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u Apr 03. 2024

코끼리 vs 런던 베이글 당신의 선택은?

둘 다 한 번에 먹어봤나?


주변에 빵을 좋아해 스스로 빵을 끊을 수가 없어 특히 다이어트가 힘들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해되지 않았던 건 빵을 안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일부러 맛집을 찾아가고 줄을 서서 사 먹 않는 성향도 한몫했다. 다들 좋아하는 디저트를 먹지 않으니 디저트 카페도 가본 적도 없고 브랜드 이름도 잘 모른다. 빵보다는 떡이 좋았다. 쫄깃쫄깃한 식감을 선호하기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그런 사람에게도 예찬하고 더 맛있게 먹어보고자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는 빵이 생겼으니 그건 바로 베이글! 그냥 집 근처 베이커리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그 베이글이 아니었다.


내가 처음 접한 베이글은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대형마트를 가면 여러 개 묶어 1+1로 판매하는 베이글들이었다. 한 번에 다 먹을 수 없으니 엄마는 냉동실에 넣어두고 하나씩 꺼내서 데워먹으라고 조언해 주셨다. 나는 그렇게 먹는 게 너무 맛이 없었다. 처음에 한 번은 모르고 먹었지만 여러 번 먹다 보니 맛이 없어 먹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크림치즈나 잼을 빵에 발라먹는 걸 싫어하다 보니 점점 빵들과 멀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운명처럼 소문만 무성한 ‘런던 베이글 뮤지엄’을 만나면서 ‘베이글의 신비롭고 출구 없는 맛의 세계’ 로 들어가고야 만 것이다


몇 년 간 ‘런던 베이글 뮤지엄’만 알고 있어 종종 방문하여 베이글을 먹던 중 새롭게 알게 된 ‘코끼리베이글’. 차를 타고 강변북로로 이동하다 보면 사람들이 긴 줄을 서있던 건물하나 바로 코끼리베이글 가게였다. 언젠가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었고 런던 베이글과 어떻게 다른 맛일지 너무 궁금했지만 좀처럼 갈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주말 내내 가족 행사로 바빴기에 모두 일상으로 돌아간 평일 아침 나 홀로 가볍게 맛집 사냥에 나섰다. 그렇게도 궁금하던 베이글을 직접 구입해 비교하며 먹어보기로 결심하고 아침 일찍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기분도 들고 왠지 모르게 설레는 건 오랜만에 맑고 따뜻한 날씨 탓일까?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 내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던 코끼리베이글을 찾아가는 길은 인도 없는 건물들 사이 차도를 조심조심 걸어야 했다. 폐가처럼 보이는 커피숍에 많은 사람들이 분위기를 즐기는 모습도 보였고 자동차 공업사가 어찌나 많던지 과연 이런데 그런 베이글 가게가 있을까? 걱정반 기대반으로 걸어갔다. 길을 걷다 모퉁이를 도는 순간 저긴가 싶은 그곳이 맞았다.


처음 만난 모습은 2층 통창이 보이는 카페 같았다. 창문에 붙어 있는 글씨는 Beer pop-up. 공장 같이 생긴 건물에서 맥주를 만드나 싶었는데 그곳이 그렇게 궁금했던 코끼리 베이글 건물과의 첫 만남이었다. 큰 창이 있는 곳을 지나가 커다란 2층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건물 뒤에 커다랗게 쓰인 ‘코끼리 베이글’ 글씨와 같은 주황색 콘셉트의 외부가 아기자기 귀엽게 느껴졌다. 날씨가 많이 춥지 않아 야외에서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월요일 오전 이른 시간 이어서 인지 아주 많이 붐비거나 웨이팅이 없어서 사진도 찍어보고 요모조모 혼자 신기해하며 살펴볼 수 있었다.




카페 외관을 둘러봤으니 이제 내부로 들어가 볼까? 건물의 크기가 큰 만큼 내부도 시원하게 넓고 컸다. 웬만큼 웨이팅이 있거나 손님들이 와도 복잡하지 않게 기다리고 주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입구 한편에는 각종 주류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빵과 커피 같은 음료는 봤지만 베이글가게에 맥주와 와인 등이 있어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손님이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일회용품도 편하게 이용해서 좋았다.




