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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히 Oct 25. 2024

발작

  아버지를 포함해 비슷한 시기에 간 이식 수혜자들은 모두 11명이었다. 중환자실 면회자들은 세균 감염을 예방해야 하므로 입장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유리창을 사이에 대고 환자와 인터폰으로 대화했다.

  “아버지의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다고 하네.”

  어머니가 말했다. 그녀는 환자 셋을 간병할 수 없으니, 아버지의 간병인은 따로 구하기로 했다. 여기저기 전화로 구인했으나, 일손이 없었다. 결국, 청소부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아 구인에 성공했다.

  수라는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혈압을 쟀다.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봤다. 2시간 간격이어서, 계속 잠에서 깼다. 새벽 1시에 300ml, 3시에 250ml, 5시에 250ml, 7시에 150ml. 갈증이 나서 물을 세 모금씩 들이켜는데, 소변의 양은 흡수한 양보다 훨씬 많았다. 체내의 노폐물이 소변으로 배출되는 모양이었다.

  5시에 채혈하고, 7시 30분에 또 혈압을 측정하고, 8시에 X-ray를 촬영했다. 이동 담당 직원들이 신속하고 부드럽게 수라를 휠체어에 태워 이동했다.

  X-ray 촬영자는 매일 교대로 바뀌었다. 촬영자가 남자였는데, 검사대 위에 환자를 눕힐 때 자신의 목을 안게끔 해서 능숙하게 진행했다. 수라는 그의 안정적인 응대가 마음에 들었다.

  ‘휴, 배가 아파서 허리를 펴지 못한 채 한 걸음 옮기기도 힘들고, 통증이 심히 불편하고 괴롭다…….’

  10시, 수라는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 면회를 다녀왔다.

  11시에 초음파 검사를 했을 때, 수라를 눕힌 남자 직원은 서툴렀다. 그는 수라의 환자복 상의를 활짝 열어 놓고 나갔다. 잠시 후, 여직원 2명이 초음파 검사를 하러 들어왔다. 에어컨이 가동되는 방에서 수라는 추위에 떨었다.

  병실로 되돌아갈 때는 이동 담당자가 여자였는데, 아무래도 힘이 부족하고 불안정했다. 그녀는 신입인 듯싶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다른 동료가 그녀에게 조언을 하는 것을 수라가 듣고, 짐작할 수 있었다.

  14시, 영양제를 추가하러 온 간호사가 배에 가스가 차 있으니 운동을 많이 하고, 물은 조금씩 자주 섭취하라고 조언했다. 수라는 조금 무리해서 동관 복도 끝까지 걸었다.

  19시, 친척들과 사촌 언니가 문병 와서 어머니와 함께 식사하러 나갔다.

  22시, 수라는 방귀를 뀌었다. 간호사 말로는 수술받을 때 전신 마취를 해서 장기들이 마비된 상태인데, 방귀가 나와야 가스가 배출되고 재활동을 시작하는 거라고 했다. 다행이었다. 대변은 아직 소식이 없었다.

  어느덧, 수술 후 3일 차가 됐다. 7시, 수라는 X-ray를 찍기 위해서 한참을 대기해야 했다. X-ray 촬영 담당자가 원래 6명인데, 오늘은 한 명이 없어서 5명이 근무하는 탓에 이렇게 밀리는 거라고 했다.

  대기하는데 식은땀이 줄줄 나서 수라는 그만 지쳐버리고 만다. 병실에 올라갔다가 조식을 먹고 다시 내려오고 싶었으나,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그냥 기다려야만 했다.

  오늘 수라의 촬영 담당자는 그다지 친절하지 않았다.

  “아예 힘을 안 쓰려고 하면 안 돼요!”

  ‘아파 죽겠는데, 쓸 힘이 어디 있나? 이 사람은 간 이식 수술 환자만 만났지, 본인이 수술받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 고통을 상상도 못 할 거야!’

  수라의 원래 성격대로라면, 지지 않고 소리를 빽 질렀을 터였다. 하지만, 잠자코 있었다.

  ‘화낼 기운이 1도 없다…….’

  검사대에 누워서 한 컷 찍고, 서서 한 컷 찍었는데 누워서 찍을 때, 수라는 배가 너무 아팠다. 다리를 펴지 못해서, 고통스러웠다. 억지로 다리를 펴고 우여곡절 끝에 촬영을 마쳤다. 로비로 돌아와 이동 담당 직원을 기다리는데, 수라는 눈물이 흘렀다.

