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 twice

한 번 더 생각했어야 했는데….

by 우아한 우화


노력하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옷에 대한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문득문득 사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어느 날 유튜브에서 자라(ZARA) 신상을 골라 입어보는 영상을 보고 충동적으로 앱을 깔았다.

웬만해서는 앱 설치를 꺼리는 내가 그날 세 개의 앱을 깔았다.

폴더 이름은 ‘백화점’으로 정했다.

이만큼 내가 중증이다.

다행인 것은 아직 한 번도 온라인으로 옷을 구매하지는 않았다.




케냐에는 토이마켓이라고 해서 중고물품을 파는 큰 시장이 있다.

예전에는 온라인 쇼핑몰뿐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 종류도 많지 않아서 사람들은 이곳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곤 했다.

현지 시장이라 사람도 많고 조금은 위험하기도 해서 가방대신 옷 주머니에 적은 액수의 돈을 꼬깃꼬깃 집어넣고 사람들 틈으로 파고들어 물건을 골라야 했다.

이때 필요한 건 체력과 눈썰미이다.

밑에 깔려있는 옷을 보기 위해서는 산더미처럼 쌓인 옷을 뒤집어가며 매의 눈으로 다른 사람이 집어가기 전에 좋은 물건을 골라내야 했다.


그런데 최근에 ‘Think Twice’라고 하여 중고물품 매장이 쇼핑몰 안으로 들어와 접근이 용이해진 데다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새로운 물건이 들어온 첫 주 가격은 모든 게 2만 원이 넘지 않은 가격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가격은 점점 떨어져 마지막에는 오백 원 심지어 이백 원에 살 수 있게 된다.

토이마켓은 가격도 흥정해야 하고 어떤 물건은 가격도 싸지 않은데 이곳은 가격마저 매력적인 데다 흥정해야 할 에너지를 아낄 수 있었다.





이곳의 매력은,

저렴한 가격으로 고가의 옷을 골랐을 때 희열을 느낄 수 있다는 데 있다.

분명 돈을 썼는데 돈을 번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리고 옷을 입었을 때 사람들이 예쁘다고 하면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고작 천 원에 구매한 물건이라고 말하면서 어깨의 뽕이 하늘로 치솟는 것이다.

사람들의 감탄 속에서 느끼는 뿌듯함이랄까?

뭐 그런 게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저렴하게 좋은 옷을 발견한 것을 보면 나도 그러리라는 희망을 품고 당장 매장으로 달려가게 된다.

그러나 앞서 말했다시피 안목이 있어야 한다.

무수히 걸린 옷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질 좋고 깨끗한, 이왕이면 브랜드를 가진 옷을 골라내는 매의 눈이 필요하다.




얼마 전에 지인이 그곳에서 몽클레어를 득템 했다.

큐알코드를 찍어보니 해당 사이트로 넘어가서 설레는 맘으로 남들이 집어갈까 후다닥 집어왔다고 한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AI에게 진품인지 감정을 받았는데,

짝퉁이었다고 한다.


며칠 전 외식하려고 몇 년 만에 간 식당 같은 층에 Think Twice가 생긴 걸 보고 식사 후 소화나 시킬 겸 들어갔다가 왠지 범상치 않아 보이는 바지가 보여서 바로 검색을 해보았다.

진품일 경우 800~2,000유로의 가격대를 형성하는 고가의 브랜드라고 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가 언제 이런 고가의 바지를 입어볼 수 있겠는가!

보는 눈이 없으니 AI의 도움을 받아 진품 여부를 가리는데 안쪽 라벨과 로고를 찍어보라고 한다.

나도 김샜다.

그래, 그렇게 고가의 옷을 이렇게 내놓을 리 없지….

가끔 이런 모습을 볼 때면 내가 얼마나 허영덩어리인지 보게 된다.




새것으로 산 옷들을 정리한 빈 공간에 중고로 산 옷들로 야금야금 채워가던 어느 날 Think Twice라는 이름을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이키, 아디다스처럼 매장 이름으로만 생각하다 아차 싶었다.

나 같은 사람에게 날리는 경고장 같은 이름이었는데 왜 몰랐을까?

대체 왜 멀쩡하게 있는 옷들을 정리하고 굳이 중고로 사는 짓을 난 하고 있을까?

아마도 수확의 기쁨이었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재미있고 즐거운데 굳이 그만두는 게 맞는 걸까?

그러다 문득 또 어머니 생각을 하게 됐다.

어머니는 언제 옷을 마지막으로 사셨을까?

옷을 사고 입는 행위 또한 활력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자 어쩌면 나 이 생활을 조금 이어가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때 라디오에서 책소개 하는 코너를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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