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이 늘어나고 떼쓰기 시작한 4살 감정의 변덕이 심상치 않다. ‘흥’ 하고 토라질 때면 귀엽기도 하지만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살살 말로 잘 달래는 일은 적잖은 인내심이 필요했다.
어느 날은 화가 났는지 살짝 눈을 흘기면서 “엄마가 나를 싫어해. 엄마는 나를 미워해”라는 말로 입이 떡 벌어지게 했다. 한달음에 달려가 아이 손을 붙잡고 그런 것이 아니라고 입장 표명(?) 했다. 하지만 매번 이 상황이 반복되자 아이가 하는 서운한 표현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럴 때 내 컨디션이 좋으면 온전히 받아줄 수 있지만 예민 모드가 켜진 날에는 속 좁은 어른이 되어 기분이 확 상해버린다. 괜히 비뚤어진 마음에 “엄마도 속상해서 너 미워”라고 했다. 결국 후회하고 말았지만 그런 날도 있었다.
부모님께 “사랑해”라는 표현을 많이 듣고 자라지 못한 나는 아이에게는 부족함 없이 쏟아부어 주고 싶었다. 수시로, 자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는 확인하듯이 질문했다.
“엄마, 나 얼마큼 사랑해?”
어린이집 하원 길에서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불쑥 나온 말이었다.
"하늘만큼 땅만큼 아니 우주만큼 사랑하지. 세상에서 제일 소중해."
아이는 "맞아 맞아. 나도" 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부어주어도 모자란 걸까. 밑 빠진 독처럼 계속 새어나가는 걸까. 혹시라도 아이가 무언의 불안함 때문인가 싶었지만, 그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몇 번을 말해도 또 듣고 싶은 것이 사랑한다는 말이겠지. 으스러지도록 안아주고 비벼도 또 안아달라고 보채는 것이 사랑이겠지.
그러고 보니 연인들도 “자기, 나 얼마큼 사랑해?”라는 말을 한다. 여기서 나는 예외다. 과거의 그들에게, 현재 남편에게도 묻지 않았다. 너무 당연해서가 아니라 불안한 마음은 있었지만,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반면 남편은 연애 시절 나에게 “존경스럽다”라고 했다. 연인에게 처음 듣는 말인 데다가 내가 그럴만한 사람도 아니어서 조금 불편했다. 하지만 진심으로 말하는 그의 말을 계속 부정할 수도 없고 내심 듣기 좋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 뒤로 남편이 나를 사랑하냐고 물었는데 그에 대한 답을 시원하게 해주지 못한 것 같다. 평생 “사랑해”라는 말은 목에서 도르르 굴러다니다 삼켜졌으니 쉽게 할 리 만무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괜찮았다.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은 나답지 않은 어색한 모습을 보여주어도 조건 없이 받아주었다. 그러다 내가 아이를 낳았으니 더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말해도 또 해줘야 하나 싶을 때도 있었다. 그건 무뎌진 내 시각일 뿐이었다. 받는 이는 무한대로 받고 싶어 했다.
요 며칠은 아이가 그랬다. “엄마는 나를 왜 항상 사랑해?” 이젠 항상 사랑한다고 생각하나 보다. 그래, 묻고 따지지도 않고 말하겠다. 정말 사랑한다고. 이럴 때마다 끔뻑끔뻑 쳐다보는 남편에게는 노력해보겠노라고
사...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