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사람들에 대해서
부장님: 으이는 여기 10년전에 인턴으로 들어왔어.
나: 진짜요!??
부장님: 그래 홍콩에서 첫 인턴이 들어올때 으이도 인턴이여서 홍콩 인턴이랑 같이 프로젝트를 했지
회사에는 '으이'라는 이름의 직원이 있다. 나랑 제일 친하게지내는 친화력 높은 언니다. (처음에 태국 직원들 이름을 외우느라 고생했다... 몇번을 불러도 익숙해지지 않는 이름) 이 언니가 여기서 10년동안 일했다니.
처음 으이를 봤을때 나이를 잘 가늠할 수가 없었다. 으이가 자신이 결혼했다고 했을때 '너무 어린데요!??' 라고 말해버려서 알게된 으이 언니의 나이는 30대 초중반. 하하 웃으며 그렇게 어리지 않다고 말하는 언니를 보고 당황해서 '요즘 한국은 결혼하는 나이가 늦춰져서...' 라며 얼버무리긴 했지만.
첫 회사가 이곳이고 10년동안 일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부장님: 그리고 그때 인턴이 4명 있었는데 그때 인턴들이 으이집 놀라가서 자고 그랬어.
나: 그래도 돼요??
부장님: 응 으이가 너한테도 초대한거로 아는데?
나: 초대하긴 했는데...
부장님: 으이 본가에 손님용 방도 있어. 그때 으이랑 같이 인턴했던 홍콩 인턴이 종종 홍콩에 놀러오는데 그때 으이 집에 매번 가서 으이 부모님이 손님용 방을 따로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던대.
나: 우와 그럼 저도 .. 저도 갈래요!!
으이 언니의 집은 정말 '시골' 이라고 부를만한 곳에 위치해 있다. 방콕 근처에 있는데 망고나무 과수원과 논밭이 있을만한 정말 말 그대로 '시골'. 동네에 카페가 하나뿐인 시골. 예전에 언니가 꼭 놀러오라면서 말해준 적이 있어서 같이 구글맵으로 스트릿뷰를 본 적이 있는데, 정말 도로 하나 없는 시골이었다.
태국 시골에 놀러갈 수 있다니!
인턴이 끝나기 전에 꼭 한번 놀러가야지 라고 다짐했다.
나: 으이언니 근데 PID아니였어요?
부장님: 아니야, 으이는 KSK 밑에 있어. Costing이야 PID랑 협업할 일이 많아서 사무실만 PID쪽이고.
나: 몰랐어요!!!
지금까지 PID 부서라고 착각했던 언니는 알고보니 Costing이었다. 두 달 밖에 있지 않았지만 나는 Costing부서의 부장인 KSK를 정말 좋아한다. 내가 하는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은 그야말로 '머신러닝 덕후' 인데, 나는 이 부장님에게 더 많은걸 설명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공부해야 했다. 머신러닝에 대한 기초적인 것 마저 다시 복습하게 만들 정도로 내 인턴생활을 의미있게 만들어주시는 분이기 때문에.
며칠 후 으이언니와 단 둘이 얘기할 기회가 생겨 회사생활에 대해 물어보았다.
***
나: 그럼 계속 이 공장에 다닐거에요?
으이: 확실한건 이 공장이 내 마지막 직장일거야. 난 이 공장이 아니면 집에서 일하겠지, 가족사업이 있으니까.
나: 공장에 다니는건 좋아요?
으이: 내가 공장에 다니는 이유는 KSK때문이야. (부장님) KSK는 최고의 상사 (Boss)야.
예상하지도 못한 이름이 튀어나와서 정말 진심으로 놀랐다. 나 또한 KSK를 정말 존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인생의 멘토가 없다. '스승'이 없었단 뜻이다. 되고싶은 사람을 꼽으라면 '일론머스크' 나올 정도로 주변에는 본받을 만한 사람이 없었다. 항상 나도 꼭 보고 배울만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그러던 차에 이번 인턴에서 부장님들을 만났다. 워커부장님과 KSK부장님. 단순히 내 상사라서 존경한다고 하기에는 지금까지 내가 겪었던 수많은 교수님과 상사에겐 비슷한 감정이 든 적이 없다. 단순히 저보다 나이 많은 어른이라 존경하는건 더더욱 아니다.
KSK는 Costing 부서의 부장이신데 그리고 정년퇴직할 나이인 65세가 훨씬 넘어서도 계속해서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걸 꺼리지않고 배움을 욕망하는 사람이었다.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을 익히려 들고, 단순히 이론만 알고 아랫사람한테 시키는것이 아닌 자신이 직접 해보는 식으로 그 나이까지 지식을 습득하고 있었다. 그리고 단순히 습득할 뿐만 아니라 항상 회사에 대해서 생각하고 이 회사를 그 지식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이렇게까지 무언가에 오랫동안 재미를 느끼고 배움을 멈추지 않는 마인드가 본받을만 하다라고 생각했고, 몇십년동안 누군가를 자신 밑에서 일하게 만들게 할 수 있는 인품에 감탄했다.
그리고 그런 KSK의 이름이 으이의 입에서 나왔다. 마치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을 자신도 좋아한다, 하고 말하는 느낌의 동질감이 들었다.
으이와 내적친밀감이 더 쌓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