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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Oct 16. 2024

어느 날 작가가 되었다.

브런치 작가가 주는 삶의 의미



얼마 전 성수에서 열린 ‘브런치 작가를 위한 팝업 전시회 ’작가의 여정‘에 다녀왔다. 소중하고 감사한 인연, 브런치 작가를 같이 준비하고 지금도 같이 브런치 글을 쓰고 크리에이터가 되면 축하하고 조회수 폭발에 같이 환호하는 소중한 동기들과 함께. 글을 쓰고 싶고 작가가 되고 싶은 각각의 이유가 나름대로 존재하지만 끊임없이 읽고 쓰는 열정이 모두가 가득 차고 넘친다. 함께 만나 즐기기 위해 입장을 하면 ‘브런치 작가’인지 물어본다. 앱을 열어 브런치 작가임을 보여주자 너무나 반가운 소리로 반겨주었다. “작가님!” 왜 그렇게 떨리고 울컥하는지. 감사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팝업을 구경했다.


1년 남짓 브런치 작가라며 나름 속으로는 우쭐거리는 마음도 많이 생겼고 나도 글 좀 쓴다며 끝을 모르고 부풀어 오르던 어리석음이 산산이 부서지는 경험도 했다. 혼란스러운 시간들 속에서 다시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다잡아 일어서는 순간들이 다시 어려워졌다. 다시 글을 마구 써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변하지 않고 한 곳에서 묵묵히 기다려주고 다시 글을 쓸 공간을 기꺼이 내준 건 역시나 브런치 안에서였다.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게 아이들을 기관에 보낸 여유 시간의 즐거움이었는데 주변에는 아무도 그런 사람이 없었다. 가끔씩 도서관에 간다 책을 읽는다고 하면 오히려 신기해하며 왜 쉬지 않고 힘들게 책을 읽냐고 타박하기 일쑤다. 맛있는 것도 먹고 운동도 하고 아이들 오기 전까지 몸과 마음을 충전하고 있어야 아이들 오면 쉴 새 없이  라이딩과 간식, 식사. 수발드는 정신적 육체적 강도 높은 노동을 쉬지 않고 해야 하니 말이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쉼은 책이었다.



사회와 동떨어져 아이만 보고 살다 보니 우울증과 자괴감이 수시로 밀려왔다. 눈을 뜨고 감눈 찰나조차 편치 않은 그야말로 24시간 독박육아 대환장 파티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도 왜 그렇게 아이를 단속하고 힘들게 키우느냐 한마디 하다가도 아이가 하는 걸 여러 번 지켜본 아이 친구 엄마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계속 얘를 보니까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알겠다. 같이 노는데 왜 얘만 이렇게 다치니...” 걱정 아닌 걱정의 말이 상처가 아닌 위로가 되는 말이 될 줄 몰랐다.



힘든 육아의 수렁을 같이 견딘 동생이 “언니 요새 인스타그램 많이들 해! 가입해서 한 번 해봐”귀뜸을 해준다. 오랜 시간 아이들 동화를 같이 수천번 읽어주고 동요를 수억 번 따라 부르며 율동을 같이하느라 세상의 흐름조차 몰랐다.  TV는 아예 켜보질 않으니 세상과 단절되었던 그때, 오랜 시간의 끈을 다시 서서히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계기가 인스타였다.


다양한 책을 소개하는 사람들 알지 못한 출판사들과 작가님들까지 인스타에 책과 관련된 많은 정보들이 얼마나 많은지 감탄을 연발했다. 그렇게 계속 출판사들을 찾아가서 구경하고 책 소개를 구경하다 보니 책을 읽고 서평을 써서 소개하는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키우는 ’ 엄마들‘이었다. 내 주변에 이렇게 책을 읽는 사람이 없는데 다들 아이들에게만 책을 읽으라 하고 책을 읽어주는데? 엄마들이 시간을 내서 책을 이렇게나 열심히 읽는다고? 나 혼자 책을 읽고 공부에 몰두한다고 착각했던 생각들에 정을 세게 맞고 말았다.







사람들이 올려준 피드를 보다 어느 순간 나도 책을 소개하는 인플루언서가 되어보고 싶은 욕구가 마구 솟구쳤다. 이들도 하는데 나는 왜 못하나? 집 전체가 책에 깔려 책으로 수영을 해도 될 판인데 거기다 책을 계속 사서 읽고 거기다 도서관에서 찾아서 빌려 읽는 것까지 이 많은 시간이 헛되지 않음을 스스로 증명하고도 싶었다. 그렇게 계속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혼자서 하기 힘들지만 너무 궁금했던 ‘철학’ 강의도 들었다. sns로 알게 된 서평 신청, 책을 공짜로 받고 읽고 서평까지 쓸 수 있다고 한다. 일거양득이 아니라 일석 삼조가 아닌가!!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현실은 너무 서평을 잘 쓰는 사람들이 많아 어쩌다 퐁당퐁당 당첨되는 서평에 감사하면서도 출판사나 작가님께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책을 홍보하고 알리기 위해 무료로 책을 보내주는데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끌어당기면서 요모조모 눈길을 끄는 글로 서평을 쓰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쉬웠다. 그렇게 다시 도서관을 찾아 서평 쓰는 책에 대한 가이드를 얻으려 고군분투했다. 가끔 잘 써진 서평이 뽑혀 선물을 받기도 하면 얼른 달려가 서평을 읽어보며 나와의 차이와 느낌을 찾아내려 애썼다.


