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기쁨이다.” 어느 날, 나는 이 문장을 쓰고는 희열에 젖었다.
역설의 미학. 마치 쓴 약이 몸에 좋고,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진부한 진리를, 뒤집어 놓은 쾌감이었다. 고통을 겪어보지 않은 자는 그저 ‘고통=나쁜 것’이라는 등식만 알겠지만, 고통을 다스려 이겨낸 사람에게는 다르다. 그 크기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기쁨이 되어 돌아오는 경험을 해본 것이다.
등산의 경험을 떠올려보자.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허벅지는 천근만근, 땀은 비 오듯 쏟아져 ‘이 고생을 왜 사서 하나’ 하는 자괴감에 빠지는 순간이 고통이다. 그러나 마침내 정상에 섰을 때, 눈앞에 펼쳐진 장엄한 풍경과 함께 느껴지는 벅찬 성취감! 땀범벅이 된 옷과 떨리는 다리는 더 이상 고통의 증거가 아니라, 영광의 훈장처럼 느껴진다. 고통의 크기만큼 기쁨의 높이가 정해지는 순간이다. 고통이라는 숙제를 풀어냈을 때, 기쁨이라는 만점짜리 답안지가 손에 쥐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이 어찌 고통이 이기는 쪽으로만 흘러갈까. 나는 문득 또 하나의 문장을 발견했다. “기쁨은 고통이다.” 이 얼마나 잔혹한 진실인가.
친구가 로또 1등에 당첨되었다고 상상해 보자. 온 세상이 그의 것이 된 듯, 기쁨에 도취해 샴페인을 터뜨리고 밤새 축배를 든다. ‘이제 굳이 열심히 일할 필요가 있을까?’, ‘나에게 이 기쁨을 영원히 줄 것들만 곁에 두자!’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달콤한 기쁨은 어느 순간 독이 든 사과처럼 변한다. 주변 사람들의 질투와 시기, 돈을 노리는 수많은 손길, 목적 없는 나날이 가져오는 공허함. 기쁨의 크기가 너무 컸던 탓에, 그는 삶의 균형을 잃고 만다. 기쁨에 취해 방탕한 삶을 살거나,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거나, 결국 그 거대한 기쁨을 감당하지 못하고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영원한 행복은 없다'는 잔인한 명제가 그의 머리 위를 맴돈다. 기쁨의 무게가 고통이 되어 그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이다.
즉, 인간의 감정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다. 고통의 끝자락을 잡고 기쁨으로 올라서면, 그 기쁨의 정상은 다시 고통의 벼랑 끝으로 이어진다.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다. 앞면은 '기쁨'이지만, 그 뒤를 돌려보면 '고통'이 새겨져 있다. 이것은 세상의 이치이자, 인간 존재의 필연적인 굴레이다.
우리는 흔히 세상을 극과 극으로 이분하려고 한다. '선과 악', '승자와 패자', '행복과 불행'. 그러나 인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선한 행동 속에도 작은 이기심이 숨어 있고, 패자의 눈물 속에서도 재도전의 씨앗이 싹트고 있다. 그리고 가장 달콤한 기쁨 속에는 씁쓸한 고통의 씨앗이 이미 뿌려져 있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니, 나는 삶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 이전에는 고통을 어떻게든 피하고, 기쁨만 취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고통 없이 얻은 기쁨은 뿌리 없는 행복이라 쉬이 날아가고, 기쁨을 피한 고통은 메마른 땅처럼 아무것도 싹 틔우지 못한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섞여 살아야' 한다. 마치 음식을 만들 때 단맛과 짠맛, 신맛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깊은 풍미를 내듯이, 삶 또한 기쁨과 고통을 적당히 섞어야 한다.
만약 내가 지금 고통 속에 있다면, 이 고통이 가져다줄 기쁨의 선물을 기대하며 고통을 너무 미워하지 않으려 한다. 고통의 짐을 지고 있는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를 쉽게 '불쌍한 사람'이라 단정 짓지 않고, 그가 곧 맞이할 기쁨을 함께 축복해 주려 노력한다.
반대로, 내가 지금 엄청난 기쁨 속에 있다면, 그 기쁨에 도취되어 세상을 모두 얻은 듯 우쭐대기보다, 이 기쁨이 언젠가는 균형을 잃을 수 있음을 겸손히 인정하고, 그 기쁨의 일부를 기꺼이 다른 이들의 고통과 나누려 한다.
내가 가진 기쁨을 너의 고통과 나누어, 너의 고통의 무게를 덜어주는 것. 너의 기쁨을 내가 함께 기뻐하며, 그 기쁨이 너무 커져 독이 되지 않도록 함께 '다스려주는 것'. 그것이 바로 '극과 극으로 이분하지 않고, 기쁨도 고통도 서로 나누며 사랑하며 살자'는 이 문장의 진짜 의미일 것이다.
우리의 행복은 완벽하게 '기쁜' 상태가 아니라, 기쁨과 고통이 서로를 견제하고 보완하는 '균형'의 상태에 있다. 놀이터의 시소처럼. 고통을 경험한 내가, 고통의 그림자를 아는 너에게, 그리고 그 균형의 가치를 깨달은 그에게 건네는 따뜻한 미소와 손길. 그것이 바로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며 행복해질 수 있는 비결이다.
행복은 홀로 완성될 수 없다. 내가 네가 그가, 각자의 기쁨과 고통을 나누어 가질 때, 비로소 세상이라는 거대한 캔버스에 희, 비극이 조화로운 색을 입히게 된다. 고통은 기쁨의 그림자이고, 기쁨은 고통의 선물이다. 이 아름다운 순환 속에서, 우리는 오늘도 조금 더 단단하고, 따뜻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나, 너, 그가 행복해지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