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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망 Jun 20. 2024

원장일기

슬기로운 기자 생활

안녕하세요, 파인에듀 원장 박소망입니다.


3.1절 잘 보내고 계신가요? 황금연휴의 첫날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저는 보충 수업 마치고 자다가, 카페에서 잠시 나와서 끙끙거리고 있답니다.


이런 시간에 어머니들이랑 수다 떨면 참 좋겠다 싶어서, 글로 수다 한 편 들려 드리려고 합니다.


오늘은 어떻게 원장과 기자를 같이 하는지 말씀드릴게요. 숨겨왔던 원장님의 기자 생활이라고나 할까요~


사실 엄청 부끄럽고 별 게 없어서 어쩌지 하는데, 그래도 글로 조금이나마 들려드릴까 합니다.


저는 파인에듀 국어논술학원 원장이기도 하지만, 현직 경제매체 기자이기도 합니다. 겸직을 하는 셈이죠.


기자로는 6년 차고, 경제부 금융팀에서 심층보도 중심으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제 위에도 보스가 있답니다. (짝짝) 저는 그게 정말 좋고, 위안이 돼요. 원장으로서는 정말 뭐랄까... 제가 모든 걸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거든요. 결정권자가 있다는 것은 힘들지만 행복한(?!) 일입니다.


저는 본업과 부업이 바뀐 형태에 가까워요. 풀타임으로 일했을 때도 주말에는 국어 강의를 했기 때문에, 이제는 원장이 본업이고 기자가 부업이 된 것이겠죠.


흑 얘기를 하다 보니 눈물이 앞을 가리려고 해요. 사실 두 가지 직업을 공유하는 제 삶은 정말로, 정말로 지질함의 극치에 가깝습니다. ㅠ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씻지도 못하고 기사를 후루루루룩 쳐 내고는, 여의도로 지하철 타고 회의를 갔다가 (장롱 면허라 운전을 못하고 차도 없어요 ㅎㅅㅎ), 취재원 미팅 갔다가, 때로는 마음 졸이면서 택시 타고 뛰어 왔다가 정신없이 하루 보내다 보면 녹초가 되어있어요.


개원할 때 특집기사 시즌이 걸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3일을 집에 못 들어가고 일을 했답니다. ㅠㅠ 맨날 회사서 아디다스 트레이닝 복 입고 밤새고, 아침에 코인 세탁기로 원피스 빨아 입고, 회사 근처 헬스장에서 샤워를 했어요. (실화입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눈물 없이는 들을 수가 없어요. 이제는 그러진 않지만, 그 습관 어디 갈까요 헤헤.


참으로 불효녀죠. 시즌에는 밥도 굶거나, 엉망으로 먹었던 것은 당연하고요, 최근에는 음, 겨우 몸이 나았는데 다시 자기 전에 정시에 눈 뜨려고 커피를 마시고 잡니다 흑흑 (새 학기라 전투모드라 그런데 다시 건강 챙길 거예요!!! 3월 초까지만 지내야죠. 아이들 중요한 시기라 저도 잘 수가 없어요)


그렇게 반년을 살았습니다. 개원하고 나서는 잠시 기자를 휴직한 기간도 있었고, 아예 글을 놓아버린 적도 있었지만, 주로 그렇게 지냈네요.


주위에선 하나도 힘든 데 둘을 어찌하냐 하시는데, 네 맞습니다ㅠㅠ 둘을 어찌하긴요. 잘 못하죠. ㅎㅎㅎㅎㅎㅎㅎㅜㅜㅜㅜㅜ


솔직히 저는 언론인으로서는 전투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생각해요. 최근엔 이대로는 안될 거 같아 이를 악물고 기사를 쓰고 있지만, 부족하답니다.


저는 자신감이 넘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제 주제를 파악하고는 있어서 (정말 열심히 주제 파악을 하려고 해요) 제가 둘 다를 잘 해내지 못하는 걸 알고 있고, "아 왜 더 잘 못하지"라면서 스스로를 혼낼 때가 많아요.


그럼에도 제가 아직까지 두 직업 모두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은 이 직업이 아닌 제가 상상되지 않아요. 슬프게도 제가 매달리는 쪽이긴 하지만, 저는 기자란 직업을 사랑해 왔습니다. 기자를 한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이에요.


원장 할 때도 의외로(?!) 도움이 많이 된답니다. 기자처럼 글쓰기를 강하게 훈련시키는 직업은 많지 않을 거예요. 또 현상을 날카롭게 파악하고, 분석하는 정말 좋은 습관을 길러주거든요.


아주 작은 연필이지만, 저는 제가 언론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기사를 통해 아이들에게 더 좋은 사회를 안겨 주고 싶어요.


미천한 필력이지만, 세상을 바꾸는 건 제가 아닌 읽어주시는 독자들이시기에, 국민의 메신저라는 점은 변함이 없어요. 언제 어느 자리든.


언제까지 이 업을 할 수 있을지는 몰라요. 하지만 매번 마지막 기사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쓰겠습니다.


글 쓰다 보니 갑자기(?!) 가슴이 웅장해짐을 느끼네요. 잠깐 기자로 옷 갈아입고, 슬기롭게 기사를 써보겠습니다.


처음 기자가 됐던 그 마음처럼, "가장 낮은 곳의 목소리부터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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