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로 Jul 10. 2023

두려움을 떨쳐내는 법

편도체를 진정시키기

이전 편에 이어...

사진: Unsplash의Alexandra Gorn

치과 예약이 내일로 다가오자 아이는 극도의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예방주사를 맞을 때도 의사실에서 도망 다니며 식은땀을 흘리게 했던 9살의 딸은 병원을 너무너무 무서워한다. 치과를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찌나 겁을 먹고 울었던지, 결국은 밖에 나와 한참을 진정하고 치료를 받으러 들어간 적도 있다. 


주사를 다 맞거나, 치료를 다 끝낸 뒤에는 그렇게 홀가분해하면서도 다시금 그 일을 반복해야 될 때면 두려움이 홀가분한 경험을 아주 가볍게 뒤엎어버린다. 그리곤 혼란에 빠진 아이는 엉엉 울음을 터트린다. 내일 치료받으러 가는데, 전날부터 울음을 터트리다니. 얼마나 큰 공포감인지 그저 짐작만 할 뿐이다.


처음에는 내일 일어날 일을 왜 지금부터 그렇게 걱정하냐며 달래 보았지만 진정되지 않았다. 아이의 편도체는 이미 활성화되어 당장 목숨을 잃을 듯한 위기상황처럼 아이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가만가만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자, 여기 봐. 엄마 손 느껴져?"

"으어엉어.. 응"

"그렇지? 엄마 손 어디 있어? 니 머리에 있지? 니 머리 어때? 괜찮지? 어디 아픈데 없고 어디 다친데 없어. 멀쩡해."

"이제 눈 볼까? 눈 어때? 눈도 괜찮지?"

"코는? 입은? 입도 괜찮지? 어깨도..."


나는 아이의 신체부위를 차례로 쓰다듬으며 괜찮다고, 멀쩡하다고,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고 인지시켰다. 진정해라고 지금 너는 괜찮다고, 안전하다고 계속해서 알려주었다. 자신의 신체를 차례로 인지하는 것은 명상의 일종으로 '바디스캔'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머리부터 시작해, 혹은 발부터 시작해서 차례차례 자신의 신체를 느끼며 천천히 스캔을 하는 것이다. 그런 인지를 시작하면 전전두피질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전전두피질은 부산스럽게 활성화된 편도체를 진정시키며, 지금은 위급상황이 아님을 알린다. 그러면 편도체는 서서히 진정하게 되고, 두려움은 한없이 작아지며 가벼워진다. 


아이에게도 효과가 있었다. 아이는 조금 진정을 하더니 곧 안정을 되찾았다. 


"또 무언가 무섭고 두려울 땐 네가 스스로 해봐. 내 머리 잘 있나? 내 눈은? 코는? 입은? 팔다리는? 괜찮으면 괜찮은 거야. 내 몸이 잘 있지? 안전한 상태야. 너무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그러니 자신도 모르게 편도체가 활성화되어 빨간 버튼을 마구 눌러대며 위기상황의 사이렌을 울린다면, 먼저 그것이 사실인지 확인해봐야 한다. 진짜 위기상황인지, 진짜 맹수가 나타났는지, 목숨이 위태로운지 말이다. 처음엔 그래,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계속해서 인지하고 실행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자동반사적으로 나를 점검하는 날이 올 것이다.


편도체를 진정시키고, 편도체가 마구 눌러대는 리모컨을 전전두피질에게 주자. 채널선택권을 전전두피질에게. 조금씩 조금씩 두려움을 떨쳐내는 법을 익혀보자.



작가의 이전글 몸의 비상사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