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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주 Aug 18. 2024

투바운스: 휠체어 테니스

라브라티노바 “너 나와!”

나는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음에도 80년대 초 한국에는 휠체어를 타고 할 수 있는 스포츠가 별로 없었다. 미네소타에 가서 많은 스포츠에 참여했다. 스포츠를 통해 많은 미국 장애인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드려다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보다는 비장애인으로 생활을 하다가 총상으로 또는 사고, 산업재해등으로 장애를 입게 된 중도 장애인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이 비장애인으로 즐기던 스포츠나 관심이 있던 스포츠를 약간 변형을 하여 장애인들도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발전시킨 것이 많았다.


나는 한국에서 탁구를 너무너무 좋아했기에 유학 때 영어사전대신 스핀을 잘 넣을 수 있는 탁구채를 가지고 왔다. 그런데 미국에는 탁구를 치는 사람도 별로 없고 탁구를 칠 수 있는 시설을 찾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탁구와 가장 비슷한 모션으로 경기를 하는 테니스를 택하게 되었다. 휠체어 테니스는 스키사고로 휠체어를 타게 된 브 렛 팍스 (Brad Parks)라는 사람에 의해 1976년에 시작되었다. 그렇게 많은 변형을 할 필요도 없었다. 같은 사이즈의 테니스 장, 테니스 라켓, 게임규칙도 거의 동일하다. 


오직 하나의 다른 점은 일반 테니스에서 한 번의 바운스만 허락되는데 비해 휠체어는 두 번의 바운스가 허락된다는 점이다. 휠체어 농구의 경우는 비장애인도 휠체어에 앉아야 우리와 경기를 할 수 있는데 비해 휠체어 테니스의 이점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비장애인은 바운스 한번, 휠체어 선수는 두 번으로 하며 같이 경기에 임할 수 있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 누구와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서 좋았다. 내가 속한 테니스 팀은 일주일에 두 번 코치와 함께 훈련을 하고 팀원들과 경기를 했다.


선수들은 이런저런 스트로크를 다 잘해야 하지만 그중에 꼭 필요할 때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한두 가지 기술을 가지고 있다. 나의 장기는 포핸드 그라운드 스트로크인데 탑스핀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내가 친 공은 땅에 떨어져 상대선수가 받으려고 생각하는 지점보다 높이 솟아올라 치기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이 더 큰 무기가 되는 것은 휠체어 테니스에서 인데 휠체어에 앉아 경기를 하는 선수들은 서서치는 비장애 선수보다 위로 벋은 팔이 높이 솟는 공을 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것은 탁구로 익힌 타법이었다. 그래서 1년 반 만에 중서부 지역 콘퍼런스 오픈 더블경기에서 준우승까지 하기도 했다. 


공부를 하러 유학을 간 건지 휠체어 스포츠를 하러 간 건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저녁마다 연습을 하러 테니스 장을 찾곤 했다. 하루는 미네소타의 주요 일간지인 "스타 트리뷴"에서 취재를 나왔었다. 연습을 하던 우리 선수들을 이런저런 포즈를 잡기도 하고 액션모습을 수없이 많이 오랫동안 찍었다. 테니스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나와를 달리 다른 많은 동료선수들은 기가 막힐 정도의 실력과 폼으로 테니스를 쳤기에 모두들 신문에 자기 모습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부풀었었다. 뜻하지 않게 내가 모델로 크게 스포츠면을 장식한 것이었다. 동료들이 인터뷰 때 무슨 말을 했기에 네가 신문에 났느냐며 부러워했다. 


꼭지로 선정된 내 말은 "나블라티노바, 너 나와!"였다. 그 당시 테니스계를 평정하던 여자선수가 나블라티노바였고 나는 그의 경기를 빼놓지 않고 챙겨보고 있었는데 내가 막상 휠체어 테니스에 입문을 하니 비장애인과의 경기가 가능하다는 생각에 그와 한판 붙어볼 수 있겠다는 간 큰 소리를 한 것이다. 진짜 장애가 문제가 되지 않는 좋은 스포츠였다. 그 외에 휠체어 농구선수로도 미국 전체의 여자 농구팀들 중에 챔피언을 해 우승반지도 있고 수영선수로도 물개수영을 선보이기도 했다. 


나의 전공은 특수교육 중에서도 장애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일반사회로의 진출했을 때에 필요한 기술들을 가르치고 어떻게 준비를 시키는가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전환교육"이다. 성인의 삶에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당연히 취업을 통한 경제적 자립이라 전환교육에서도 16세가 되는 고등학교 1학년부터 각자의 재능이나 좋아하는 활동을 중심으로 취업준비 교육과 장애로 인해 특별히 배워야 하는 자립생활활동에 초점을 맞추어 교육을 한다.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장애"라는 개념은 "평생 지속되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 그리고 "배울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두 가지 요소로 정의를 한다 (Snell, 2019). 그 말은 아무리 심한 장애가 있다 하더라도 교육을 받아 발전할 수 있다는 말임과 동시에 도움이 평생 필요할 정도로 교육을 통해서도 비장애인과 같은 수준까지 성취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때문에 장애인의 전환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직업과 레크리에이션이 한 일직선상에 있는 같은 개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자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 평생 즐겁게 할 수 있는 스포츠나 취미활동 등을 위한 기술을 가르치고 사회의 동우회나 클럽등과 연계하여 사회활동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취미생활의 활동을 활용할 수 있는 기관이나 일자리를 찾아 자원봉사를 해서 꾸준히 갈 곳을 만드는 것이다. 자원봉사를 통해 기술습득과 경험이 쌓이면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고 나아가서 정식 취업을 하기까지 직업과 레크리에이션을 따로 가르치기보다 동일선상으로 놓고 창의적으로 연결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사진은 Star Tribune의 Marlin Levison작가가 찍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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