한 때 돌풍이었던 김영하 북클럽에도 빠짐없이 참여하며 글을 올렸지만 너무 잘 쓴 서평에 위화감도 느꼈고 이렇게나 많은 엄마들이 책에 진심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반가웠다. 누군지는 모르는 익명의 독서가 엄마들이 동지같이 느껴졌다. 나만 책 읽는 특이한 엄마가 아니다!






그렇게 책을 읽고 메모하고 공부하는 나날이 쌓여갈 때 불쑥 남편이 한 마디 건넸다. “우리 몇 년 동안 전국 각지를 돌면서 역사여행한 거 글로 써보면 어때?” 글쓰기의 넛지가 되어준 말이었다. 대학원 시절 논문을 쓸 때마다 너무 힘들었던 글쓰기 바보가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거다. 갑자기 책 한 권 뚝 딱 쓸 거 같은 아드레날린이 용솟음쳤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아이들과 찍었던 사진들을 보며 서론을 쓰고 글을 쓰는 과정이 너무 어렵고 힘들고 막막해서 내려놓고 말았다.


한동안 글쓰기에 좌절하고 침체기를 겪으며 독서와 철학공부에 더 빠져들었지만 글쓰기는 놓지 못한 숙제가 되어갔다. 조금씩 끄적이는 글로는 대체 뭘 할 수 없을 것 같았고 이대로 덮어버리기엔 너무 아쉬웠다. 우연히 핸드폰에 깔려있던 앱 ‘브런치‘. 먹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라 덥석 들어갔는데 먹는 게 아니라 글을 쓰는 앱이라고?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다. 앱에 글을 쓰면 뭐가 된다는 거지? 누가 읽어주기라도 한다는 건가?  시작은 했지만 또다시 헤매고 있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려면 글을 써야 했고 주제가 필요했다. 오랜 시간 아이만 낳아 키우던 사람이 아이들 이야기 말고 뭐 할 말이 있어 글을 쓸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때 작가 신청을 하기 위해 썼던 글은 지금 읽어도 장문의 일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힘들고 어려운 새로운 도전의 시간들이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읽고 쓰는 것이 삶이 되었다. 인스타로 꾸준히 책을 읽은 내용을 공유하며 브런치로 내 목소리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러면서 점점 더 많은 독서가들이 엄마가 많다는 걸 느꼈고 같이 글을 쓰고 응원해 주는 브런치 작가 동기들도 모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보람되고 감사하며 행복하지만 힘들고 어렵고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은 끊임없이 지나야 만 한다. 하지만 특별한 돌파구가 없기에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아이를 위한 희생을 감내하고 지내는 일이 일상이다. 그런 엄마들에게 독서는 한숨 쉬어가는 안식처이자 마음을 위로해 주는 휴식처가 되어준다. sns로 이어지는 독서인들의 교류로 단절된 세상으로 한 발 내딛는 용기를 주었다. 글을 쓰며 내가 사는 세상과 다른 많은 세상을 만날 수 있었고 또 다른 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 안에 잠재된 이야기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는데 글로 풀어낼 수 있는 용기와 열정이 있다는 것도 새삼 느껴졌다.






혼자 읽고 기록하는 삶에서 글을 쓰고 소통하는 사람이 되고 나서 아이들과 관계도 좋아졌다. 엄마의 글이라며 부끄럽게 보여준 글을 읽은 아이들은 자신들의 일상을 보며 즐거워했다. “엄마 나 이거 기억나” “엄마 이런 것도 있었잖아” 깔깔대며 즐겁게 읽는 아이들 덕에 용기가 생겼다. 나도 글을 써도 되는구나. 엄마 글을 유심히 읽던 큰 애가 진지하게 다가와 “엄마 이런 상황에 그런 마음이 신줄 몰랐어요. 엄마가 책 읽고 공부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 글을 쓰는지 몰랐어요. 엄마 글을 따뜻해서 읽기 편해서 좋아요.” 그 누구의 칭찬보다 감동적이었고 열정에 불을 집혔다. 재미없는 일기만 써댄다고 속상해하며 인기 없는 이야기만 혼자 주절대고 있다고 좌절하고 있던 초보 작가 지망생에게 아이의 한 마디는 큰 울림이 되어 주었다.




나만의 발전된 글을 지속적으로 써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진정한 '작가'라는 단어가 내게 불려도 부끄럽지 않고 싶다. 그러기 위한 동력이 계속 글 쓰는 주변에 산재하기를 그리고 글로 잘 풀어낼 수 있길 매 순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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