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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05

by 우아한 우화 Mar 06. 2025


-‘의지’와 ‘의도’라는 단어를 곱씹는 요즘.


-언제부터 이렇게 눈물이 많아졌을까?

정말 별 것 아닌 일에도 눈물이 핑 돈다.

너무 뜬금없이 눈물이 나서 부끄러웠던 적도 많고, 그래서 지우고 싶은 기억들이 줄지어 있다.


오늘도 딸과 얘기를 하다 눈물을 흘렸다.

젠장.

아이들 앞에서는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아이는 식탁에 앉아 있었고 나는 거실 소파에 앉아 얘기를 나누는데 그저 내 눈가가 조금 촉촉하고 빨갛게 달아오르려고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멀리서도 그게 느껴졌는지 아이가 간식을 먹다 말고 휴지를 가져다주는 바람에 대놓고 울어버렸다.

오늘은 아침부터 모든 의욕과 의지를 상실한 채 시간을 놓아버린 하루였다.

마음이 조금 허물어져있던 상태에서 나 같은 딸을 보며 너무 감정이입을 했던 것 같다.

아들은 숙제하다 말고 나와 이런저런 솔루션을 제안한다.

제법이다.

많이 컸다.

그의 제안에 다 해보았으나 재미가 없었다는 얘기를 하니 다 핑계라며 다시 들어갔다.

내가 듣기에도 너무 핑계 같은 말만 한다.


-지난밤 딸이 수학 숙제만 하는데 거의 3시간이 걸렸다.

어려운 숙제도 아니었다.

낮에 남편과 밥 먹으며 딸아이 얘기를 했다.

맨날 아이를 옹호하던 남편도 한숨을 쉬며 자기가 짊어져야 할 짐이라고 얘기했다.

교육 관련 영상을 거의 보지 않는데 오늘 한 편 보기도 했다.

초등 3학년때까지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줘야 한다고 한다.

에휴… 이미 훌쩍 지나가버린 시간이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한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어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자신은 자녀들에게 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한글을 가르치지 않았다, 그래도 때 되면 다 한다는 의도로 얘기했는데 그 얘기를 듣고 있던 한 아이가 혼잣말로 ‘포테이토맘’이네,라고 했다고 한다.

선생님은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 찾아봤는데 게으른 엄마를 칭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아이가 어떻게 그런 말을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매우 충격적이긴 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나도 포테이토맘이구나.


요즘 ‘도치맘‘이 화두인지 영상이 너무 자주 떠서 뭔가 하고 한 번 보았다.

아이들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엄마들, 아이들의 성공을 누구보다 바라는 엄마들…

그들의 극성이 유난스러우면서도 그 에너지는 경이롭게 느껴졌다.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오는 걸까?

아무나 저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관심과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난 안다.

나에게는 그럴만한 에너지와 능력이 없다.


난 왜 아이가 공부를 잘하기를 원할까, 잠시 생각해 보았는데 이유는 역시 성공과 행복이었다.

물론 공부를 잘한다고 다 성공하고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그에 접근이 용이하다.

그럼 성공은 어떤 성공을 의미할까?

세상적인 성공과 개인으로서의 성취가 있겠지만, 보통은 세상적인 성공이 성공이라는 이미지를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누가보아도 성공했다고 생각할만한 수준의 사회적 위치와 재력 같은 것일까?

난 아이가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하지 않고 인정받길 원하고 있었고 그것은 세상적인 성공과 함께 따라오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세상적으로 성공한 것처럼 보여도 개인적인 성취나 성공은 또 다를 수 있다.

그러므로 아이의 성공을 내가 규정할 수 없다.

행복은 어떠한가, 더더욱 단정 지을 수 없는 극히 주관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아이에게 이 말은 했다.

좋은 직장에 다니며 돈 많이 버는 게 성공하고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인 도움은 줄 수 있다고 말이다.

먹고 싶은 음식을 사 먹을 수 있고, 가고 싶은 곳에 여행 갈 수 있으며,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는 기쁨 같은 것들이 있다고.

아니면 돈 벌기 위해 하루 종일 일만 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일하고 싶어도 하루 종일 빈둥거릴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고 말이다.

이 대화를 끝으로 더 이상 나의 의도가 아닌 아이의 의지와 의도대로 공부하고 삶을 설계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녀가 그 길을 잘 찾아 나설 수 있기를 기도한다.


-남편으로부터 누군가의 야심 찬 사업 계획과 그것을 위해 힘든 상황을 헤쳐나가며 매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어쩐지 부러웠다.

식사하러 가서 우연히 만난 지인들은 새로운 사업장 오픈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만, 정체되어 있다.

그때 누군가가 집에만 있는 게 복인줄 알라는 식으로 말했다.

물론 악의가 없는, 힘들게 일 안 해도 되니 좋은 것이다,라는 의도로 얘기한 것을 안다.

그렇지만 난 그들이 부러운 사람이다.

누군가는 팔자 좋은 소리라고 할 테다.

그래, 한국에서 워킹맘인 친구를 우러러보았었지.

친구는 또 내가 부러웠고.

나의 말이 누군가에게는 배부른 소리로 들릴지라도 난 정열적으로 일하는 그대들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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