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뿔났다!
아이가 6개월 무렵, 어떤 영문인지 잘 놀다가도 앵하고 우는 일이 잦았다. 우는 원인 중 하나는 잘 놀아주던 엄마가 자리를 뜰 때였다. 살짝 몸을 일으키기만 해도 얼굴이 삐쭉거렸고 큰 소리로 계속 말을 걸어도 우는 소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아이의 성장은 폭풍같이 휘몰아치며 7개월 정점을 향했다. 덕분에 푸석푸석한 얼굴을 얻었고 체력은 반납이었으니 억울한 상관관계도 체념하며 받아들였다.
새벽 5시쯤, 그날도 어김없이 깬 아이를 재우고 조심스럽게 자리에 내려놓았다. 가장 큰 미션을 잘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잠을 쉽게 청하지 못했다. 단전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화가 나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지독한 성장기 동안 생활 패턴은 무너지고 인내심이 살살 건드려졌다. 그렇게 우울감은 분노로 변했고 난 괴물이 되었다. 손에 잡히는 건 뭐든 내던지고 싶었다.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에 당장 병원에 가야 하나 싶었다.
결국 선택한 건 침대를 주먹으로 힘껏 내리치는 것이었다. 애가 깨든지 말든지. 퍽!!! 퍽!!!!
정말 딱 두 번 내리쳤는데 방문 밖에서 쿵쿵 발소리가 났다.
잠이 덜 깬 남편 목소리였다. 부리나케 현관으로 향한 그를 보면서 “설마?”하던 생각이 “헉”하고 바뀌었다.
띠리릭. 현관문이 닫히고 웅얼거리는 그의 목소리가 안방으로 점점 가까워졌다.
“아니, 문 열었는데 아무도 없어. 택배시킨 것 없지?"
베개에 얼굴을 묻고 터지는 웃음을 막느라 바쁜 나는 그에게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이 새벽에 누구야. 대체"
단잠을 깨운 개념 없는 누군가(?) 때문에 여전히 성이 난 남편은 정신없이 웃는 내가 신기하다는 눈치였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대로 안방을 나갔다.
나중에 남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그 일은 대수롭지 않았지만 어째 실성한 듯한 아내가 조금 무서웠다더라.
그날 아이가 다시 깨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남편에게 의도치 않게 똥개 훈련을 시켜 미안하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분노의 침대 내려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