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2025/03/04

by 우아한 우화 Mar 05. 2025


-L과 화요일마다 운동을 하기로 했으나 그녀는 지난주에 감기를 앓고 나아가고 있는 단계라며 한 주 쉬면 좋겠다고 연락을 해왔다.

그러나 나는 이미 운동하기로 맘먹었기에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Jaffery Sports Club(우리는 그냥 ‘제퍼리’라고 부른다.)은 집에서 10~15분 정도 걸리는데 무료 개방이긴 하나 차를 가져갈 경우 주차비를 70실링 내야 한다.

원래 주차비는 50실링이었으나 어느 날부터인가 애매한 70실링으로 올라서 사람들이 조금 언짢아했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이 언짢음은 실로 가당찮은 것이었다.

제프리의 운영 시간은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이며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다.

70실링으로 올린 주차비는 누군가의 주머니로 들어가지 않고 운동장을 보수하는 데 쓰였다.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트랙이 좁다고 생각했는지 운동장 잔디를 조금 걷어내고 트랙을 더 넓히고 아이들 놀이터와 카페테리아는 새 단장을 하고 요즘 유행이라는 피클볼(테니스+배드민턴+탁구를 결합한 운동)장도 두 개나 만들고 작은 도서관도 있다.

나이로비에 이런 공익적인 기능을 하는 공간이 어디 있단 말인가!

제퍼리 클럽은 이슬람 재단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단언컨대 그들은 정말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

마침 무슬림에 관한 한 가지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예전에 한 선교사님이 멀리 사역지를 가시다가 차가 고장이 났다고 한다.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외진 길이라 매우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 목사님을 도와준 사람도 무슬림이었다고 한다.

보답을 하고 싶었으나 그는 끝끝내 거절했다고 한다.

극단적인 신앙을 가진 몇몇 사람들로 인해 선입견이 있어서 그렇지 좋은 무슬림들도 참 많다.

그래도 여성들의 부르카, 히잡, 니캅은 좀 벗게 해 줬으면 좋겠다.

운동할 때 보면 답답하고 더워 보인다.

여하튼, 그나마 제퍼리라도 있으니 이렇게 맘껏 걸을 수도 있는 것이다.

제퍼리 트랙은 440미터로 예전에 빠른 걸음으로 열 바퀴를 돌면 40분이 조금 안 됐는데 지금은 그때만큼 빨리 걷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도 보통 40분에서 한 시간 정도 걸으니 적어도 4킬로는 걷는 셈이다.


-어디선가 50대가 되기 전에 근력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들었다.

헬스장을 다녔던 적도 있지만 트레이너 선생님들의 전문성에 의문점이 들었다.

운동을 어떻게 하는 것은 알지만 개개인에 맞게 트레이닝을 시키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그때 헬스장에서 스쿼트를 하면서 무릎이 많이 아팠다.

산후풍인지 출산 후 무릎이 안 좋았는데, 난 스쿼트를 하면 무릎이 좋아질 줄 알고 트레이너가 하라는 대로 열심히 했으나 갈수록 더 아팠다.

마침 이웃에 살던 국기원 소속 형부에게 물어보니 나 같은 사람은 스쿼트를 하면 안 된다고 해서 좌절했었다.

그동안 난 운동이 아닌 삽질을 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내 몸에 맞게 운동을 가르쳐 줄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

지금 마음으로는 열심히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운동장에서 몇 번 보았던 일본인이 있다.

걸음걸이가 특이해서 기억하고 있는데, 매번 여자 여럿과 같이 운동을 하던 여자는 오늘 혼자였다.

한 바퀴 돌고 여자가 사잇길로 빠져나가길래 운동을 마치고 가나보다 했더니 다시 한 바퀴 돌면서 보니 어떤 남자와 얘기를 하며 걷고 있었다.

오~~~ 연애인가?

약간 거리를 두고 걷는 것을 보니 아직 썸인가 보군…

뭣이 그리 재미있는지 박장대소까지 하면서 리액션도 좋다.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는 걸 보니 내 얼굴에도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좋을~~~ 때다!!


-오후에는 남편이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 사랑 노래를 부르더니, 저녁에는 쓸데없이 큰소리로 화를 낸다.

자기 딴에는 내가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것 같아 답답해서 그랬겠지만 나도 다 경험해보고 하는 말인데 자꾸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다고 다음엔 네가 하라고 성을 낸다.

정말 별 것 아닌 걸로 잘도 싸운다.


어렸을 때 딱 한 번 먹어보았던 호박범벅이 정말 맛있었다. 지인이 유기농 호박을 줘서 그때의 맛을 재현해 보고 싶었지만 그 맛이 안난다. 그때의 것은 거칠지만 풍부한 맛이났다.




이전 05화 2025/03/03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