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어느 날,
평소와 다름없이 운전대를 잡고 이곳저곳으로 장을 보러 다녔다.
신호에 걸려 빨간 신호등의 숫자가 작은 숫자로 바뀌는 걸 멍하니 바라보는데 느닷없이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 순간,
지겨웠던 일상이 마법처럼 특별해지고 무덤덤했던 마음이 감사로 넘쳐 눈시울이 붉어졌다.
얼마 전 이집트 성지 순례를 다녀왔다.
이 경험을 통해 깨달은 바는 역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카르페 디엠(Carpe diem)!!!!
이는 죽음을 기억하고 현재를 살아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며 권력을 쥐고 세상을 호령하던 왕들은 죽음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하고 작은 존재였으며 무엇보다 죽음을 두려워했던 게 분명하다.
그들이 사후세계를 위해 만든 모든 것들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가진 게 많고 그래서 잃을 게 많을수록 두려움은 커진다.
물론 그들이 만든 커다란 신상이나 신전, 무덤 등 많은 것들이 놀랍기는 하다.
그 놀라움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왕들의 사후세계를 위해 헛수고를 아끼지 않았는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여행 가방을 싸기 전 옷장을 보면서 무슨 옷을 가져가야 하나 매우 고민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만약 내가 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다면 가족들이 나의 짐을 정리해야 할 텐데, 이런 생각을 하며 나의 쌓여있는 옷가지들과 물건들을 찬찬히 돌아보았다.
설렘과 기쁨으로 장만했던 것들의 실체가 짐이라는 수고로움으로 변질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가볍지만 알차게 살아야겠어.
이번 여행은 여러모로 나의 미니멀 라이프를 더욱 견고하게 하는 촉진제가 되었다.
삶이 이렇게 무거운데 죽음은 가벼워야 한다는 것, 크고 무겁고 수없이 많은 돌들을 보며 나는 내 삶과 죽음을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