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삐약거리: 역피라미드의 가장 아래 삼각형
보통 회계의 조직도를 그리고자 할 때, 대부분의 책들은 밑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삼각형을 그려놓은 다음 가장 위의 작은 삼각형에 경영지원부서들을 써놓고는 한다. 서당 병아리인 나도 회계팀에 들어가 일을 해보기 전까지는 머릿속으로 조직도를 안정적인 삼각형 모양으로 그렸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지원부서는 그렇게 삼각형 위에서 안정적으로 있을 수 없다고. 두둥- 회사의 조직도는 땅에 가장 넓은 부분을 딛고 있는 정삼각형이 아니라 꼭짓점을 바닥에 디딘 역피라미드 모양인 것이다. 경영지원은 그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 작은 삼각형에 있었다. 이런 생각은 뼈 아프게 느낀 경험으로 얻었다.
대부분 신입사원의 처음이 그렇듯이 달걀이었던 나는 과했다. 과하게 눈치를 봤고 과하게 친절을 베푸려고 했다. (대부분이 아니라 나만 이랬던가!) 처음이라 잘 해내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탓이었다. 그래서 전표 시스템에 오류가 나서 다시 결재를 올려야 할 일이 사업팀에 생겼을 때도 내가 선뜻 오류가 다시 발생할 수 있으니 전표를 작성해주겠다 나서 버렸다. 회계 시스템이 내가 만든 것이 아님에도 오류가 괜히 내 탓인 것 같고 그런저런 생각들도 있었다. 이래서는 안 됐는데!
내 호의는 오해를 불렀고 나는 처음 전표 작성을 부탁한 메일에 답을 했다. 내가 그렇게 했던 이유와 오해를 불러 죄송하다는 사과와 앞으로 그런 일 없을 거라 단호한 거절을 담았다.
회사 생활에서 어느 정도 융통성은 필요하다. 단, 원칙은 지켜야 한다. 특히 그 팀의 원칙이 변했을 경우에 전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지원부서는 더 그렇다. 피라미드의 밑부분이 흔들리면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전사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나의 실수는 피라미드를 흔들 정도는 아니었으나 사업팀에 오해를 부를 뻔했으며 회계팀에 괜한 수고와 수습을 맡길 뻔했다.
경영지원은 전사를 상대한다. 편의에 따라 A팀에는 빨간색 원칙을, B팀에는 파란색 원칙을 들이민다면 각각 빨간색과 파란색이 그대로 나오는 게 아니라 나중에는 두 색이 섞여 보라색이 나오는 등 제시한 적도 없는 색으로 물들어가는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그렇기에 단단한 꼭짓점을 주축으로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며 내가 회사생활을 하면서 지켜야 할 일관성들을 세워두는 것이 필수이다.
내가 지켜야 할 것들을 정리해두고 항상 생각할 것. 이건 회사 생활만이 아니라 내 생활에서도 중요한 일이다.
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