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이 바뀌고 있다고요?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라고 자주 듣는 이 말은 셰익스피어의 명언이라고 한다. 자녀를 지켜야 한다는 사랑과 희생의 모성을 "강함"으로 표현한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엄마에게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1956년부터 "어머니날"을 지정하여 빨간 카네이션을 엄마 가슴에 달아 드리는 감사의 표현에 익숙하다. 그러다 소외된 "아빠"들의 "우리는?"이라는 목소리가 커지면 1973년에 "어버이날"로 변경 지정했다. 소외된 아빠들이 국가의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서 늦게나마 인정받았지만 과연 가정에서도 아빠들의 역할이 제대로 실행되고 존중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분명히 "부"와 "모" 양측을 위한 교육인데 부모교육에 아버지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강의는 점점 장애아동 양육에 있어서 "엄마"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집중되었다. 어느 날 한 엄마가 남편들이 관여하지 않고 엄마 혼자의 힘만으로는 장애자녀가 성인이 되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교육과 환경을 마련할 수 없다며 남편들이 더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말을 듣고 가슴깊이 공감했다. 아버지를 위한 강의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몇 달 동안 준비에 고심을 했다. 물론 "부모교육"은 장애자녀가 필요로 하는 교육을 다루니 아빠교육도 얼추 비슷하게 하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부"와 "모"의 역할의 차이를 설명하고 싶었다. 성경에는 엄마의 역할보다 아빠의 역할이 더 많이 쓰여있다. 가정의 경제를 담당하는 "제공자"역할 외에도 보호자/훈육자, 교사/멘토, 친구, 격려/축하하는 사람, 정서적/지혜의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이 아빠의 역할인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부인이 남편에게 "아이들의 교육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참견 말고 뒷바라지할 돈이나 벌어오라"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 또 아빠들이 사회생활에 지친 몸으로 돌아와 아이들과 같이 지낼 시간이 별로 없기도 하고 오히려 아빠들이 소외감을 느끼는 가정을 그리는 것도 봤다. 극적인 효과를 노리는 드라마이고 현실이 아니길 바란다.
요즘은 육아남과 워킹여의 비율이 많아지고 있고 그것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67.2%가 된다고 한다. 나는 우리나라 고유의 단어를 떠올려봤다. 아내를 "안사람"이요. 남편을 "바깥사람"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성별에 상관없이 "안사람"은 가정의 일을 하는 사람으로, "바깥사람"은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을 지칭하면 된다. 역시 우리나라 말이 최고!!! 그러니까 "안사람" 역할은 가정생활에 필요한 교육을 하면 되고, "바깥사람" 역할은 자녀가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교육을 담당해야 하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안사람"은 가정에서는 밥 짓는 일과 밥상머리 예절을 가르치고, "바깥사람"은 사회에서 식당을 정하고 메뉴를 시키고 돈을 지불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안사람"은 아이의 뼈와 살이 튼튼해지도록 먹이고 놀아줄 책임이 있고, "바깥사람"은 안사람이 튼튼하게 성장시킨 뼈와 살로 사회에서 어떻게 일하는지를 가르칠 책임이 있다. "안사람"은 가계부로 한 가정의 예산을 세우고 집행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바깥사람"은 돈을 벌고 투자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안사람"은 가정에서 형제자매 간에 우애롭게 생활하고 엄마 아빠를 존경하게 가르치고, "바깥사람"은 사회에서 직장동료, 상사와의 관계, 남녀 간의 관계와 역할을 가르쳐야 한다. 그러니까 "안사람"은 기초학문을 가르치고 "바깥사람"은 응용학문을 담당하는 것이 K-양육법의 진수이다.
자녀교육에 있어서 집에서 배운 지식을 사회에서 응용하고 적용하는 일을 가르치는 아빠의 역할이 더 광범위하고 중요하다. 물론 워킹맘의 경우는 그냥 바깥일 교육을 담당하면 된다. 부부가 동시에 바깥일을 하는 경우 둘이서 공평하게 안일 반 바깥일 반을 나누면 되는데 우리나라 관습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자녀교육이 싱글맘과 싱글대디들이 얼마나 힘들지 상상이 가고 그들이 얼마나 많은 도움이 필요할지 알 수 있다. 양육은 어느 정도 엄마에게 쏠려있는 비대칭적 역할인 것은 현대사회의 현실이다.
여러 연구결과를 보면 아빠들이 양육에 관여할수록 자녀의 학습능력이 향상되고 읽기 말하기 능력이 좋아진다고 한다. 또한 아빠의 관심과 좋은 관계로 자란 아이들은 문제행동도 적고 스트레스가 낮아 정서적으로 더 안정감을 가지고 있다. 아빠의 참여가 자녀에게만 좋은 게 아니라 엄마의 스트레스가 낮아지고 아빠의 행복지수가 향상되는데 크게 기여한다. 이렇게 좋은 아빠의 참여도를 높이는 중요한 두 가지 요인은 아빠의 "양육법에 대한 지식수준"과 "부인의 격려와 지지"로 나타났다. 아빠들이 K-양육법을 배워야 하는 이유이다.
교육은 교육기관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절대 아니다. 교육기관이 담당하지 못하는 "안사람"의 가정교육과 "바깥사람"의 사회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건강한 가정이 되고 사회가 된다. 아빠의 역할과 엄마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경우 성장해서 결혼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 않은가? 그리고 우리나라 현 상황 속에서 봐도 교과서만 읽고 학교교육으로만 성장한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제대로 못하고 있지 않은가? 비장애아동뿐만 아니라 장애아동이 자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아빠들이 자녀교육에 필요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감당할 때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