  ‘괴롭다……. 건강이 최고야. 몸 아프지 않은 게 진정한 행복이다.’

  한편, 준우는 결국 다리를 아예 못 펴서 촬영을 아예 못했고, 그 탓에 어머니와 언쟁을 했다.

  ‘불과 한 달 전까지 흡연했으니, 폐가 오그라든 상태겠지. 그래서 복통이 더 심한 거고. 아, 흡연자 너무 싫어! 흡연자들은 다 죽었으면 좋겠네.’

  수라와 마찬가지로 아버지 역시 비흡연자인데, 흡연자인 준우가 흡연하는 것을 극도로 혐오했다. 그게 바로 준우가 일찌감치 독립한 원인 중 하나였다.

  셋은 병실로 돌아왔다. 조식으로 조기, 흰쌀 죽, 배춧국 등이 나왔다. 그런데, 어머니와 준우는 식사를 거부했다.

  “식사 왜 안 하세요?”

  “안 먹는다!”

  “안 먹으면, 본인만 손해죠.”

  수라가 권유했으나, 아무도 듣지 않았다.

  ‘고집부려서 뭐해. 본인 건강만 해치는 거지.’

  9시, 의사가 병실로 회진 왔다. 모자의 냉각 상태와 달리 의사는 긍정적인 말을 해서 희망을 주고 사라졌다.

  9시 10분, 담당 간호사가 수라 남매의 혈압을 재고 진통제를 놔주고, 약을 줬다. 알약은 다섯 알이고, 대변이 나오게 하는 약은 액체였다.

  11시, 수라는 어머니가 사 온 파인애플 4조각과 크림빵을 한 입 베어 먹었다.

  19시, 사촌 동생 성현이 문병 왔다. 그는 수라에게 이것저것 많이 선물했다. 수라가 심심할 때 읽을 책 2권과 방향제와 화장품 등이었다. 수라는 동생의 마음 씀씀이가 예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현이 선물한 책은 너무 두껍고 지루한 나머지 병실에서 전혀 읽지 못했다. 퇴원 후 몇 년이 지나도록, 수라는 그 책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결국, 수라는 그 책을 중고 거래로 헐값에 팔았다.

  23시, 수라는 속이 메슥거려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아, 너무 고통스러워서 이대로 그만 콱 죽고만 싶다…….’

  수술 후, 4일이 지났다. 4시 30분, 간호사가 혈압을 재러 왔다. 자꾸 드나드는 인기척 때문에 수라는 숙면하지 못했다. 간호사가 말했다.

  “5시 30분부터 X-ray 촬영을 시작해요. 이동할 때 휠체어는 이제 안 탈 거예요. 운동 겸 도보로 걸어서 다녀오세요.”

  5시 10분에 병실을 나왔는데도, 로비에는 벌써 X-ray 촬영 대기자들이 꽤 많았다. 번호표를 뽑으니, 수라의 차례는 16번째였다. 촬영을 마치고 병실로 돌아오자, 간호사가 방귀는 잘 나오냐고 물었다.

  “방귀는 뀌었는데, 대변을 아직 제대로 못 봤어요.”

  “그럼, 좌약을 주입해야겠네요.”

  7시 40분, 대변 색깔이 새카만 것으로 미루어 보아 지금 수라의 장기 상태는 전쟁 중인 듯 보였다.

  7시 50분, 조식으로 나온 양상추와 치즈, 파인애플과 토마토 등을 수라는 간신히 오물오물 씹어 넘겼다.

  10시, 수라는 소변을 한 시간 간격으로 봤다. 양이 50cc밖에 되지 않았다.

  “소변이 마렵더라도, 좀 참아서 양을 모은 후 배출하지 그래. 소변을 자주 보면, 간호하는 내가 귀찮잖니.”

  수라가 간호사에게 이 문제에 대해 질문하니, 간호사는 초음파 기계로 검사해 보자고 했다. 그녀는 수라의 아랫배에 젤을 바르고 기계로 누르더니, 방광에 18cc의 소변이 남았다고 했다.

  “이 정도면 정상이니, 좀 귀찮더라도 계속 소변을 보세요.”

