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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리J Oct 16. 2023

직접 가서 봐야 하는 이유

내 눈으로 봐야 알게 되는 것들


용이 산다고 해도 믿겠어.


필라투스를 본 첫 소감이다.


예전에 용이 나오는 영화를 볼 때면 '저런 큰 게 어디 산다는 거야?'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그 큰 덩치를 숨길 장소를 서울에서는 떠올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높은 산도 등산객으로 북적이는 곳이 서울 아닌가.


나는 산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필라투스산에도 그다지 흥미가 없었다. 그냥 루체른에 유명한 산 세 곳 중 하나는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필라투스에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Alpnachstad에서 산악열차를 타거나 Kriens에서 케이블카를 타는 것이다. 내가 머물던 숙소 근처에 케이블카 타는 장소가 있었기에 후자를 선택했다.



주변 풍경을 구경하며 올라가다 보면 더 큰 케이블카로 옮겨 타게 된다. 생각보다 경사가 가파른데도 안정감 있게 올라가기 때문에 무섭지는 않았다. 계속 높이 올라가다 보니 안개가 끼어 바깥이 보이지 않았다. 정상까지 이 상태로 가나 싶었는데 갑자기 안개가 걷히면서 멋진 장관이 드러났다.


함께 케이블카에 타고 있던 관광객들도 모두 감탄할 정도의 경치였다. 거칠게 깎아지르는 언덕. 진심으로 산이 경이롭고 두렵다는 감상이 들었다. 아무리 찍어도 사진에는 담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필라투스는 해발 2,132m이다. 한라산의 높이가 1,950m라고 하니 대강 그 높이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참고로 이후에 가게 될 융프라우의 높이는 해발 4,158m이다.)


워낙 높아서 그런지 바람이 서늘해서 오래 돌아다니지 못했다. 높은 산에 오를 것을 대비해서 초콜릿과 사탕을 챙겼지만 반팔로 올라간 것이다. 겨울 겉옷을 걸친 관광객들 사이에서 반팔로 열심히 사진을 찍고 후다닥 내려왔다.


조금 추웠지만, 오래 기억에 남은 장소였다.



사자상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는데


필라투스산에서 내려와서는 루체른 시내를 돌아다녔다. 따뜻하고 사람 많은 곳으로 내려오니 관광지 느낌이 물씬 났다.


루체른 관광객의 모두가 모인 것 같이 북적거리는 카펠교를 지나서 빈사의 사자상에 도착했을 때는 깜짝 놀랐다.


책자에서 봤을 때는 작을 줄 알았던 빈사의 사자상의 크기가 상당했다. 사자상 앞에 연못이 있어서 거리가 있음에도 사자의 표정을 또렷하게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빈사의 사자상은 1972년 프랑스혁명 때 전사한 스위스 용병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거대한 사자가 누운 모습에서 슬픔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제야 유명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직접 보지 않았더라면 알지 못했을 작품이었다.




<여행 당시 남긴 기록>


필라투스 케이블 금방 내릴 줄 알았는데 한참 올라가고 정말 큰 나무들도 지나갔다. 예전에 After Earth 영화를 볼 때 엄청 높은 절벽을 뛰어내리는 걸 보고 '아무리 그래도 지구가 저렇게까지 바뀔 수가 있나?' 했는데 필라투스를 보니 깎아지른 언덕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카펠교에 사람이 진짜 많았다. 빈사의 사자상은 생각보다 컸고. 사진 찍은 거 다시 둘러보니까 작아 보이는데 진짜 생각보다 훨씬 크고 훨씬 가까이 있었다.


피자를 먹었는데 엄청 짰다. 그래서 물도 5프랑 넘게 주고 시키고... 에비앙을 사갔어야 했어... 그래도 레스토랑 문화를 경험한 것에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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