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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담 Mar 21. 2016

이젠 내 것이 아니다

9 교토시 아침의 작은 카페에서

해는 살짝 늦잠을 자고 나와

기다림을 만들더니

느긋하니 창가에 앉아 나를 맞아준다.


호두나무 탁자에 걸터 앉아있길래

나는 반듯하니 의자에 앉았다.

카페엔 나와

아저씨 둘만 있는데

아저씬 커피를 내리느냐 정신이 아득해 지셔서

나만 거기. 있었다.

벽에는 Down by law 포스터가

선반에는 오래된 복슬 곰도리가

선명한 커피향이 그리고 반듯한 하얀 접시들이.


어제의 아득함은 멀어지는 생생한 감각들이

나를 거기 두어 쉬게 했다.


곧,

탱탱한 노랑의 반숙 후라이

노릇하지만 타지 않은 베이컨

물기가 맺힌 연약한 양배추

신선한 기름이 앉은 커피 한 잔,

을 아저씨가 가져다 주셨다.

조용한 아침 한 접시가 주는 그리움.


아직 엄마가 알람이던 시절,

잠에 취해 방문 틈새로 들어오는 냄새로 그날의 메뉴를 상상하곤 했다.

어째서인지 어린 나는 밥솥의 김냄새와 베이컨의 굽내를 자주 헷갈렸다.

정성스런 밥상 앞에서 "베이컨인줄"을 외치던 철없고 어린 나.


그 투정도, 다음날 올라와 있던 베이컨도.

그래, 이젠 내 것이 아니다.


카페 배경엔 뭔가 음악이 깔렸던거 같은데

기억 속에서 이 장면은

고요하기만 하고 작은 기계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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