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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라나 Jul 04. 2023

돌아서면 그가 생각난다.

초당옥수수 이 매력쟁이

아. 큰일이다. 돌아서면 가 또 생각이 난다.

다시 냉장고를 열어 고이 여며놓았던 봉지를 풀어 를 꺼낸다. 곧장 싱크대에 물을 틀고 를 샤워시킨다.

샤워를 마친 를 키친타월로 정성스레 닦아주고 내친김에 손목에 힘을 주어 를 반토막 낸다. 이제 의식 끝. 입으로 직행. 여름의 맛이 입으로 들어온다.




 여름철이 되면 여기저기 옥수수가 보인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준 시골쯤이라 차를 타고 5분여만 가도 논이며 밭을 만날 수 있다. 때문에 더운 땡볕 아래에 키다란 키를 자랑하며 뻗어있는 옥수수 줄기를 보자면 진짜 여름을 느낄 수 있다.

 

 여름방학이 되면 할머니집 마루에 걸터앉아 할머니가 막 쪄온 찰기 있는 옥수수를 먹으며 선풍기 바람을 쐬던 어렸을 적 기억도 드문드문 생각난다. 다 먹은 옥수수 뼈다귀를 쪽쪽 빨아 달콤한 국물을 쭉 하고 느끼는 걸로 옥수수 간식은 마무리. 하지만 내 입맛에 옥수수는 딱 한 개 정도가 마지노선이다.


 그런 내가 생전 처음 맛본 달콤 시원한 초당옥수수의 매력에 깊이 빠져버렸다. 시작은 몇 년 전 아이들에게 옥수수 따는 체험을 경험시켜 주기 위해 찾았던 인근에 있는 체험 농장이었다.


" 옥수수의 수염은 몇 개일까요?"

" 100개요, 200개요.."

" 정답은 옥수수의 알 개수만큼 입니다"


 아이들은 체험을 무척 흥미로워했다. 체험이 시작되자 옥수숫대를 잡고 똑 소리가 나도록 옥수수를 옆으로 제쳐서 따는 재미에 흠뻑 빠졌다. 바구니에는 옥수수가 한가득 수확되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긴팔과 긴바지, 모자까지 무장시켜 갔음에도 행여나 옥수수 잎들에 쓸려서 다치진 않을까 하고 노심초사하며 아이들을 졸졸 따라다녔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나의 염려와 다르게 아이들은 무척 활동적이며 거침이 없었다.


 아이들을 따라다니며 기진맥진하고 있던 나에게 사장님이 옥수수하나를 건네며 먹어보라고 하셨다. 잎을 다 따버린 옥수수는 진짜 샛노란 색에 책에서 나올 법한 반듯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생으로 옥수수를 먹는 게 썩 내키지 않았지만 더운 날씨에 시원할 거라며 권하시는 바람에 마지못해 한 입 베어 물었다.

 허걱. 이것은 내가 처음 맛본 상큼함이었다. 정말 정말 맛있었다. 세상에 이러한 맛도 있구나. 더구나 바로 따서 먹으면 뭔들 맛이 없으랴. 그날 이후 나는 생으로 먹은 초당옥수수에서 맛본 상큼한 과일향에 매료되어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초당옥수수는 찰옥수수처럼 쪄서 먹는 방법이 아니라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려서 먹는 게 가장 맛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열을 가하지 않은 생옥수수가 가장 맛있다. 아마도 그 처음 맛본 그 기억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서 맛난 이 녀석을 하나씩 정성스레 고이고이 싸서 냉장고에 가득 넣어놓았다. 냉장고를 열때마다 초당옥수수를 보면 마음속 든든함이 든다.  

 오늘도 나는 분명 하나를 먹었는데 또 먹고 싶어 냉장고 앞을 고민하며 기웃거린다.


이 매력쟁이 마약 옥수수

내가 더 많이 사랑해 줄게.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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