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의 성찰 보고서
11월은 춥고 쓸쓸하고 힘들었다. 목표를 잃고 방황을 했고 끝없이 움츠러들었다. 주저앉지 않으려 자꾸 갈 곳을 찾고 있었다. 그래도 곁을 지켜주고 단단히 잡아준 건 역시 가족이었다. 아직은 힘차게 뛰어나갈 정도의 회복은 되지 않았지만 조금씩 발을 내딛으며 겨울을 버텨야겠다.
11월의 목표 & 성취한 일
- 목표
1. 일주일에 며칠이라도 한 도서관에 정착하기
2. 가을 시 브런치북 마무리 & 겨울 시 브런치북 시
3. 습작 노트 만들기
- 성취한 일
1. 푹 자고 오래 쉬었다.
2. 장르소설을 많이 읽었다.
3. 겨울 시 브런치북 시작해서 연재 중이다.
11월은 차분하게 책을 읽고 글을 쓰려고 계획했는데 차분하게 침대에 누워 몇 년 치 밀린 잠을 다 자고 일어난 것만 같다. 계획은 역시나 거의 지켜지지 못했지만 몸의 피로도가 현저히 줄었다.
계절 별로 10개씩 시를 써서 4계절을 채우리라 마음을 먹고 시작한 시 브런치북. 봄, 여름, 가을을 지나 겨울 시 브런치북을 열고 시를 채워가고 있다. 다른 눈에는 어떨지 모르는 혼자만의 세계를 쌓는 느낌이다.
사계절 중 가장 행동이 굼뜨고 추진력을 잃는 계절이 나에겐 겨울이다. 유독 겨울은 시리고 슬프다. 모든 기억도 추억도 슬프다. 일부러는 아니지만 자꾸 힘들고 슬픈 일이 생겨 시도 자꾸 슬퍼진다. 부디 끊기지 않고 잘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다.
11월의 아쉬웠던 부분
1. 쉼이 많이 나아가지 못했다.
2. 계획만큼 독서가 부족했다.
3. 목표의 상실과 부재
쉼 없이 움직이던 대가는 자꾸 쉬게 붙잡는 시간으로 보상받나 보다. 몸을 위해 어떻게 해야 편한 것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쌓여있는 스스로 만든 과업에 대해 자꾸만 되뇌게 되니 스트레스가 가중되었다. 쉼도 일도 균형을 잡기란 쉽지 않아.
읽고 싶은 책도 많고 욕심도 많이 냈건만 소설책을 제외한 읽고 싶은 책들이 생각보다 진도를 못 나가서 마음이 자꾸 조급해진다. 책을 읽는 속도보다 책을 사고 대출하는 속도가 수배나 빨라서 집은 점점 책으로 뒤덮여가서 큰일이다.
처음에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었고 나만의 글을 쓸 수 있는 즐거움을 얻었다. 조회수나 메인에 뜨는 걸로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면서 나도 책을 내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이제는 그 꿈이 준비기간이 부족했던 걸까 스킬이 부족했던 걸까 실력이 부족했던 걸까 와 같은 안 되는 이유는 찾을 여유도 없다. 글을 쓰는 이유와 목표를 잃어버렸고 다시 찾아지지 않는다. 어디부터였을까.
11월에 배우고 성장한 것
1. 말과 관계의 중요성
2. 지켜야 할 것 & 내려놓아야 할 것
3. 가족의 의미
금사빠에 롤러코스터를 타는 성격 탓에 항상 사람을 만나고 사귈 때 너무 쉽게 빠진다. 그리고 말이 많으면 실수가 잦고 되돌리기 힘들다. 나이가 들어도 알면서 실행은 여전히 힘들다. 단독 관계가 친밀해지면 정성껏이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게 할 수 있지만 다수의 안에 들어가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져서 관계가 어렵다. 호감을 주는 말과 행동으로 다수의 관계 안에서도 편안해지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노력하지만 여전히 힘들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포기도 노력도 전진하고 있다.
갈 수 있는 길이 있고 없는 길이 있다. 어릴 때는 그 길이 어디든 무모하게 뛰어들어 온몸이 상처가 나도 그저 내가 원하면 묵묵히 갔지만 나이의 노련함을 그런 우직함을 버렸다. 가장 어려운 관계에서 미련해지지 않는 용기가 조금 더 필요하다. 부족한 노력에도 언제나 곁을 지켜주는 고마운 이들에게 꼭 보답할 수 있는 마음을 단단히 지켜내야 한다.