이곳의 주문 방식베이글의 종류와 메뉴판을 보고 카운터에 가서 주문을 하고 계산을 한 뒤 직원이 건네주는 걸 받으면 된다. 항상 손수 고르던 빵집과 시스템이 달라 낯설지만 흥미로웠다. 베이글의 종류가 아주 많지 않았지만 베이글의 향과 멀리서 보이는 모습맛으로도 침샘이 마르질 않는다. 플레인, 시금치, 썬드라이토마토, 올리브치즈, 트리플치즈, 호두 크랜배리 등등 다양한 베이글이 줄지어 있었고 연어, 햄치즈, 하몽, 더티포크 같은 샌드위치도 있었다.


나는 플레인밖에 먹지 않아서 다른 베이글은 먹어보지 못했다. 삼삼오오 앉아 대화를 나누며 먹는 모습을 보니 친구들과 같이 와서 다양한 베이글과 샌드위치를 맛보고 싶은 소망이 생겼다. 베이글을 주문하다 카운터 옆에 내 눈길을 끌었던 스튜! 뒤에 있는 쿠키에도 손이 갔지만 여름이 다가와서 칼로리를 신경 써야 하므로 눈물을 머금고 손을 오그려본다. ‘비프스튜’가 사실 더 먹고 싶었지만 건강해 보이는 이름을 가진 ‘녹두 케일 스튜’를 선택하고 주문했다. 친절한 직원은 신속히 계산해 주면서 포장 시 담아가는 비닐봉지값도 공지를 해준다. 빠르고 싹싹하고 친절함을 가득 담고 있는 목소리에 편안히 주문할 수 있었다.







물론 포장해서 갈 거지만(런던 베이글도 사서 함께 먹어보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1층과 어떤 다른 모습일지 궁금해서 열심히 올라가 보았다. 역시나 2층도 넓고 쾌적하고 의자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지 않아서 편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먹을 수 있는 분위기였다. 다양한 테이블과 의자도 선택의 재미가 느껴졌다.


코끼리베이글 아니랄까 봐 이름과 잘 어울리는 코끼리 그림부터 통창에 빈백의자들이 듬성듬성 놓여있었다. 손님이 꽉 차지 않고 한가해서 더 공간이 넓어 보였다. 빈자리가 많아서 손님들 없는 쪽으로 가서 구입한 베이글과 스튜를 확인해 봤다. 갑자기 음식을 보면 배가 고파지는 게 인지 상정인가. 머릿속의 갈등이 시작되었다. ‘여기서 먹고 갈까? 아니야 가서 두 베이글을 비교하면서 먹어보고 싶다고’ 머릿속 다중이들의 싸움이 시작되자 배꼽시계도 반응을 해댄다. 아 어쩌란 말인가?


결국 마음속 의견을 반반씩 손 들어주기로 결정했다. 베이글은 포장하고 스튜만 먹자! 따뜻한 야외에 앉아 나 혼자 스튜를 즐겼다. 생각보다 고소하고 맛있었다. 녹두야 고소하지만 케일이 씹히기에 혹시나 맛에 영향을 줄까 했지만 쓰거나 불편한 맛은 없었다. 따뜻하고 약간은 까끌거리면서도 씹는 느낌이 느껴지다가도 부드럽게 넘어갔다. ‘어라 이거 맛있는데?’를 외치며 몇 숟가락 안 뜬 것 같은데 금세 비어버린 그릇만 남았다. 감질맛만 나고 끝난 기분이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이제 ‘런던 베이글 뮤지엄’으로 출발!








날씨도 좋은데 버스에 몸을 싣고 한강을 건너 도착한 곳은 ‘런던 베이글 뮤지엄 도산점’. 주로 가는 곳은 도산점인 건 집에서 가는 동선도 제일 괜찮은 곳이고 평일 아침에 일찍 준비해서 부지런히 오면 포장은 웨이팅이 길지 않아 종종 문한다. 항상 혼자 와서 필요한 베이글을 사가는 편이라 혼자 테이블에 앉아 먹어지는 못했다. 웨이팅도 워낙 많고 매번 사람이 정말 많다. 좁은 골목길에 위치해 있는 데다 기다리는 사람들로 주변이 복작복작해서 혼자 테이블에 앉아 먹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대신! 아주 가까운 거리를 걸어가면 ‘도산공원’ 이 있다. 넓고 의자도 많아 이곳에 와서 베이글을 즐기는 사람들 종종 볼 수 있다.


