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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 Jun 13. 2021

덥다

더워

잠에서 깼다. 어젯밤 내가 잠들 때까지 켜져 있던 선풍기가 이내 꺼져있었다. 다시 일어나 선풍기를 켰다. 얼굴이 간지러워 보니 우리 집 강아지 털이 붙어있었다. 포치 (우리 집 강아지. 포메라니안)도 덥긴 마찬가지인가 보다. 요즘 들어 털이 자주 빠지고 있다.


일어나면 포치 털을 빗어줘야지 생각했다. 몸이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지만 시원한 물이 너무 마시고 싶어 애써 일어났다. 일어난 나를 보며 자다 벌떡 일어나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다가오는 포치를 향해 애정을 듬뿍 쏟아주고는 빗을 가져와 포치를 빗어줬다. 싫다고 끙끙거리지만 털을 빗겨주니 죽은 털들이 한뭉큼 빠져나왔다. 나도 이리 더운데 저 긴 털을 지니고 올여름을 견뎌야 하는 포치가 살짝 안쓰러워졌다. 강아지들을 시원하게 해 주려면 어찌해야 하나 싶었다.


포치 빗질을 열심히 해주던 중 너무 더워 선풍기를 켰다. 어찌 된 일인지 내가 일어났을 땐 가족들이 없었다. 어쩌면 각자의 방에서 잠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걸 확인할 힘이 없었다. 늦잠 잔 주말 오후, 일어나자마자 강아지 털을 빗겨주는 건 여름에 하기엔 조금 힘든 일이었다.


포치 털을   빗겨주지 못하고 바닥에 누웠다. 바닥은 시원했다. 포치는 심통이 났는지 이리저리 나를 괴롭혔다. 나는 포치를 들어 올려   위에 올려두었다. 뜨거웠다. 포치는  뜨거운 존재였다. 포치도 나의 뜨거움을 느꼈는지   위에 자리를 잡아보려다 이내 뛰어내렸다. 그러곤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자리에  눕는다. 포치도 덥긴 덥나 보다.


여름이 원래 이렇게 더웠나. 겨울 내 콜바넴 (콜미 바이 유어 네임.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작품의 영화로 여름을 배경으로 한다.)을 보며 꿈꾸던 여름이랑은 다르다. 콜바넴을 보며 나는 여름을 좋아하던 사람이었나 싶었지만 아니었다. 그건 내 착각이었다. 내게 여름은 너무 뜨거워 감당 못할 계절이었다.


가만히 바닥에 앉아 누워있으니 참 조용했다. 이리 조용한 날들이 있었나 싶다. 나는 소리가 비는 것을 무서워해 영화든 드라마든 예능이든 뭐든 틀어놓고 내 생각을 딴 곳으로 흘려야 했다. 이런 평화가 참 오랜만이다 싶었다. 이렇게 누워있으니 가끔은 내가 너무 많은 생각들을 하고 사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2021年6月13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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