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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Mar 13. 2024

잠이 들깨면 들깨칼국수

들깨방앗간은 못 참지!


아무것도 하기 싫은 일요일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긴장이 풀려버린 몸이 나른해져 온다. 야식을 즐겨 먹다 보니 아침을 잘 먹지 않아 점심시간이 가까워 올 수록 배꼽시계가 요란해진다. 아침을 꼭꼭 챙겨 먹이는데도 금방 배가 고파지는 아이들과 주말 점심은 뭘 해 먹나 고민하면 눈치 빠른 남편이 검색을 시작한다. 멀지 않은 곳에 맛집이 있는데 골라보라며 몇 개의 선택지를 카톡으로 보내준다. 최종 결정보스가 먹고 싶은 일요일 점심은 들깨칼국수와 보리밥, 수육이 한 세트들깨방앗간으로 정했다!


조선 제22대 왕 정조하면 수원의 화성행궁, 화성의 융건릉이 떠오르지 않는가? 융건릉 근처 ‘세자로’라 이름 붙여진 도로 주변은 맛집들이 즐비하다. 내가 콕 찝은 들깨수제비집이 맛집들 중에서도 특히 인기 있는 문전성시 이루는 식당 중 하나다. 좁지 않은 주차장이 차로 꽉 차고도 주차 대기를 하는 차들이 많아 주차를 할 수가 없어 난감했다. 차를 다른 골목에 돌려 나와 다시 가서야 겨우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인기가 많은 집인데도 점심시간 주차대기가 길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 했는데 식당의 회전율이 좋았다!

 

봄이라 해도 아직 매서운 바람이 불어대는 추운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 기온이 좀 올라도 쌀쌀하게 느껴져 주말이면 집에서 한없이 늘어지게 마련이다. 그래도 식사까지 거를 수야 있나. 피곤한 주말이지만 남이 만들어주는 맛있는 음식으로 한 끼로 기분전환을 해보고자 신나게 출발한다.





먼가 허름해 보이는 외관이지만 넓은 주차장을 꽉 채운 차들을 보면 맛집일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음식 맛이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성격 급한 아이들이 먼저 뛰어들어 간다. 어떤 음식점일지 궁금해하며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런 반전이 있나! 하얀 분위기의 깔끔하면서 넓은 매장이 펼쳐진다. 먼저 들어간 아이들이 입구에서 눈이 휘둥그레져서 서있다. 빈자리가 없어 잠시 대기하다 치워지고 정리된 테이블로 안내받아 착석과 동시에 주문했다. “칼국수 4개요!”


메인메뉴는 ‘들깨칼국수 + 보리밥 + 수육’과 ‘들깨냉국수 + 보리밥 + 수육’ 두 가지뿐인데 냉국수는 하절기에만 운영하니 단품인 메뉴나 마찬가지다.



생생정보통(<-누르면 유튜브로 연결!)에 나온 적이 있었다는 걸 식당에서야 알게 되었다. 가게 벽에 달린 커다란 TV 화면에 가게와 메뉴를 소개하며 수제비면을 만드는 비법과 국물이 만들어지는 과정들을 일일이 설명해 주는 걸 볼 수 있어 밥 먹는 중간중간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가게 주방 근처 한켠에 들깨 볶는 기계도 보였고 주방이나 식당 내부 등 모든 시설이나 너무 깔끔해서 식사하는 기분이 왠지 더 즐거웠다.





주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리밥과 밑반찬이 금세 차려진다. 이미 우리의 눈은 방황하고 손은 어느새인가 수저를 들고 있다. 친절한 직원은 테이블에 음식들을 놓아주며 보리밥을 먹는 방법을 설명해 준다. 일단 비비기 전에 맛부터 보는 게 순서! 콩나물, 무채, 겉절이를 한입씩 먹어보며 저마다 맛있는 반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 수육 접시가 어느샌가 도착했다. 일단 보리밥부터 비빔밥으로 만들어 볼까나.




들기름이 들어간 보리밥이 나오면 같이 내어준 콩나물 무채를 넣고 고추장 살짝 넣고 비비면 맛있는 보리비빔밥 완성이다. 밑반찬에 이어서 나오는 돼지 수육과 한입, 겉절이와 한입 먹다 보면 순식간에 비워지는지 그릇들을 마주할 수 있다. 보리밥은 달라는 대로 추가 리필이 돼서 장남은 두 공기 추가해서 먹은 건 안 비밀이다. 맛있게 보리밥을 비벼 먹으면서 장남의 한마디 “아빠! 만두도 먹고 싶어요!” 그렇게 고기만두도 한 접시 뚝딱 먹어치웠다.




주방 입구에 ‘톳이 들어서 반죽한 면’이라는 설명이 적힌 걸 보고 신기해서 눈길을 끌었다. 들깨만으로도 건강함이 느껴지는데 항암작용을 한다는 톳이 들어간 칼국수라니 먹기만 해도 건강해질 것 같다. 칼국수는 4인분이 커다란 그릇에 가득 담겨 나왔는데 그릇이 어찌나 큰지 크기에 한 번 놀라고 안에 가득 들어있는 들깨칼국수의 양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일단 고소하게 풍기는 냄새로 맛이 너무 궁금했는데 입 짧은 막내 녀석이 먹을 수 있을지 잠시 걱정이 되었으나 칼국수라면 사죽을 못쓰는 자칭 마니아인 아이라 적은 양부터 일단 도전해 보기로 했다.




4인분 한 번에 이렇게나 큰 그릇에 담겨 나온다. 크기에 압도당하며 순식간에 젓가락들이 날아든다. 우리 진정 좀 하고 한 명씩 떠줄 테니 기다려라 얘들아~


아빠가 조금씩 떠주는 그릇을 받아 들자마자 흡입하는 아이들. 걱정했던 막내가 '오~' 소리를 내며  엄지를 척 들어 보인다. 이번에도 성공이구나. 일단 칼국수보다 들깨향이 가득한 국물부터 한 숟가락 떠먹어 본다.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지며 탄성이 나온다. 남편과 동시에 외쳤다. "부모님들 모시고 오면 너무 좋아하겠다!" 어른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맛있는 들깨 칼국수 열심히 퍼서 먹다 보니 어느새 다 먹었네?


배를 두드리며 나오는데 계산을 하고 나오는 남편이 “이 거”하며 건넨다. 건네주는 건 내가 좋아하는 쫀드기랑 엿이다. 어디서 났냐고 하니 계산대 앞에 있어서 애들이랑 엿을 나눠먹으라고 사 왔단다. 일단 쫀드기는 찜해두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엿을 먹으라 건네줬다. 다시 가게로 들어가 보니 개당 천 원에 팔고 있는 게 아닌가. 고민도 잠시, 쫀드기와 엿을 조금 더 구입했다. 아이들과 간식으로 나눠먹을 생각에 기분이 신이 났다.










부른 배를 안고 간식까지 생겼는데 하늘이 너무 맑고 오랜만에 날씨가 춥지 않다. 식사를 마치면 바로 차를 타고 이동하면 배가 더부룩하니 맛있는 거 먹으러 화성까지 온 김에 근처 융건릉 산책 한 번 해보자는 아이들.




처음엔 너무 넓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야기하면서 걷다 보면 융릉과 건릉을 금방 구경할 수 있다. 겨울에 오면 한산하고 가끔 고라니도 볼 수 있었는데 날이 좋아서인지 산책 나온 가족들, 연인들이 많이 보였다. 따뜻한 봄이 오고 있는 요즘 맛있는 들깨칼국수 먹고 융건릉 산책하는 주말이 어떨지 넌지시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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