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반한 사람이 이런 질문을 던지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보통의 사람'이라면 당연히 좋아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공통 관심사를 기반으로 친해지려는 전략을 선보이겠지. 농구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척을 해야 대화가 이어질테니 말이다.
사회초년생의 입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 기업, 좋아하세요?" "입사, 하고 싶으세요?"
답은 정해져있다. 아, 이 기업 너무 좋아합니다. 꼭 오고 싶었습니다.
입사 정말 하고 싶습니다. 제가 귀사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물론 우리가 소연이에게 첫눈에 반한 강백호는 아니지만, 어쨌든 취업을 해야 '보통의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보편적 사회 정서로 남아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수많은 '보통 지망생'들이 일과 회사를 좋아한다고 외치며 취업 시장에 뛰어든다.
사실, 정말로 그 기업에서 하는 '일'을 좋아하는지는 당연히 모른다.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턴이니 프로젝트니 뭐니 일을 해본 경험이 있더라도 마찬가지다. 그 기업 안에서 맡게 될 업무가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는 겪어봐야만 알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좋아한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입사에 성공했다.
여기 그렇게 입사한 결과물들이 있다.
1. 하기 싫어도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을 하며, 재테크나 부업 등의 수단으로 돈을 빠르게 벌어서 노동 exit 하겠다는 전략을 짜고 있는 사람.
2. 일이 정말 정말 좋아서 밥 먹을 때도, 씻을 때도, 잠을 자기 전에도 일 생각만 계속하며 일을 잘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
3. '일'자체보다 일 주변부의 것들(직장 내 인간관계, 급여, 복지, 직장과 주거지의 근접 문제)이 더 중요해서, 일 자체는 아무래도 좋은 사람.
4. 일에 치이고, 자리에 치이고, 아무튼 회사에 너무 치여서 이제는 좀 쉬고 싶은 사람, 혹은 그럼에도 버티는 사람.
이 거짓말쟁이들은 회사를 얼마나 오래 다닐까? '요즘 MZ'들은 인내심이 부족해서 일을 금방금방 관둔다며, '라떼'는 그렇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글쎄, 슬램덩크의 강백호가 농구부에 입부해서 기초 체력 운동만 하다가 성질을 냈던 것처럼, 복사/스캔/a4용지 채워 넣기/엑셀 작업을 반복하며 일이 재미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멋모르고 입사한 우리가 마주한 문제는 그보다는 더 다양했다.
그래서 이제는 정말로 대답하고자 한다.
"일, 좋아하세요?"
"일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입사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거짓말했던 그때와는 다르다. 20대 여성, 이제는 직장생활을 한지 좀 된. 네네, 넵, 넹, 네넵, 넵 알겠습니다가 습관이 된 친구들이 질문에 대한 각자의 답을 꺼내놓았다.
일이 내 삶에 마이너스'-'였는지, 플러스'+'였는지. 혹은 제로'0'였는지. 나는 정말 입사 후 괜찮았는지.
'+'에서는 로라가 사회 초년생, 생애 첫 입사와 퇴사의 경험과 함께 '어떻게 일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궤적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원이 어쨌든 돈을 번다는 행위, 그리고 안정에 관해 대답한다.
'0'에서는 민주가 백수들과 회사놀이를 하는 회사에 다녔던 경험과 함께 '일'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에서는 경림이 어중간한 자신을 돌아보며 일과 성장의 인과관계에 대해 자문자답해본다. 치혜는 하고 싶고, 할 수 있으며, 세상이 필요로 하는 업(業)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글들은 초년생인 우리가 겪은 경험에 대한 기록이며, 진심 어린 답변이다.
어떤 사람들에게 이 글이 가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 혹은 공감 한 조각이나마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왕이면, 언젠가는"정말 좋아합니다. 이번에는 거짓말이 아니라구요"라고 말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