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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떠난 하노이(13)

가장 의미 있고 인상적인 장소

by 슈히 Feb 19. 2025

  하노이 여행을 떠나기 직전, 집에서 하노이 관련 영상을 서너 개 시청했다. 영상을 참고해 여행 세부 일정을 계획하기 위함이었다. 


  하노이의 이름은 '강 안쪽'이라는 뜻의 '하내(河內)'로, 홍강(紅河)의 안쪽에 위치한 도시임을 나타낸다. 하노이의 역사와 함께 도시 이름이 변천한 과정은 다음과 같다.

  리따이또 황제가 홍강에서 용이 승천하는 것을 보고 탕롱(Thang Long, 昇龍)이라 불렀다. 1397년 떠이도(西都) Tay Do로 천도하면서 탕롱은 동쪽 수도라는 의미로 동도 (東都) Dong Do로 개명되었다. 1428년 레러이 장군은 동도에서 동낀(동낑) Dong Kinh(동쪽 수도라는 뜻으로 한자로는 東京)으로 개명하며, 레 왕조의 수도로 삼았다. 응우옌 왕조가 베트남을 통일하며 중부 지방인 후에(훠)로 천도하면서 도시 이름도 하노이로 개명되었다. 1945년부터는 베트남 민주 공화국의 수도가 되었다. 1976년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의 수도로 오늘날까지 그 역사가 이어져오고 있다. 

(https://www.google.com/search?q=%ED%95%98%EB%85%B8%EC%9D%B4+%EC%9D%B4%EB%A6%84+%EB%9C%BB&oq=%ED%95%98%EB%85%B8%EC%9D%B4+%EC%9D%B4%EB%A6%84+%EB%9C%BB&gs_lcrp=EgZjaHJvbWUyCAgAEEUYHhg5MgcIARAAGIAEMggIAhAAGAgYHjIICAMQABgIGB4yCAgEEAAYCBgeMggIBRAAGAgYHjIICAYQABgIGB4yCAgHEAAYCBgeMggICBAAGAgYHjIKCAkQABiABBiiBNIBCTI1ODBqMGoxNagCCLACAfEFHoJsb1QtTT7xBR6CbG9ULU0-&sourceid=chrome&ie=UTF-8)


  영상 중에는 홍강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여행자는 롱비엔 다리 위를 걸어서, 홍강을 관광하라는 추천자의 의견이 인상적이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여행자에 한해서 다녀오라는 걸 보면, 딱히 중요한 곳은 아니라는 뜻인가? 강이 다 거기서, 거기지. 특별히 뭐, 볼 게 있겠어?'

당시만 해도, 홍강을 두 눈으로 반드시 보겠다는 의지나 계획 따위는 전혀 없었다.

  추천자는 롱비엔 다리 인근의 카페를 하나 추천했다. 굳이 다리를 직접 건너지 않아도, 카페에서 내려다 보이는 경치만으로도 홍강 관광은 충분하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그의 추천에는 결정적인 흠이 하나 있었다. 음료가 비싸고, 맛이 없다고 했다. 불필요한 지출에 민감한 나로서는 결코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우리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다. 마지막 날에 당일치기로 하롱베이를 다녀올까 고민했지만, 다랑은 내키지 않아 했다. 겉핥기식으로 둘러보는 게 싫다는 의견이었다. 그는 다음 기회에 충분히 시간을 들여 천천히 관광하고 싶다고 말했다. 게다가, 나는 환자였다. 아픈 몸으로 장시간 차를 타고 먼 길을 다녀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치명적이었다.

  하노이에서의 마지막 날을 알차고, 보람 있게 보내기 위해 우리는 택시를 타고 홍강으로 향했다. 추천 카페 앞에서 청소하는 사람이 보였으나, 혹여 실내로 들어가고 싶어질까 봐 눈길도 주지 않았다. 나중에 차림표를 확인하니, 음료 값이 터무니없이 비쌌다.

  계단을 오르니, 기차역이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군용차가 한 대 보였다. 깨끗하고, 멋있었다. 신차 같았다. 기회를 놓칠세라, 서둘러 기념촬영했다.

  기차역에서 몇 걸음 지나서, 롱비엔 대교에 첫발을 내디뎠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하이퐁과 하노이를 철도로 연결할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베트남 전쟁 동안 미군에 의해 반복적인 폭격을 받아 파괴되었다가 복구되어 오늘날에도 이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다리 중앙 부근의 산 모양의 디자인은 파괴된 상태로 남아있다. 롱비엔(龍編)은 ‘용이 뛰는’이라는 의미이다. 철도 선로와 보도가 있고, 자전거가 통행할 수 있다. 최근에는 노후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파리의 에펠탑을 디자인한 귀스타브 에펠이 설계했다는 설도 있지만, 진상은 불분명하다.

