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물화를 프랑스어로 뭐라고 할까요?
정물화 (靜物畵) 란 꽃, 과일, 물건 등 그 자체로는 움직이지 않는 물체를 소재로 하여 그린 그림을 말한다. 정(靜)이라는 한자어는 '고요하다' '정지하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물(物) 이란 문자 그대로 '사물'을 의미한다.
정물화라는 단어는 영어인 '스틸 라이프 (Still life)'와 독어인 '스틸레벤 (Stilleben)'의 뜻에서 따온 단어이다.
영어 표현인 '스틸 라이프'를 한 번 살펴보자.
‘스틸 (still)'은 '조용한, 움직이지 않는' 등의 의미를 가지며, '라이프(life)'는 '생명, 살아있음, 생기 있음, 삶' 등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직설적으로 번역한다면, ' 조용한 생명, 생기 없이 움직이지 않는 생명'으로 번역할 수도 있다.
이번엔 독일어 표현을 한 번 살펴보기로 하자.
‘스틸 (still)'은 영어의 '스틸'과 같은 의미이고,
‘레벤(leben)'은 영어의 '라이프'를 말한다. 즉, 삶, 생명력, 생명을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정물화'라는 단어를 프랑스인들은 어떻게 표현할까?
정물화는 프랑스어로 '나튀르 모르트(Nature morte)'라고 하는데 사실 정확한 발음을 한국어로 표기하자면 '나뛰흐 모흐뜨'에 가깝다. '나튀르‘는 영어의 '네이처 (nature)', 즉 자연을 가리킨다. '모르트(morte)'는 '죽은, 죽어있는'이란 뜻이다. 한국사람들은 ‘떨어진 나뭇잎’을 낙엽, 고엽이라고 말하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낙엽을 ‘레 페이유 모르트( les feuilles mortes)’ 즉, ’ 죽은 나뭇잎‘이라고 표현한다. 마찬가지로 프랑스 사람들은 정물화를 '죽은 자연, 죽어있는 자연(dead nature)'이라고 조금은 과장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즉, 정물화란 자연적 환경과는 동떨어진 장소에 스스로는 움직이지 않는 오브제 (object)를 화가의 미적 시각에 따라 캔버스에 담는 그림의 한 형태인 것이다. 정물화에 등장하는 일상에서 흔히 보게 되는 아주 흔한 물건들은 과일, 꽃, 채소, 도자기, 유리잔, 식기, 물고기나 새, 책상보와 커튼 등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개나 사람과 같은 살아 있는 대상이 정물화의 배경에 들어가기도 한다.
꽃, 나무, 과일 등을 그린 정물화는 고대 이집트, 로마 시대로 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지만, 그림의 중요한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서 대두된 것은 17세기 네덜란드 플랑드르 지역에서부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화가들은 '나튀르 모르트'를 화폭에 담아서 각각의 '죽어있는 자연물'에 생동감 있는 붓터치를 통해 의미와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풍성하고 아름다운 정물화를 완성해 낼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