  “정상이래요. 소변은 참으면 병 된다고 했어요. 좀 귀찮아도, 열심히 배출해야죠.”

  수라가 이렇게 어머니에게 전달하자, 어머니는 당신 의견은 아예 들으려고 안 한다며 막 짜증냈다.

  ‘별꼴이네……. 환자 간호하기 싫으면 그만두고 간병인을 고용하지 그래. 돈이 아까우면, 짜증을 내지 말던가. 아주 가지가지하네!’

수라는 내색하지 않고, 속으로 어머니를 조용히 원망했다.

  12시, 속이 메스꺼워서 음식 냄새를 맡기만 해도 수라는 속이 뒤틀렸다.

  15시, 간호사가 콧줄을 연결해 보자고 제안했다. 수라는 수술 다음 날 뺐던 콧줄의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며 망설이다가,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기에 하겠다고 대답했다.

  15시 20분, 드러누워 있다가 학교 친구들에게 연락했다.

  15시 40분, 미영으로부터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부리나케 짐을 싸서 병실을 나갔다. 미영은 약속 장소가 동관인 줄 잘못 알아서 잠시 후에 서관 10층으로 왔다.

  미영은 달콤한 과자를 한 상자 사 왔고, 수라는 그녀에게 수라의 졸업 논문을 꽃다발과 건넸다. 미영은 꽃향기가 좋은지 연신 내음을 맡는다.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솔아는 16시가 넘어서야 면회실에 도착했고, 두유를 한 상자 건넸다. 여자 셋은 면회실에서 잠시 대화하다가, 쿠키와 두유를 옮기기 위해 병실에 들렀다.

  수라는 어머니에게 친구들을 소개하고, 밖으로 나왔다. 친구들과 벤치에 앉아 대화했다. 가을바람에 나뭇잎이 한들한들 흔들리고, 기온이 서늘했다.

  “수라, 너 이 교수님 같다!”

  “칭찬인가, 욕인가?” 

  즐거운 시간도 잠시, 수라의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17시 20분, 어서 병실로 돌아오라는 연락이었다. 미영, 솔아와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수라는 병실로 돌아왔다.

  18시, 금식하라는 전달을 받고 수라는 침대에 누워 TV를 시청했다.

  19시, 레지던트가 들어와 콧줄을 연결했다. 좌측 콧구멍으로 약 6mm의 긴 관이 들어가 식도를 지나 위에 닿았다. 이물질의 자극을 받자 수라는 걷잡을 수 없이 구토했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 이불과 시트에 오물이 튀었다.

  수라는 간호사에게 몸부림치며 제발 관을 빼달라며 호소했으나, 간호사는 의사에게 전화로 상황을 전달하는 중개인일 뿐, 권한이 없다고 했다.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의사는 21시까지 콧줄을 유지하다가 빼라고 유선상으로 지시했고, 수라는 안간힘을 쓰며 애원했다.

  “제발 빼주세요! 제발요…….”

  고민하던 간호사는 전화로 다시 의사에게 의견을 물었고, 다행히 의사는 빼주라고 한 모양이었다. 수라의 등을 두드리며 성심껏 보살핀 간호사 H는 마침내 콧줄을 뺐다.

  수라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아까 미영에게 받은 과자를 그녀에게 건넸다.

  ‘어차피, 환자가 먹으면 해로운 음식이니까.’

  21시 30분, 젊은 남자 의사가 수술 부위로 소독하러 병실을 방문했다.

  “간 수치가 좀 높아져서, 내일 C.T 촬영할 예정이니 자정 이후로는 물을 마시지 마세요.”

  그날 밤, 수라는 구토를 심하게 했다. 속이 뒤집어진 채로 진정제와 위 보호제를 주사 맞았다. 발작이 일어나서, 사지가 떨리는데 동시에 계속 열이 나서 몸이 불덩이 같았다. 그녀는 화끈거리는 배를 부여잡고, 병실을 뛰쳐나가고 돌아오길 반복했다. 그때, 어머니가 곁에 함께 깨어있었다.

  “어서 주무세요…….”

  “네가 이런 상태인데, 내가 어떻게 자니.”

  어머니의 조곤조곤 이야기를 듣다가, 새벽 1시를 넘겨 수라는 까무룩 잠이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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