  프랑스 다이데&필(Dayde et Pille) 사가 건설공사를 낙찰하고 1899년에 착공, 3년 후인 1902년에 준공했다. 폴 두메르 총독의 이름을 따서 ‘두메르 다리’로 명명될 당시에는 인도차이나에서 가장 크고, 가장 아름다운 다리라고 불렸다. 철골에 의한 트러스 구조로 우아한 곡선을 겸비했다. (https://ko.wikipedia.org/wiki/%EB%A1%B1%EB%B9%84%EC%97%94_%EB%8C%80%EA%B5%90)



  기찻길 옆은 차도였고, 차도 옆은 굉장히 좁은 인도였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건축물이었다. 소수의 관광객이 인도를 따라 조금 걷다가, 포기하고 되돌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쌩쌩 지나다녀서, 굉장히 위험해 보였다. 

  외줄 타기 곡예하듯이 휘청휘청 걸었다. 다랑은 슬리퍼를 신고도 앞장서서 성큼성큼 걸었으나, 운동화를 신은 나는 의심을 한가득 품은 채 뒤에서 종종걸음 했다.

  '으악, 철골이 녹슨 거 봐! 미관상 보기도 안 좋은데, 상태가 심각하다...... 이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데, 혹여 대교가 끊어지기라도 하면 어쩐담? 인명 피해 엄청날 것 같은데...... 여기 재공사 안 하나? 여길 지나는 우리도 미친 자들이로군.' 

  겁이 덜컥 났다. 우리 뒤에서 혼자 걷던 남자는 이미 시작점으로 되돌아가서, 내 뒤엔 아무도 없었다. 다랑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저만치 혼자 가고 있었다. 그가 야속했다. 무서워서, 몇 번이나 망설였다. 만약 죽게 되면, 그냥 그럴 운명이려니 하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고개를 돌려 아래를 내려다보니, 4차선 도로에 각종 탈것들이 질주 중이었다. 버스, 택시, 승용차, 오토바이 등이었다. 도로 한편에는 과일과 채소를 잔뜩 쌓고 정리 중인 분주한 상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생활력 강하고, 활기차 보였다.

  조금 더 걸으니, 평야가 나왔다. 바나나 나무에 덜 익은 녹색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탐스럽고, 보기 좋았다. 나무들 주변이 지저분하고 정돈되지 않은 걸로 미루어 보아, 야생 상태인 듯 보였다. 농부의 손길이 닿은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탁 트인 하늘과 홍강을 보니, 역시 무엇보다 자연이 최고 아름답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제껏 하노이에서 본 어느 관광지보다 훌륭했다. 저 멀리 마천루들이 보였다. 가까이에서 관찰하면 고층 건물이겠지만, 멀리서 본 까닭에 별로 거대해 보이지 않았다. 큰 배 한 척이 홍강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기차가 기차역을 향해 한 대 지나갔다.

  "오, 이 기차는 어디로 가는 걸까?"

우리는 기차를 한참 바라봤다.

  다랑이 아래를 보더니, 놀라서 외쳤다.

  "빨래하는 사람이 있어!"

  "뭐? 어디에?"

고개를 숙여 밑을 보자, 한 남자가 바가지로 물을 퍼서 세탁 중이었다. 상황이 엉뚱하고, 우스꽝스러웠다.

  "이건 마치, 한강에서 손빨래하는 거나 다름없는 거네. 홍강에서 빨래를 하다니, 특이하다. 근처 거주자인가?"

  "한강에서 빨래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롱비엔 대교를 걸으며 본 풍경 중엔 놀이터도 있었고, 주택들도 많았다. 빈부격차가 상당히 느껴지는 건물들이 있어서, 사진으로 남겼다. 좌측엔 말끔한 건물이 있고, 우측엔 더러운 건물이 나란히 있어서 현저히 비교됐다. 우측 건물은 정리가 안 돼서 폐가에 가까운 상태였는데, 바지 하나가 대롱대롱 걸려 있었다. 게다가, 창문도 열려 있었다. 사람이 살고 있다는 표시를 누군가 마치 의도적으로 한 것처럼 보였다.

  사고 없이 무사히 기차역으로 돌아왔다. 아까 주차된 군용차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었다. 다랑은 시간표를 보더니, 맞은편에서 기차가 곧 올 거라고 예상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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