일단 도착하자마자 웨이팅부터 걸어본다. 코끼리 베이글에서는 일본어가 그렇게 들리더니 여기는 일본어, 중국어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사람들도 많이 와서 나라 구분이 안될 정도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앞에 있던 아가씨 둘이 한참을 고생하는데도 웨이팅이 안 돼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뒤에서 한참 지켜보다 성질 급한 내가 기다리다 못해 직원을 불렀다.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친절한 직원덕에 금방 웨이팅을 하는 걸 보고 베이글을 파는 일도 국제적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도 택시를 타고 또는 지도를 찾아 걸어서 베이글을 먹으러 오는 중국인들을 많이 봤는데 이번에는 한국인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이 있어서 이곳도 관광명소인가 싶었다.





한 5분 정도밖에 기다린 것 같지 않은데 벌써 입장하라는 메시지가 온다. 포장은 대기가 빨리 줄어든다. 이래서 평일 오전에 후다닥 온다니까 신나게 안으로 들어가 아기자기한 실내를 살짝 구경하며 베이글을 담아본다. 이곳은 쟁반과 집게를 들고 본인이 원하는 베이글을 원하는 개수만큼 담다 보니 앞사람이 많이 담게 되면 뒷사람은 계속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지루하지 않고 즐거운 건 다양한 모양과 색의 베이글의 향연이 펼쳐져있어 즐길 수 있기 때문일 거다. 종류도 다 못 외우지만 가장 좋아하는 플레인을 비롯해 소금빵 대신 소금베이글, 장남이 제일 좋아하는 초콜릿 베이글, 막내가 좋아하는 올리브 베이글도 있다. 이곳도 역시 탐스러운 베이글 샌드위치가 서로 가져가라며 아우성을 치며 쳐다보지만 애써 외면해 본다.







순서를 기다려 차례차례 베이글을 고르고 나면 크림치즈와 다른 추가 제품을 물어본다. 크림치즈보다 눈에 들어온 당근라페를 보고 얼른 주문했다. 그렇게 포장을 기다려서 내 손에 들어온 베이글과 당근라페! 신이 나서 묵직한 포장을 들고 도산공원을 거닐어 봤다. 많은 대기 인원과 사람들이 있어 실례가 될까 싶어서 실내에서 구입한 베이글을 찍어주지 못해 따뜻한 햇살을 머금은 공원에서 단정히 사진을 찍어준다. 드디어 강을 두 번 건너 성수와 도산을 오가며 두 종류의 베이글을 다 내손에 넣었다. 뿌듯함이 넘쳐흘러서 고소한 냄새가 코를 압도하지만 꾹 참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향해 힘차게 걸었다.





드디어 그 시간이 왔다. 이 순간을 위해 내 오전 시간 종종거리며 빠르게 움직였다. 두 가지 베이글을 동시에 맛보기! 한 접시에 담아두고 이렇게 뿌듯해할 일인가? 워낙 음식을 할 때 간을 안 하는 데다 다양하게 섞어 먹고 발라먹고 비벼 먹는 것보다 고유의 맛을 좋아하는 성향은 플레인 베이글로만 두 가지를 같이 먹어보기로 했다. 가슴이 콩닥콩닥 거리면서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듯 설레고 떨려온다. 아 뭐부터 먹어야 되는 거야!!



< 코끼리 베이글 플레인 - 런던 베이글 뮤지엄 플레인 >


일단 둘 다 오동통하고 손으로 만져도 꾸덕 쫄깃하다. 화덕에 구었다는 코끼리 베이글은 색이 좀 더 진하다. 아 짜릿한 손느낌~ 단면을 보기도 하고 함께 사온 당근 라페를 샌드위치처럼 넣어 먹어보고 싶었다. 당근 라페 그 자체로도 맛이고 베이글과 함께 맛있었다. 내 느낌에는 런던베이글뮤지엄의 당근라페도 베이글도 조금 더 오일리 한 느낌이 있었다. 둘 다 쫄깃했지만 코끼리 베이글을 쫀쫀하면서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느낌이 들었고 런던베이글은 쫀득하면서 부드러웠다. 물론 둘 다 너무 맛있어서 다 먹는지도 모르게 휘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었지만 둘 다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둘 다 고소하고 맛있지만 쫀득함의 느낌이 다른 데 이걸 설명할 어휘들을 고를 수가 없어 답답하다.




누굴 만나든 무슨 일을 하든 한쪽에 치우치는 것 재미없다. 이것도 겪어보고 저것도 겪어보는 게 세상 재미가 아닐까? 한 번은 코끼리 베이글을 즐겨보고 한 번은 런던베이글뮤지엄을 즐겨보면서 다양하고 맛있는 베이글의 매력에 푹 빠져보기를 권한다!







이전 08화 양, 두께, 맛을 모두 잡은 돈까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