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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Mar 27. 2024

양, 두께, 맛을 모두 잡은 돈까스!

아산테크노밸리에서 찾은 두툼왕돈까스


이번 주 유난히 출장이 잦았던 남편이 저녁으로 “뭐 먹을래?” 물어보자 “돈까스 말고 다” 란다. 돈까스라면 자다가도 일어날 정도로 좋아하는 분이 웬일인가 했더니 이번주에만 두 번이나 먹었는데 너무 양이 많아서 다 못 먹었단다. 성인이 돈까스 하나를 다 못 먹는다니 아무리 배가 안 고프고 입이 짧아도 이런 사람이 아닌데 괜히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따뜻하다 못해 더운 주말 아침 이미 밖에서 한바탕 운동하고 들어온 아들들이 배고파를 시전 한다. 아침도 먹었고 아직 점심시간도 한참 남았는데 점심은 뭘 하지 고민하던 중 “여보 그 양 많은 돈까스집 우리 가보자!” ”나 또 먹어? 근데 넷이 가도 돈까스 두 개만 시켜야 될 거야. “ 나랑 장남 먹는 양이 얼만데 이 양반이 이렇게 겁을 주는 건지 더 궁금해진다. 아산으로 돈까스 먹으러 가자!


날이 좋은 주말이라 나들이 차로 도로가 가득하다. 우리도 나들이 가듯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신나게 간다. 전날 까지도 추워서 히터를 조금 틀어야 했는데 바로 다음 날은 기온이 너무 올라 더워져 에어컨을 살짝 틀어야 했다. 예측할 수 없고 더위와 추위를 미친 듯이 오가는 난감한 봄날씨에 적응하기 힘든 요즘, 그렇게 달려 도착한 곳은 바로 이곳 ‘두툼왕돈까스’ 집이다. 일단 외관은 별 특별하지 않은데 일단 들어가 보자!




돈까스집 앞에도 차가 많더니 매장 안에도 사람들이 많다. 빈자리가 없어 막 헤매다 발견한 구석자리! 남편이 자리 번호가 뭐냐며 갑자기 먼저 빈 테이블을 찾아 들어가 앉아있는 아이들이 쪽으로 간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서서 손님을 반기는 키오스크에서 알아서 메뉴를 주문한다더니 갑자기 자리 번호는 왜 찾는 거지? 돌아온 남편이 알려주길 “여기는 주문하기 전에 자리 번호를 먼저 입력해야 돼!” 와우 처음 보는 신기한 주문방식이다.


메밀국수를 좋아하는 우리 가족은 돈까스와 메밀국수를 먹고 싶었는데 메뉴에 없어 사장님께 여쭤보니 여름이 되어야 하신다기에 다음에 와서 다시 먹어야겠다며 돈까스부터 주문에 들어갔다. 남편이 ‘두툼돈까스’‘치킨돈까스’를 선택했다. 돈까스는 왜 우리에게 선택권이 없냐니까 본인이 먹어봐서 가장 인기메뉴를 알려준다며 일단 먹어보라고 한다. 돈까스 덕후에게 설득당했지만 우동을 왜 두 개나 시키며 사람이 넷인데 돈까스를 왜 두 개만 시키는 건지 물었다. 돈까스를 하나 더 시키면 다 못 먹어서 돈까스 대신 우동을 시킨 거란다. 양이 어떻다는 건지 일단 남편이 주문한 대로 음식을 기다려 보기로 했다.




뷔페도 아닌 돈까스 매장에 이렇게 다양한 셀프바는 처음 봤다! 스프도 ‘소고기 스프’‘크림 스프’ 두 종류가 있어 원하는 종류로 원하는 만큼 떠서 먹으면 된다. 스프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식전에 두 가지 종류 스프를 다 먹어 봤다. 스프들 사이에 커다란 후추통이 있는 센스! 두 종류 중에서 내 입맛에는 소고기 스프가 딱이다. 밥도 떨어지면 그 자리에서 씻은 쌀을 밥통에 넣고 버튼을 누르는 걸 직접 보고 신기했다. 가운데 토스트는 돈까스 먹으러 와서 누가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손님들도 많이 먹었지만 우리도 식사 끝에 후식으로 먹게 될 줄이야.


반대쪽 셀프바 이용을 위해 뒤쪽으로 이동면 커피머신도 있고 정수기도 있어 마실 물을 받고 옆을 보니 장국도 뜨고 반찬도 있다. 반찬들 옆에 얼음통이 있어 얼음을 떠먹을 수 있어 물과 음료수에도 넣어 먹으니 시원하고 날씨가 더워지니 안성맞춤! 기본적인 반찬이지만 얇게 썰린 양배추를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어서 너무 행복했고 특히 매운 고추절임이 깍두기보다 매콤해 더 감칠맛이 좋았다. 장국도 원하는 만큼 파도 원하는 만큼! 뭐든 본인 양만큼만 먹을 수 있는 셀프바가 너무 좋아 반해버렸다.





