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 번개 소리가 BGM으로 깔리는
6월 장마가 시작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일주일 내내 오락 가락 하는 비와 함께 높아진 습도로 집 밖으로는 일절 나가지 않고 집에서 모든 걸 해결하고 있는 중이다. 오랜만에 '비 오는 장마'를 보내게 되는 것 같다.
직장도 없이 백수 생활을 즐기고 있는 요즘은 특별히 어딜 가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날씨가 좋은 날에는 걷기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장마가 시작된 지금은 집에서 하는 스트레칭 60분이 고작이다.
이렇게 움직임 없이 시간을 보내게 되면 장마철 끝나고 몸이 불어 있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되기도 해서 스마트 워치가 알려주는 하루에 움직여야 하는 8000 걸음을 채우기 위해 집안 일을 하면서 4000 걸음, 나머지 4000걸음은 작은 몸부림으로 채우고 있다.
비가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는걸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지금 내리는 비는 내가 좋아하는 '비'의 모습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비 내리는 모습'은 강한 빗소리를 내며 시원하게 내리치고 천둥, 번개도 빠지지 않고 BGM으로 들려오는 모습이다. '비 오는 장마' 기간동안 매일 이렇게 비가 내리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고생할 테니 많은 날 중 하루 정도는 그렇게 내려 줄 수는 없을까 하면서 하늘을 쳐다보곤 한다.
왜 그렇게 요란하면서 시끄럽게 내리는 비가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오는 듯 오지 않고 내리는 듯하다가도 다시 그쳐 버리는 얄궂은 '비'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람들과 얽히면서 사는 인간사의 삶도 밀당과 눈치보기로 힘들고 지치는데 '비' 마저도 밀당하듯 내리고 있다보니 외출을 해도 되는 건지, 운동을 가도 되는 건지 쓸데없는 고민을 하게 만드는 것이 여간 피곤한 것이 아닐 수 없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비가 내리는 장마철에 저지대 주변에 삶의 터전이 있어 물난리가 나면 고생하게 되는 사람들이 이 말을 들으면 '이런 미친 X' 하고 욕하겠지만 내리는 '비'를 관찰자로서 바라보는 마음만 그렇다는 것이니 너무 밉상스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가 올 때면 창문 넘어 바깥 세상 속 생활소음은 마법에 걸린 듯 홀연히 모두 사라지고 자연의 소리만이 존재하게 된다.
살아 움직는 사람과 동물들은 모두 비를 피해 각자의 터전인 건물안으로 들어가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생활하면서 분주하게 자기들에게 주어진 시간을 보내는 동안 비가 내리는 바깥 세상은 오롯이 자연만이 존재하는 듯 길가의 나무는 점점 더 짙은 초록색으로 변해가고, 맺혀있는 꽃봉오리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꽃과 열매를 만개할 준비를 하다 비가 그치면 뜨거운 여름과 함께 초록빛으로 무장한 나무들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내고 화려한 꽃과 향기는 세상 모든 것을 유혹하게 된다.
지금 내리는 비가 가뭄으로 메말랐던 밭과 들에는 희망을 건조함에 목말라했던 강과 산에는 단물이 되어 각자의 힘들었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길 바라며, 넘치는 비에 다치는 사람도 없고 소중한 것을 잃는 사람도 없이 평안하고 조용히 보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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