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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가남여 Jan 27. 2024

제주사람에게 영하 15도란?...

결항이 반갑긴 처음!

월요일에 일이 있어 급하게 서울에 다녀왔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몇 달 동안 골치아팠던 문제가 해결되고 한동안 한시름 놓아도 된다는 생각에 홀가분했다. 홀가분한 마음에 돌아가는 비행기 결항소식이 살짝 반갑기마저 했다.  


제주에서 출발할때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기온도 내려가고, 눈까지 내리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결국 다음날 결항 소식이 이어졌고, 결항 다음날 제주로 돌아올때도 바람때문에 비행기가 많이 흔들렸다. 제주에서 비행은 항상 좀 유쾌하지 못한것 같다. 


엄마의 말에 따르면 서울은 내내 따뜻했다고 했지만, 마침 우리가 가던 날. 딱! 그날부터 상상초월 추위가 시작되었다. 살이 드러난 곳은 얼음칼로 베이는듯 했고, 제주에서 하듯이 대충 어설프게 차려입은 옷은 영하 15도의 온도를 전혀 커버해주지 못했다. 옷속을 파고드는 살인적인 냉기에 허벅지가 터져나갈것 같았다. 

햐~~ 영하 15도 라니... 그래도 제주보다는 서울에서 훨씬 더 많이 살았는데 진짜 적응이 안된다. 살곳이 못된다!


폭설로 제주공항은 마비되고, 종일 결항 소식이 이어졌다.

그시간 우리는 미친듯한 추위를 느끼며 좁디좁은 익선동 카페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추워서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대충 아무데나 골라 잡아 들어가서 커피를 주문했다. 카페 안은 따뜻했지만, 안정적이지 못한 테이블이 내내 신경쓰여 편하지 않았다. 그곳의 대부분의 테이블이 불안불안해 보였고, 급기야 다른 테이블의 한 커플은 주문한 음료를 쏟기까지 했다. 손님의 부주의라고 하기엔 많이 억울해 보였다. 테이블을 이렇게 방치하는 의도가 뭔지 심증은 갔지만, 증명할 길이 없다. 암튼 기와집의 중정이 특이해 들어왔으나 특별한 감흥은 느끼지 못했다. 감흥이 있었는데 여러모로 반감되서 그런걸까? 


서울을 관광객모드로 돌아 다니니 제주 물가보다 더 비싼거 같다. 대충 검색해서 갔더니 맛은 없는데 드럽게 비싸네를 연발했다. 너~~무 추운데 저녁을 먹어야해서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2200원 초밥집을 갔다. 손이 가는 메뉴가 한 두 개빼고는 전혀 없었다. 겉이 말라보이는 초밥들은 아니나 다를까 접시에서 잘 떨어지지 않았다. 구성도 참 하찮았다. 생긱지 얼마 안된거 같은데 손님이 없는 이유를 알겠다. 그래도 이렇게 좋은 위치에 임대료도 비쌀거 같은데... 초밥집위로 망쪼의 먹구름이 보였다. 덕분에 몇접시 안먹어 저녁밥값을 절약했다. 우리 둘은 기다렸다는 듯이 제주에서 자주가던 스시도모다찌 얘기를 했다. 1700원부터 갔던거 같은데 물론 지금은 올라서 2300원이다. 구성도 알차고, 회전율도 좋아 신선한 느낌이 있다. 처음에는 가격이 자꾸 올라서 가성비가 떨어지네 예전만 못하네 궁시렁 댔었는데 그곳이 얼마나 혜자스러운지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제주 돌아가면 외식 한번 해야겠다.  



결항 다음날도 결항될까봐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연착조차 없이 제시간에 출발했다.

제주도착하자마자 그렇게 추웠으면서 우리는 #도토리키친 으로 달려가서 시원한 모밀 한사발 들이키고 집에 왔다. ㅋㅋ


제주 집에 돌아오니 아파트 건너편 버거킹에 간판을 달고 있었다. 이 동네는 서울만큼이나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것 같다. 제주동쪽 깡 시골에 스타벅스, 다이소, 올리브영, 버거킹까지 완전체다! 

제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무시무시한 입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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