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를 찾아서
오래전부터 도예와 목공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나마 목공이 지금의 환경에서 접근이 용이해 보였으나 남편이 은근히 말렸다.
…. “손 하나 잘리고 싶냐?”
겁이 나서가 아니라,
어찌 됐든 목공이나 도예는 물건을 만들어 내는 일이라 나의 미니멀 라이프 취지와 맞지 않았다.
어떻게든 공간을 차지할 터였다.
그러다 갑자기 미싱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 생각도 오래전에 했었다. (그렇다, 생각만 하지 말고 진즉에 뭐라도 했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바느질에도 영 소질이 없는 데다 기계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사람이다.
이런 내가 미싱을 하겠다고?
케냐에는 캉가, 키텐게라는 화려한 색감과 무늬의 천이 있다.
이것으로 옷, 가방, 쿠션 등 천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다.
배우 김정화가 키텐게로 만든 드레스를 입어서 조금 알려지긴 했지만 아프리카에서는 빛나는 옷들과 액세서리들은 한국에만 가면 금세 빛을 잃고 만다.
이 천들로 만든 옷들은 특히 백인들에게 잘 어울리는데 인기는 일본인들에게 더 좋다.
일본인들은 이 천으로 온갖 것을 다 만드는데 만들어 놓은 제품들을 보면 아이디어가 번뜩이기도 하고 이쁘기까지 한다.
그리고 어떤 천들은 퍽 일본스럽기까지 해서 일본인들이 이렇게 열광하는가 싶기도 하다.
나도 마침 이 천들을 몇 개 가지고 있다.
그래서 미싱을 생각했을 때 집안에 필요한 쿠션 커버나 옷을 리폼해서 입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까?,
라고 생각하며 미니멀 라이프에 적절한 취미를 찾았다고 생각되어 살짝 신이 났다.
그래도 꿈과 현실의 괴리를 어느 정도 터득한 터라 무턱대고 미싱 먼저 살 수는 없어서 재능은 없지만 재미는 있는지 바느질을 시도해 보았다.
마침 눈에 거슬렸던 매트를 캉가로 커버하기로 맘을 먹었다.
이 매트는 한국에서 층간 소음 방지를 위해 샀던 것으로 쿠션감이 좋아 리폼할 생각으로 버리지 않고 놔두었다.
십 년 넘게 사용하며 매일 닦았더니 겉 부분이 벗겨지고 바닥에 붙으면 떨어지지 않아 잘 쓰지 않는 천을 사용해 양면테이프로 붙여놨더니 너덜너덜해서 볼 때마다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래, 오늘 나를 시험해 보자.
매트야, 내가 너에게 새 옷을 입혀주마.
시작은 순조로웠다.
천은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잘라내지 않았고 있는 도구라고는 바늘과 실이 다지만 이 정도면 나를 시험하기에 충분했다.
호기롭게 시작한 바느질은 짧은 한 면만 바느질을 끝내는 것만으로 급 집중력 저하가 왔고 그 모양은 삐뚤빼뚤, 멀리서 봐야 괜찮아 보이는 것들의 목록 중 하나로 추가되었다.
그리고 결국 매트 두 개중 하나만 겨우 마치고 소파에 드러누웠다.
내가 미싱을 배워볼까 생각 중이라고 했을 때 지인분이 미싱을 가르쳐 줄 수 있다며 하시는 말씀이 미싱은 눈이 좋아야 하는데 자기는 눈이 나빠서 그만뒀다고 했다.
요즘 눈이 급격히 나빠져서 멀리 있는 것도 가까이 있는 것도 안 보이는, 그야말로 눈에 뵈는 게 별로 없는 내가 갑자기 미싱이라니, 타이밍 참 기가 막힌다.
어머니는 몸이 아주 쇠약해 지시기 전까지 미싱을 하셨다.
신혼 초 더운 여름에 어머니는 인견으로 보송보송한 침대 커버를 만들어 주셨다.
그리고 언제인가 어머니는 손수 만든 자신의 수의를 나에게 보여주시기도 했다.
이생에서 마지막으로 입을 옷을 내가 손수 짓는다…. 그런 마음은 어떤 것일까?
어머니의 미싱은 언제 멈추었을까?
눈이 피로했는지 두통이 와서 약을 먹고 누웠다.
그렇게 누워서 문득 어머니 생각을 했다.
미싱….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