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블레이드 러너>(3/3): 이 영화가 명작인 이유

영화 '블레이드 러너' 리뷰

by 정말 많다

이전에 블레이드 러너에 흥행과 세계관 상징들에 대해서 말해보았다. 하지만 나는 이런 상징들을 찾는다는 재미만으로 이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다.

다름 아닌 관객들에게 철학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의 이야기에 매료되었기 때문에 영화를 재생한 것이었다. 아무것도 몰랐던 지난 나를 돌아보며 다시 영화를 곱씹어보는 매력이 있었기에 씹으면 씹을수록 지루해지지 않고 새로운 매력들을 발견할 수 있었기에 수십 번을 보았다.


줄거리

핵전쟁 이후 무질서로 휩싸인 현재 복제인간 '로이'를 포함한 넥서스 6이라 불리는 레플리컨트들이 지구로 잠입하게 된다. 은퇴한 블레이드 러너 '데커드'는 이들을 찾는 임무를 강제로 떠맡게 되고, 이들을 사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데커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이다.




영화는 쫓는 대상이 복제인간이라는 차이점을 제외하곤 우리가 꽤 많이 보아왔던 누아르적인 형사 이야기이다.


처음에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레플리컨트들이 정말 나쁘다 라는 단순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들은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고 자신을 창조한 사람을 죽이다니 말이다. 그래서 데커드가 얼른 임무를 수행하고 그가 사랑하는 숀 영과 행복하게 살기를 바랬다.

하지만 영화를 2회 3회 감상하다 보면 이런 생각들은 틀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는 데커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감독의 관점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한눈에 눈치챌 수 있었다.

영화 장면 속 비중을 따져보면 알 수 있었는데, 데커드가 조라를 쫓아가 비닐 쪼가리 하나 걸치고 달려가는 여자의 뒤에서 스피더(권총)로 명중시키고 조라가 고통과 두려움에 휩싸인 표정으로 유리창을 깨고 도망치다 쓰러지는 불쾌한 장면을 굳이 슬로모션으로 느리고 자세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이 장면을 통해서 질문을 던진다. "도망가는 여자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차가운 표정으로 총알을 관통시키는 이 자가 정말로 인간인가?"라며 말이다. 우리는 쉽게 그렇게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다음 장면에서 조라의 죽음에 슬퍼하며 데커드를 벽으로 꽂아버리는 레온을 볼 수 있다. 동료의 죽음을 슬퍼하며 복수를 꿈꾸는 이들이 더 인간적이지 않는가 하는 의문점이 들게 만든다.


이후 프리스를 사살하는데 한 발에 그치지 않고 확인사살까지 하는 그를 보고 있자면 차가운 로봇이 인간을 사냥한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불쾌해진다.

마지막에 데커드는 프리스를 죽이고 로이를 죽이려 하지만 어느새 데커드가 로이에게 쫓기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그는 죽기 직전의 절체절명의 순간에 마주치게 된다.

공포 속에서 사는 기분이 어때? 그게 노예의 기분이야.


그러나 마지막 순간, 로이는 데커드를 살려준다.


영화의 가장 큰 주제의식을 보여주는데, 인조인간 로이가 데커드보다 더욱 성장한 윤리의식을 보여주면서 '이런 레플리컨트들이 과연 인간성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라며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다음 장면으로 해답을 마련해준다. 예수처럼 손에 못이 박힌 채 그를 죽음의 늪에서 들어 올려주는 구원의 장면을 보여주며 타이렐을 아버지라 부르던 로이를 설명한다.


에이리언이나 프로메테우스 같은 영화들을 제작하며 창조주와 피조물에 대해 다룬 리들리 스콧은 블레이드 러너 속 로이를 통해 아버지를 죽이는 오이디푸스와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블레이드 러너 이야기는 현실의 인간 세계의 성경, 신화와 밀접하게 보인다. 우리는 탄생과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 신성시해오고 숭고한 존재로 인식해왔지만 영화는 그런 것들에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스스로 인간이라 생각하며 인간의 가치관을 갖고 있음에도 무엇이 나를 인간적이다 라고 정의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레플리컨트와 인간의 차이점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의 질문은 데커드에게도 주어지는데, 자신의 정체를 눈치챈 숀 영은 데커드에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도 보이트 캄프 테스트를 받은 적 있나요?"라고 말이다.


그렇다 그는 테스트를 받은 적도 없고 의심도 하지 않았다. 데커드는 기억을 이식받은 숀 영에게 자신이 했던 질문을 똑같이 받음으로써 자신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된다.

과연 기억이 있다는 것은 혼이 있는 것일까? 과연 그것이 이식받았던 것이었어도? 결국 인간과 기억을 가진 복제인간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많은 관객들과 평론가들은 데커드가 레플리컨트인지 인간인지에 대해 궁금해한다. 이것은 현재까지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는데, 배우와 감독, 작가가 하는 이야기가 모두 다르게 되면서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난제는 미궁으로 빠져 갔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로이가 데커드를 살려주고 자신의 일대기를 모두 말해주고 숨을 거두며 그의 혼을 상징하는 비둘기가 하늘로 날아가는 시퀀스는 눈물이 흐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 영화는 로이의 화룡점정 대사로 마무리된다.

나는 당신네 인간은 믿지 못할 것들을 보아왔어.
오리온 좌 너머에서 불에 타던 전함. 탠 하우저 게이트 근처에서 어둠 속에 반짝이는 C-빔도 보았지.

그 모든 순간들이 시간 속에서 사라져 가겠지. 빗속의 내 눈물처럼... 이제 죽을 시간이야!


인간보다 더 인간다웠던 로이의 마지막 대사는 잊히지 않는다, 이 엔딩씬은 모든 영화의 엔딩씬 중에서도 최고라고 생각한다.


데커드는 인간인가? 레플리컨트인가?, 그렇다면 로이는 인간인가?, 인간과 레플리컨트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것은 무엇인가


에 대해서 노골적인 대사 하나 없이 물음표 하나에 모든 것을 설명하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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