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칸 패브릭

시행착오

by 우아한 우화


몇 년 전에 아프리칸 패브릭에 꽂혀서 이것으로 만든 가방과 지갑을 마르고 닳도록 사용하다 시들해진지 좀 됐다.

그러다 최근에 아는 분이 이 천으로 개량 한복을 만들어 입은 것을 보고 주변에서 너도나도 옷을 맞춰 입기 시작했다.


옷을 만들어 입는다고 샵에 들락날락하다 보니 예쁜 천도 많은 데다 다른 사람이 만든 디자인을 보면 또 예뻐서 계속 만들고 사게 되었다.

이 현상에 휩쓸려 나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이곳에 사는 동안 캉가, 키텐게로 옷을 몇 개 만들어 돌려 막기로 입어보자!

뭐, 이런 순간에는 늘 자기 합리화라는 장치가 작동되어 제법 그럴듯하게 나를 설득하게 마련이다.

합리화했던 이유는,

이 천들은 매우 화려해서 원피스를 제외하고 상의나 하의는 단색을 입어주는 게 좋다.

그래서 검정 티, 검정 바지만 하나 있으면 더 이상 옷을 사지 않아도 되겠다는 아주 얄팍한 계산이 있었다.


옷은 일본 사람에게 잘 훈련받고 스스로도 달란트를 타고났다는 릴리안에게 맡겼다.

그녀는 원하는 디자인을 설명하거나 옷을 가져다주면 똑같이 만들어 냈다.

나는 그녀에게 옷을 맡기면서 미싱을 가르칠 계획은 없는지 물었다.

마침 그녀는 몇몇 일본 사람들에게서 그런 요청을 받았는지 11월부터 요리와 미싱 클래스를 열 계획이라고 했다.

타이밍이 매우 좋아서 이 길이 내 길인가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정말 너무 바빠서 이 계획은 아직도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옷은 천값에 수공비를 더하면 그다지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만들어 입는 재미가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옷을 입고 자랑삼아 한국에 있는 언니에게 보여주니,

뭐야, 다시는 만들지 마.

라고 얘기한다.

역시 여기에서만 입어야겠구나.

물론 여기서만 입을 계획으로, 더 이상 옷을 사지 않을 심산으로 옷을 맞췄지만 생각보다 자주 입게 되지는 않았다.

이 계획 역시 실패인가?


옷은 나의 미니멀 라이프의 가장 높은 허들이다.

그리고 최근에 이 허들이 더 높아졌다.


오른쪽은 치마를 만들고 남은 천으로 쿠션 커버 네 장 만듦.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12화리폼? 리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