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15분
붉게 달아오른 내 얼굴이
이미 당신에게 대답을 하고 있었다.
출근을 함과 동시에 퇴근시간만을 바라보며 하루를 보냈더니 어느새 6시 5분 전이었다.
팀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업무를 마무리 지으며 나갈 채비를 하였다.
나도 그들과 하나 되어 준비를 하며 흘낏 당신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나갈 준비는커녕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일이 마무리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당신과 함께 나가고 싶은 마음에 나갈 준비를 하던 나는 다시 컴퓨터 화면의 서류를 클릭했다.
6시가 되었고 팀원들은 바삐 인사를 하며, 사무실을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당신과 나 두 사람만이 남아 있는 이 공간에서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당신의 눈치를 보며 보고가 완료된 서류만 바라보고 있는데 당신이 주섬주섬 짐을 챙기는 모습이 보였다.
서둘러 컴퓨터를 끄고 당신의 템포에 맞춰 나도 나갈 준비를 하였다.
어느새 6시 15분이었다.
퇴근길 지하철에 사람이 많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며 당신을 흘낏 바라보다 눈이 마주쳤다.
순간 달아오르는 얼굴을 숨기지도 못하고 애써 시선을 피했다.
가방을 챙긴 당신은 어느새 나의 앞으로와 함께 나가자고 했다.
그러자고 대답하는 나의 목소리는 나도 모르게 떨려왔다.
함께 지하철로 향하는 길에 당신과 사소하고 가벼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당신의 말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일 까에만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었다.
사람이 많은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는데 이리저리 치이는 내 모습을 보았는지 나에게 물었다.
"손 잡아도 돼요?"
당신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멍하니 있던 나의 손을 당신이 잡아주었다.
나보다 큰 손을 가진 당신은 나를 당신의 곁으로 잡아당겨 주었다.
나보다 큰 발을 가진 당신이 인파 속에서 앞장서 걸어가니 내 가슴이 벅차올랐다.
인파를 뚫고 겨우 지하철에 올라탄 우리는 아주 가까이 마주 섰다.
사람들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것만 같은 당신의 모습에 심장이 몹시 빠르게 뛰었다.
올려다보면 눈이라도 마주칠까 봐 고개를 돌려서 있는 나에게 당신은 고개를 숙여 속삭였다.
"아까 손 잡아도 되냐고 물어서 놀랐죠? 사람이 많아서... 사실은 저 일부러 나갈 준비 늦게 했어요. 이렇게 둘이 나가고 싶어서요. 항상 저를 기다려 주잖아요."
당신의 말에 내가 놀란 토끼눈으로 바라보자 당신은 슬며시 미소 지으며 다시 내 귓가에 속삭였다.
"제가 좋아하고 있어요. 같은 마음이면 우리 만나볼래요?"
붉게 달아오른 내 얼굴이 이미 당신에게 대답을 하고 있었다.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자 당신이 다시 속삭였다.
"제가 먼저 좋아했을 거예요. 당신보다도 더 먼저."
Suvan Chowdhury 님의 사진, 출처: Pex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