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스위스
스위스 여행을 가기로 한 것은 충동적이면서도 계획적인 일이었다.
"나 8월에 스위스 간다."
그렇게 나의 첫 해외여행이 정해졌다.
혼자여행의 가장 중요한 점을 꼽는다면 '준비'다.
스위스를 '혼자' 가겠다고 계획한 건 아니었다. 그냥 내가 원하는 시간에 맞춰서 표를 구매했고 간 것이다. 혼자 가야 된다거나 다른 사람과 시간을 맞추기 힘들다는 게 여행을 가지 않을 이유가 되지 않았다.
스위스에 가고 싶다는 친구가 있었다면 당연히 함께 떠났겠지만, 가까운 일본도 아니고 비행기를 타고 열 시간은 족히 가야 하는 스위스를 가겠다고 바로 결정 내리는 친구는 없었다. 그나마 비슷한 시기에 유럽여행을 계획한 친구도 스위스만 도는 것이 아니라 유럽 5개국을 돌기로 했기에 나 혼자 여행을 계획했다. 혼자 식당에 간 적도 없으면서 여행을 혼자 하다니!
혼자여행을 떠났다고 하면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예측불가능한 일을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기는 하다. 열차를 놓치거나 여권을 잃어버려도 옆에서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건 조금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꼼꼼히 계획을 세웠던 것 같다. 열차를 놓칠 걸 대비해서 다음 열차 시간을 알아두고 여권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니까 대사관 주소랑 여권사진을 챙겨 넣고.
여행에서는 여러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완벽하게 대비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범위까지는 신경 써두는 게 편하다. 여행 스타일에 따라 그 범위는 달라질 수 있으나 혼자여행을 갈 때는 다른 가족, 친구들과 갈 때보다 더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이 말은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준비를 좀 더 해야하는 점만 빼면 혼자 여행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는 말이다.
그렇게 갈만큼 가치가 있는 선택이었나요?
시간에 따라서 그 답이 달라지는 질문이다. 여행을 다녀온 직후의 내게 묻는다면 '글쎄요.'라고 답할 것이다. 여행 한 번 다녀왔다고 당장의 인생이 바뀌지는 않는다. 여행의 추억을 뒤로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건 확실하다.
하지만 지금의 내게 묻는다면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다고 대답하겠다. 여행은 그 이후로도 계속 나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여행을 막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가던 나는 알지 못했던 변화를 몇 년이 지나고서야 느끼고 있다.
앞으로의 나는 어떻게 대답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여행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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