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이 보여준 지난밤 꿈 이야기.
갑자기 누군가 뒤쪽에 엉덩이를 세게 걷어찬다. 무엇 때문인지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고 분명하게 맞았다는 느낌만 또렷하다. 벌써 눈치챘겠지만 지금 여기,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진짜가 아니다. 사실 그렇게 선명하진 않지만 신체의 일부에 충격이 가해졌다는 것 정도는 간신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게 그저 장난이라면 필시,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다행인지도 모르겠지만 당황스러움을 감추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혼자 조용히 눈치채고 야 말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곧바로 직감했던 것이다. 지금 내 뒤 머릿속 어딘가에 흩어져 있던 그 ’ 누구’라는 것을.
“이게 꿈이 아니라면 여기에서조차 마주칠 일이 없다.”
애써 침착하려고 했지만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진짜 현실이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있는 그대로 믿고 싶다.
‘이대로라면 위험하다.’
지금까지 그렇게 간절하지 않았지만 순간, 그래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너무 늦지 않게 빠져나오고 싶었다. 곧 내 앞에 나타났을 땐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고 그나마 억지로 웃어 보였다. 쓴웃음 뒤에 그 찬란한 미소와 비슷하지만은 않은 어떤 어색한 표정을 희미하게 따라지어 보았다. 아프겠지만 이 순간을 너무나도 기다렸다는 무언의 웃음. 독하다 할 만큼 어떻게 이렇게 오래 참아낼 수 있었냐는 원망의 눈빛이었다.
이렇게라도 한 번은 찾아올 줄 알았다고 기다렸던 시간은 이미 꽤 지난듯했다. 곧이어 멀어지는 뒷모습이 순간 아득해졌지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그저 멀리서 지켜보는 게 일이었다. 얼마 큼의 시간이 필요했고 이제 그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는 무덤덤해 보였다. 이 상황을 맞닥뜨린 게 차라리 진짜 현실이길 바랐다. 간절함을 지우고서 마주할 수 있다면 정말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어떤 것이라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속으로 가만히, 첫마디를 떠올렸다.
“…”
너무 긴장한 나머지 몸이 경직된다. 경직된 몸은 눈앞에 시선과 기억을 토해낸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곧바로 잠에서 깨어난다. 말을 건네기도 전에 차갑게 식은 체온이 느껴지면 벗어던진 이불이 침대 끄트머리에 구겨져 있다. 항상 똑같았다. 한 번쯤은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생각해 보던 그때로.
Hermitage
@big_be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