수에 던져진 돌이 불러온 변화
결국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막연히 내가 제일 먼저 이 팀을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단단한 착각이었다.
“사실은 저…” 라고 의미심장한 메신저를 보낼 때까지만 해도 나는 몰랐다.
‘에이 설마..’
근데 그 설마가 맞았다.
“저 퇴사해요. 이번 달 말까지만 다니는데, 아직 대부분 아직 모르고 계세요.”
정말 심장이 쿵 철렁 가라앉는다는 느낌이 이런 느낌이구나 했다. 그 메신저를 본 순간 심장이 쾅쾅 뛰고, 여러 감정이 뒤섞여 어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자세히 물어보니 이직은 아니고 그냥 거취가 정해지지 않은 쌩퇴사라고 하셨다. 하는 업무가 정말 많은데도 불구하고 항상 친절하게 웃는 얼굴이어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웃음 뒤에 견디지 못할 부담들이 있었던 것 같아 그걸 알아주지 못한 것이 내심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그분의 퇴사 소식은 나 뿐만 아니라 모든 팀원들의 분위기를 소란스럽게 하기 충분했다.
정말 좋았던 분이셔서 그 분이 떠난다는 소식이 믿기지가 않았다. 한편으로 그 분이 맡던 많은 일들이 남은 자들에게 떨어지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생각이 먼저 드는 내 자신이 약간 싫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후속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마침 다른 파트에서도 누군가 퇴사를 한 상태였고, 그 빈자리를 충원하면서 티오를 늘려 2명을 채용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나는 이번 과정을 겪으며, 내 스스로도 많이 반성하고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막연히 계속 다니고 있었던 이 회사, 내 직무에 나는 만족하고 있나? 이 일이 재미가 있나? 재미가 없다면 성취감은 충분히 느끼고 있나? 급여에는 만족을 하나?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이 일이 맞는가?
켜켜이 묵혀 두었던 내 고민보따리가 봇물 터지듯 튀어 나왔다. 그걸 채 정리할 시간도 없이 담당 업무의 성수기를 감당하였고, 여유로워진 지금에야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30살 먹고 아직도 진로고민이라니, 5년 전의 내가 본다면 참으로 절망적인 광경일 것이다. 하지만 오늘이 남은 날들 중 가장 빠른 날이라는 것을 알기에 시간이 날때마다 고민을 게을리 하지 않기로 했고,
그 결과…
나는 비롯 후 내가 관심이 있었던 분야에 대해 차츰 공부해보기로 결정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현실에 안주하며 미루어두었던 결심이었다. 일러스트라는 툴을 배워보고 싶어서 해당 강의를 수강신청 해 둔 상태이고, 뜬금 없지만 UI/UX와 관련된 툴인 Figma 관련 강의도 신청을 해두었다. 두 강의가 모두 같은 날에 개강이라 그걸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긴 하지만, 간만에 생긴 열정을 허무하게 꺼트리고 싶지 않은 기분이었다.
디자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는데, 한편으로 디자인은 전공이 아니면 조금 접근하기 어려운 느낌이었다. 또, 디자인은 적성과 흥미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재능을 더 많이 타는 영역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터라 (게다가 박봉이라는 만연한 인식도 한 몫했다.) 쉽게 도전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마침 시스템 담당자였는데 개편을 앞두고 관련 자료를 찾다가 UX/UI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접했다. 디자인적 요소가 100% 들어가는 분야이지만, UXR을 통해 사용자에 최적화된 디자인을 찾아 간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디자인에 근거를 부여한다는 점이 일반 디자인과는 좀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시스템 담당자로서도 사용자들이 접근할 때 이런 부분이 불편하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는데 그런 피드백을 근거로 디자인을 구현한다는 점이 꽤나 흥미로웠다.
그래서 당분간은 그쪽으로 공부를 더 해보고, 괜찮을 것 같으면(현실적인 여건이나, 스스로의 역량 등을 계측해보고) 이직처 없이 퇴사하여 부트캠프를 다녀볼까도 생각하고 있다. 아무래도 비전공자는 적극적으로 끌어주는 집단이 있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다. 도박이 될 수도 있지만, 잘하면 내가 그토록 원하던 프리랜서의 삶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직무이기 때문에 조금씩 간을 볼 예정이다.
이미 여기저기서 간을 많이 봐서 입이 짜지만, 밍숭맹숭한 삶보다는 낫지 않을까, 정신승리를 한다.
응원해 나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