이렇게나 다양한 셀프바를 이용하고 보니 메인 음식들도 안 나왔는데 이미 식탁은 스프와 반찬들로 만찬이구나! 스프는 메인 음식 먹기 전 입맛을 돋워주는 애피타이저인데 왜 돈까스 메뉴에만 같이 나오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어릴 때 엄마를 따라 종로 경양식집에서만 맛보았던 스프를 그렇게 좋아했다. 돈까스보다 스프를 좋아하는 나는 왜 맛있는 스프를 이렇게 조금 주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고 먹으면서도 아쉬웠다. 너무 금방 줄어드는 스프가 슬퍼서 접시까지 먹고 싶은 기분이었다. 마음을 알아챈 엄마는 큰 스프가루를 사두었다 가끔씩 끓여주시곤 했는데 따끈한 스프에 밥을 말아먹으며 행복해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주문 메뉴 중 먼저 만나 본 두 종류의 우동을 보고 남편과 깜짝 놀랐다. 그릇도 큰데 양이 너무 많다. 8900원짜리 김치가쓰오 우동과 7900원짜리 가쓰오 우동이다. 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이렇게 많이 준단말인가. 대체 이렇게 많은 걸 알고 시켰냐는 타박에 남편의 목소리가 줄어든다 “돈까스가 하도 커서 우동은 가격도 싼 편이라 두 개를 시킨 건데 이렇게 클 줄 몰랐지. 올 때마다 돈까스만 먹고 갔으니까.” 매콤한 김치 우동 국물을 계속 떠먹다 보니 ‘시원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사이즈와 양에 놀라며 이야기 나누는 사이 메인 메뉴가 속속 도착했다.




이 집의 이름에 걸맞은 두툼한 돈가스 등장! 크기에 놀라는데 “두께를 봐야 돼 잘라줄게 한번 봐” 일본식 돈까스가 아닌 한국식 왕돈까스를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대학시절 연애 때부터 아이들을 키우면서 무수한 돈까스 집에 많이 다녔었다. 유명한 돈까스집들을 많이 다녀봤지만 진짜 두터운 고기 두께는 자랑했다. 근데 크기까지 이렇게 크단 말인가. 남편이 왜 2개를 시켜야 한다는지 이해가 되었다. 입 짧은 둘째는 그렇다 치고 장남도 크기와 두께 비주얼에 감탄을 하며 돈까스를 썰어 입에 넣고 엄지를 들어 보인다.




오늘의 하이라이트가 될 줄 몰랐던 하이라이트 치킨돈까스! 비주얼만 보고 음식의 맛을 판단하지 말자를 깊이 깨닫게 해 준 음식. 마요네즈가 뿌려진 모습과 돈까스 색을 보고 처음에 멈칫했지만 쓸데없는 기우였다. 보통 일단적인 치킨까스는 돼지고기 대신 치킨을 넣고 만든 거라 많이 먹어봐서 아는 맛이라고 생각했는데 입에 넣는 순간 내 예상을 바사삭 깨 주었다. 이 맛은 돈까스인가 양념치킨인가 하다가도 파닭을 먹는 느낌까지 들었다. 처음 맛본 새로운 돈까스 맛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입 먹자마자 감탄사부터 터져 나왔다. “와 이게 돈까스라고? 진짜 맛있는데?” 남편의 표정이 환해지며 “맛있지? 좋아할 줄 알았다니까!‘ 엄마 아빠의 반응을 본 아이들이 너도 나도 포크를 들고 달려든다. “와 맛있다. 이거 돈까스 맞아?” “겉은 빠삭하고 양념이 너무 맛있잖아!” 처음 보는 맛에 다들 달려들어 먹다 보니 금방 동이 난 오늘의 인기 메뉴다. 대박사건!





열심히 돈까스에 취한 사이 우동을 다 먹은 막내가 갑자기 일어선다. 어디 가냐고 하니 토스트를 먹어보고 싶단다. 밥보다 빵이 먹고 싶었던 막내를 위해 아빠가 토스트를 같이 만들어주러 갔다. 다른 사람들이 미리 만들고 있어 줄을 서서 천천히 차례를 기다려 빵을 구웠다. 바삭하게 구워진 토스트에 사과잼을 발라 먹으니 고소하고 상큼한 새로운 느낌의 토스트. 상상 딸기잼만 먹는 아이가 새로운 잼에 눈을 뜨는 순간이었다. “엄마도 먹어봐 사과잼 바른 토스트 진짜 맛있어!”





돈까스가 워낙 큰 데다 셀프바까지 이용하다 보면 돈까스를 포장해 가는 손님들이 많았다. 가게에서는 손님이 직접 남은 돈가스를 포장해 갈 수 있도록 종이로 된 도시락 용기, 고무줄, 비닐봉지까지 준비를 해두었다. 우리 가족도 열심히 먹었지만 결국 돈까스를 다 먹지 못해 포장해 와서 저녁으로 먹어야 했다. 우리는 다 먹을 줄 알았는데 양이 정말 많아서 점심 먹으러 갔다 저녁까지 해결 한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렸다.



성인은 1인 1 메뉴다 보니 양이 많아 포장하는 사람이 종종 보였고 옆 테이블을 보니 돈까스 하나를 시켜 엄마와 아이가 먹고 한 개는 주문부터 포장으로 해서 가지고 가는 광경도 보았다. 1인 1 메뉴는 지키면서 음식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 같아 좋아 보였다. 홀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먹는 내내 수시로 포장주문 손님들이 계속 들어와 가져가고 근처에 회사들도 많다 보니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아쉬웠던 건 옆 테이블에서 먹던 고추 돈까스와 주문하지 않았던 파채 돈까스 맛이 너무 궁금했다. 남편에게 메밀국수를 시작하면 다른 돈까스와 먹으러 와보자고 약속을 했다. 이 돈까스 집의 특징을 발견했다! 두께도 양도 많지만 파채가 여기저기 들어간다는 점! 치킨돈까스에도 파채가 얹혀있어 파닭맛이 느껴졌었고 두 가지 맛 우동에도 파채가 얹어져 있었다. 우동에 파채라니 얼마나 새로운 조합인가.


어린아이들과 외식을 하면서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이 돈까스와 우동이다. 그럼에도 특별한 맛은 한 번 맛보고 느껴보는 게 인지상정 아닐까? 날씨가 점점 좋아지는 봄을 맞아 돈까스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봄 나들이를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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