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레이드 러너' 리뷰
블레이드 러너의 첫인상은 어둡고 답답했다.
이 영화는 사실 원작이 따로 있다. 바로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을 꿈꾸는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이다.
필립 K 딕이라 하면 우리가 흔히 아는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토털 리콜'같은 대작들이 모두 이 사람의 손에서 만들어진 소설을 기반하였다. 이런 엄청난 SF소설을 쓴 이 사람은 실제로 블레이드 러너의 영화 제작에도 일부 참여하고 관람까지 하였지만 재조명을 받지 못한 채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블레이드 러너 이전까지만 해도 괴짜 이미지의 매니아적인 SF소설가였지만 현재 많은 영화들이 그의 소설 속에서 영향을 받으면서 지금에서야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을 꿈꾸는가'에서 어디까지가 필립의 상상이고 리들리의 각색인지 모르지만 이러한 화면을 만들어낸 리들리는 충분히 박수받을 가치가 있다. 도시 속 모든 것들은 미니어처로 만들고(건물 속 불빛들은 광섬유를 활용했다고 한다.) 수백 개가 되는 네온사인들과 다양한 옷차림의 도시 속 사람들 등등 최고의 비주얼로 미래를 구현해낸 그는 대단했다. 이런 그는 영화 속 설정들을 차근차근 쌓아나가기 시작한다.
영화는 모든 생명체가 사라지고 난 후 우주 식민지를 만들고 레플리컨트라고 불리는 복제인간을 만들 정도로 기술이 발전한 21세기 초를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도시의 모습은 복제인간을 만들 정도로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미래이지만 이상하리만큼 어둡고 축축하다.
하늘에서는 맞으면 안 되는 유독성 비가 내리고 있고, 하늘을 뚫을 듯이 높은 건물들과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피라미드 구조의 타이렐 사는 하층민들이 사는 지상에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도록 막아서 있는다.
사람들이 사는 집의 불빛들은 간간히 나오지만 심하다 싶을 정도로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는 회사들의 로고나 제품 광고들의 밝은 빛은 사람들의 눈을 파고 들어온다. (실제론 블레이드 러너의 저주라는 것이 있을 정도로 영화 속 많은 회사들이 부도나 파산을 했다.)
이런 자본주의적인 회사들의 광고가 빛이 나고 하늘을 뒤덮어 어두워진 도시는 우리가 사는 현재와도 교차된다. 높은 건물들로 빛을 보지 못하고 이상한 도시어(영화 속 가상세계 공용어)를 말하는 도시 속 사람들은 현재 우리와 비슷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이런 우리들에게 세뇌되는 것이 바로 대기업들의 로고들이나 상품들이 아니겠는가?
설정 속 대기업 중 대기업인 타이렐 사는 자본주의를 노골적으로 표현하듯 도시의 중앙에 떡하니 피라미드 형태의 건물이 서있다. 그런 커다란 피라미드 구조 속 도시에서 사람들은 상점이나 거리 속의 화려한 네온사인만으로라도 위안을 받는다.
이렇듯 어둡고 축축하지만 그 속에서도 화려한 빛으로 물든 사이버펑크 세상은 이후 많은 사이버펑크 영화들이나 우주영화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공각기동대, 제5 원소, 매트릭스, 레디 플레이어 원 우리나라만 해도 인랑, 승리호 등등 대부분의 영화에 기초가 된 작품이다. 미래 도시를 상상하자면 우리 머릿속은 블레이드 러너 속 도시와 유사하게 자리잡은 이유도 그 이유이다.
그런 도시 속에서 영화는 복제인간이라는 재밌는 설정을 가져오게 되는데, 복제인간을 복제 '인간'이라 부르지 않고 그들을 죽여도 '사형(execution)'이라고 부르지 않고, '폐기(retirement)'라고 불렀다. (많은 이들은 이를 '폐기라고 하고, 어떤 이들은 '은퇴'라고도 부른다.) 즉 도시의 사람들은 이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도구 또는 물건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우주 식민지를 개척하기 위한 전투용, 채굴용, 위안용 등으로 구분하여 용도를 정하였다. 그들도 하나의 생명체이자 인간으로서 정체성이 생기고 감정이 생기기 마련일 것이다. 그들은 일반 인간들처럼 반란을 도모하고 인간들과 전쟁을 한다. 마치 인간들의 과거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진압되고 인간들은 '블레이드 러너'라는 특수경찰단을 만들어 이들을 사살한다. 아니 폐기한다.
블레이드 러너들은 인간과 레플리컨트를 구분하기 위해 보이트 캄프 테스트를 시행한다. 이는 인간의 눈에 특정 홍채나 동공의 움직임으로 이를 분간해내는데, 마치 동물처럼 공기를 마시고 내쉬며 그들의 '눈'을 분석한다.
이 영화에선 '눈'에 대한 장면들이 꽤 많이 나오는데, 영화 시작 부분만 하더라도 화면을 가득 채우는 사람의 파란 눈을 보여주었고, 보이트 캄프 테스트에서도 눈으로 그들을 판별하고, 로이 무리가 가장 먼저 찾아가는 것도 복제 안구를 만드는 사람이었고, 로이가 타이렐을 죽일 때도 그의 눈을 누른 후 죽인다. 이렇듯 왜 영화 속에서 눈에 대한 장면들이 이어지는 것일까?
사람의 눈은 가장 민감하고 감각적인 신체기관이다. 사람들은 대화를 할 때 눈을 보며 이야기하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판별하려면 눈을 보면 된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사람들의 눈은 속일 수 없고 그만큼이나마 예민한 곳은 눈일 것이다.
1984의 빅브라더의 눈, 위대한 개츠비에서 안과를 홍보하는 파란 두 눈, 반지의 제왕에서 동공을 형상화한 듯한 사우론 등등 많은 곳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 초반 타이렐의 눈을 보여주는 것은 타이렐이 도시의 모든 사람을 감시한다는 암시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타이렐은 이미 로이가 올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타이렐 조차도 인조인간이었을 것이다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관객들은 프레임 속에 꽉 찬 눈을 마주 앉아 바라보며 압박감과 부담감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마치 '당신들도 영화 속 이들과 똑같지 않은가?'라며 반문하듯이 말이다. 그것이 바로 리들리가 원하고자 한 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리들리는 눈을 통해 인조인간의 눈으로 영화를 바라보고 이야기를 해준다.
다음 블레이드 러너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계속하도록 하겠다.
이상 블레이드 러너의 세계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