올해는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유독 아픈 시간이 길었다. 지인이 답답한 듯 나를 보며 "지금 20대인 줄 알고 움직여. 그러다 큰일 나 쉬엄쉬엄 좀 해" 웃으면서 들었지만 뼈를 때렸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이었다. 그렇게 올해는 순간순간 너무도 많이 무너지고 휘청거렸다. 그럴 때마다 항상 곁에 있는 건 가족이다. 난 가족의 의미가 다른 사람보다 크게 와닿지 않았고 힘들고 아플 때가 더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감사하고 애달프다. 지치지 않고 지켜낼 수 있기를
11월의 결산 (책, 문장, 음악/공연/전시/행사, 여행지, 음식)
11월의 독서
공진책의 지정도서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달콤 쌉싸름하게 읽다가 환상적으로 변하며 마무리되는 신비로운 소설을 읽었다. 메모에 대한 책들을 모아 읽으며 나의 메모에 대해 돌아보았다.
11월 말은 나폴리에 빠져 나폴리 책을 읽고 나폴리 전시를 다녀왔다.
스릴러 중 가장 재밌었던 조예은 작가의 '적산가옥의 유령' 최고의 젊은 작가로 뽑힌 이유를 알 것 같은 책이다. 이런 소설을 써내는 작가의 이야기나 플롯 와 스토리를 짜는 방법이 궁금해진다.
11월의 전시 & 팝업
더 현대 서울에서 열리는 '안전가옥' 출판사의 팝업에 갔더니 '위즈덤 하우스'의 위픽도 같은 공간에서 열려 같이 즐길 수 있어 좋았다. 각자 다른 콘셉트와 분위기의 책처럼 팝업의 분위기도 전혀 달라 너무 재밌었다. 조용하고 차분했던 위픽, 이벤트 파티처럼 신나던 안전가옥. 개성 있는 도서 관련 팝업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미리 예약한 '오랑주리 오르세 미술관' 전시를 두 명의 메이트의 바쁜 스케줄로 친구와 단 둘이 갔다. 전시장을 찍을 수 없어 친구와 눈에 가득 담고 대화하며 즐겼다. 인스타를 통해 당첨된 디자인 전시회에 친구도 당첨이 되었다는 놀라운 우연에 같이 날짜에 맞춰 방문했다. 책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톡톡 튀면서도 독특한 아이디어들이 많아 눈이 즐겁고 호강하는 전시였다.
애정하는 철학서점 소요서가의 티켓을 받아 해방촌을 다녀왔다. 철학 전시인 줄 알았는데 철학적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질문과 토론을 하는 독특한 전시에 참석했다. 소요서가 대표님 강의 들어서 좋았다.
나폴리에 빠져 11월의 마지막 전시가 되어준 '이탈리아 국립 카포디몬테 미슬관 19세기 컬렉션: 나폴리를 거닐다'에 다녀왔다. 거의 전시의 마지막이었고 오전 오픈시간이라 조용히 관람할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사포의 그림이 있어 가장 인상 깊고 오래 보았다.
음식
11월은 엄마, 동생과 자주 만난 느낌이다. 엄마가 맛있게 잘 드시는 한우어복탕. 너무 맛있었어 재방문. 세 모녀의 보양식으로 종종 먹어야겠다. 해방촌에서 급 번개로 만난 베프와 미국식 버거도 먹으며 수다를 떠는 자부시간이 좋았다.
아이들과 추워지는 날씨에 몸도 힘들고 시험준비하느라 고생하는 아이를 위해 남편이 맛있는 집 근처 돼지국밥집을 데려갔다. 가족들 모두 너무 맛있어서 입 짧고 먹는 양이 적은 막내까지 싹싹 긁어 맛있게 먹었다. 다음에는 순대국밥 먹으러 가자는 아이들을 위해 12월은 오랜만에 천안을 가봐야지.
12월에 새롭게 시도(도전)하고 싶은 목표
1. 책 & 주변 정리
2. 아이들과 방학 준비
2025년은 힘들었고 큰 일도 많았는데 잘 정리하고 싶다. 힘든 일이 예견되어 있기는 하지만 작년보다는 올해, 올해보다는 내년이 좀 더 발전되고 나아지고 싶다. 나도 아이들도 남편도 내 곁에 있는 감사한 분들 모두.
치우지 못한 채 켜켜이 쌓여있는 책들이 너무 많다. 나는 책은 정말 버리지를 못하는데 정리와 중고판매나 당근이나 기부 등으로 나와 아이들의 전반적인 책정리가 필요하다. 올해 감사했던 일은 잘 넣어 가끔 꺼내보며 표현할 수 있는 내년이 되도록 해야겠다. 섭섭하고 속상했던 주변일은 잊고 에인젤같이 따스한 마음으로 자꾸 바뀌어 보도록 노력을 해야겠다. (잘 안 되겠지만)
큰 아이에게 중요한 겨울 방학 두 달, 아직도 마음이 천 갈래 만 갈래인 아이가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는 방학이 되도록 엄마부터 준비가 필요하다. 학원에 의지해 엄마의 압력으로 끌려가는 방학이기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짤은 기간 동안 스스로 해내는 힘을 키워주고 싶다. 시간이 걸리는 동안 잘 견딜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