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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MITAGE Mar 05. 2024

만두 먹고 갈래?

성북동 하단




어릴 적 조부모님께서는 칼국수 가게를 하셨다. 외할아버지의 고향 이름을 따 황해 칼국수라 지었다. 할머니는 브레이크 타임이면 테이블 앉아 만두를 빚곤 했다. 성북동 가는 길에 있는 하단을 처음 방문했을 때 하얀색 간판 위에 ‘평양만두전문’을 보고 큰 목소리를 가진 건장한 할아버지와 앞치마를 두르고 환하게 웃으시던 젊던 할머니 생각이 났다.


투박한 서비스


사람 따라 거칠함에 조금 반감을 살 수도 있다. 한편으로 낯설지 않다. 오히려 자연스럽다. 연세 지긋하신 분들의 손때 묻은 가게를 가게 되면 왠지 모르게 조심스러워지는 게 있다. 그런 일반적이지 않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데에는 분명히 장단이 있고 편안함이라는 만족에 접근하는 방식도 제각각일 수 있다. 그렇게 까지 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머지않아 보이는 냉장고의 물통도 직접 가져와야 할 것 같다. 가만히 앉아 음식만을 기다리는 일이 어느 곳에 선 영 편하지만은 않다. ‘좌불안석'까지는 과격하고 때로 눈치를 보게 된다. 


되직한 스타일의 국물, 슴슴한 만두소


이북 음식에서 자주 등장하는 담백하고 ‘슴슴한' 맛이다. 냉칼국수이북식 만두 조합은 찬물 더운물을 오가 혈액순환이 잘 되는 조화로운 맛이다. 냉칼국수는 처음 먹어보는 경험이었고 맛도 상상하던 것과는 달라서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아주 잠깐은 반대방향 아랫지방의 색다른 밀면 같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전혀 다른 음식이었다. 메밀로 만든 면과 시원하고 싱겁게 개운한 국물, 청양고추를 잘게 썰어 올린 조합에는 초록 토핑의 역할이 상당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더 나아가 저녁시간이라면 만둣국과 전골을 기대해 보기에 충분하다. 슴슴한 맛의 하단과는 달리 자극적인 후기 몇 개를 살펴보면 호불호가 있어 방문 전 몇 번 고민을 한건 사실이다. 방문 후 모든 걱정은 오해였다는 걸 깨달았다. 


애매한 가격에 대한 논란


오래된 가게인 만큼이나 묵은 방문 전 후기 몇 개를 뜯어보면 전체적인 만족도 면에서 아쉬운 건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다. 어느 정도 공감할 수는 있겠지만 자주 지적하는 한국인에게 유독 엄격한 한식에 낮게 책정되어 있는 메뉴별 가격 적정선의 문제를 지적한다. 서양의 국수 파스타에는 2만 원까지(부가세 별도까지도) 혹은 그 이상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기분을 내기도 하지만 된장찌개나 김치찌개에는 품이 많이 드는 만두를 빚는 일에는 얼마 이상의 금액을 지불하기엔 부담스럽다는 말이다. 클래식 칼국수나 만둣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단이 결정한 전골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한때 평양냉면 열풍이 불었다. 일명 평냉이라는 이름의 유행이었다. 미쉐린 가이드에 소개되는 MZ세대에게 유명한 맛집들의 한 젓가락 말아먹는 국수도 그렇게 편안하기만 한 가격은 아니다. 자극을 좇는 듯 보이는 유행 타기를 즐겨하는 요식업계에 갑자기 나타난 슴슴함에 매료된 사람들이 너도나도 평양냉면 전문점을 성지 순례하듯 몰려다니기 시작하더니 술 좀 한다는 친구들은 어복쟁반을 한사코 주문해 얼큰함을 더 한다. 평양만두를 기본기로 내세우고 있는 성북동 하단의 경우, 장르가 조금 다를 뿐 '이북음식'이라는 큰 맥락에서는 비슷하다. 그럼에도 다소 편안한 식사 메뉴 위주이거나 큰 마음먹고 주문하는 메인 메뉴 가격에 대해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높은 잣대로 바라본다는 것인데 그 이유 중에 하나 연로하신 '메인 셰프'와 '홀 캡틴'의 다소 투박하게 느껴질지 모르는 서비스의 조화로 음식이 나오는데 시간이 다소 소요된다는 점이 불만 있는 고객들의 만족도를 떨어트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은 가게 시스템상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손님으로서 무조건 이해해야 한다기보다 방문 전 염두에 두는 편이 한 번이 될지 꾸준하게 될지도 모를 앞으로의 식사시간을 더욱 만족스러운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종종 이런 문제를 한 발자국 떨어져 바라보면 실은 별 것 아닌데 미리 알고 있지 못해서, 어쩌면 엄하게 바랐던 극진한 서비스와 친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느 다른 곳과 말 한마디에 온도차가 있어서라는 생각이 들어 문득 반감이 든다. 음식 자체에 대한 어떤 인상보다 누군가에겐 기분이 되는 평가가 切下(절하) 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타까움으로 이어진다. 연세가 조금 있으신 두 분의 사장님도 어떤 관점을 고려하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 된 몇몇의 후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 귀한 음식을 먹는 소중한 시간에 이곳만이 남아 있는 고유의 맛으로 입까지 즐거워지는 곳이라 말하고 싶다. 



EDITOR

:HERMITAGE

BY_@BIG_B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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